[오창규 칼럼] KT를 제자리로 되돌려 놓아라

오창규 데이터뉴스 대표

“하루 1000만원 연봉 자리를 그냥 놔두겠어. 챙겨야할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아니야 문재인 정부는 과거정부와 다르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한만큼 그냥 갈 것 같다.”

KT회장 자리를 놓고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설왕설래가 끊이질 않고 있다. 10개월 째 IT업계의 관심사는 온통 KT회장 자리에 쏠려있다. 정부 지분이 하나도 없는 민영기업이지만 정권이 바뀔 때 마다 ‘낙하산인사’가 이어져온 탓이다.

이런 와중에 KT가 오는 23일 주주총회를 열고 ‘낙하산 방지’를 위한 정관을 개정할 예정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회장 후보조건에 기업경영인 출신 우대 조항을 신설했고, KT임원들도 회장 후보자가 될 수 있는 조항을 넣은 것이다. 또 회장 선임 절차 역시 과거 CEO추천위원회 심사와 후보자 선정에서 한 발 더 나갔다. 지배구조위원회의 회장후보 심사 대상자 선정→회장후보심사위원회의 심사→이사회의 최종 후보 결정 순이다. 이사회 권한을 강화한 것이다. 최소한 포스코식 안전장치라도 마련하자는 심산이다. 그동안 외풍에 흔들려왔던 KT의 ‘흑역사’를 고려할 때 아주 바람직한 모습이다.

하지만 뒷맛이 개운치는 않다. 지난해 1월 황창규 회장의 2020년까지의 연임은 사실상 ‘셀프연임’이기 때문이다. 항상 KT사장추천위원회와 이사들은 주로 정권과 가까운 사람들로 구성돼왔다. 더구나 사외이사와 회장 선출과정을 보면, 사외이사와 회장간의 담합과 공동운명체 지배구조다. 사외이사는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하고, 사외이사들이 CEO추천위원이 된다. 

이번에도 크게 다르지 않은 같다. 현 정권 인사를 끼워 넣는 모양세부터 그렇다. 사내이사로 오성목 네트워크부문장(사장)이 신규선임 되고, 사외이사로는 노무현 대통령 시절 공직에 몸담은 김대유 전 청와대 경제정책수석, 이강철 전 대통령 정무특보가 선임된다. 구현모 경영기획부문장, 장석권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는 재선임 된다. 따라서 KT 이사회는 사내이사 3인(황창규, 구현모, 오성목)과 사외이사 8인(송도균, 장석권, 김종구, 이계민, 차상균, 임일, 김대유, 이강철)으로 구성된다. 

그럼에도 불구 황 회장의 연임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풍속도다.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IT기업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낙하산인사로 이뤄지고, 조직전체가 줄서기 정치로 날밤을 새운다. 안쓰럽기까지 하다. 낙하산 KT경영 역시 항상 일사천리다. KT는 2014년 1월부터 2017년 9월 말까지 총 40번의 이사회를 진행, 152건의 안건이 상정됐고, 100% 찬성으로 원안 가결됐다. 심지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연루될 때도 견제가 전혀 없었다. 이석채 회장 때는 더 심했다. 각종 건물과 위성까지 헐값에 팔아먹는 데도 박수만 쳤다는 평가다.

KT가 처음부터 이렇진 않았다. 2002년 민명화 이후 처음에는 KT출신인사가 CEO가 되는 구조였다. 이용경, 남중수 사장 모두 KT출신으로 정체성만큼은 유지해왔다. 정권교체기 셀프연임(남중수 사장)만 용납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들어 이석채 전 정보통신부장관을 KT회장이 오면서 ‘외풍의 역사’가 시작됐다. 이 전 회장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 적극 밀었다는 후문이다. 경쟁력 있는 유력후보는 4배수에서 탈락시키는 ‘꼼수’까지 등장했다. 박근혜 정부 때도 유력후보 4배수 탈락 등 똑같은 방식을 썼다. 모 실세(현재 구속)가 황창규 회장을 민 것으로 알려졌다.

KT회장의 연봉도 논란이다. 과거 이석채 회장은 연봉(20억)+아이폰 장려금(60억) 등 총 80억원에 달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기가 찰 노릇이다. 황 회장은 2016년 약 24억 3600만원, 지난해는 28억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회장보다는 낮다. 하지만 경쟁사 SK텔레콤 박정호 사장 15억5000만원(2016년 기준)보다도 높다. 

그래선지 KT 회장 자리를 탐내는 사람이 많다. 정권과 연결고리가 있는 많은 사람들은 모두 기웃거리는 것 같다. 로얄티와 능력은 별개다. 

이건 아니다. 더구나 이런 식이면 대한민국의 IT산업미래는 없다. 이제는 민영기업인 KT를 제자리에 갖다놓아야 한다. KT와 같은 포스코와 국민은행, 우리은행 등을 무늬만 민영기업으로 만들지 말라. 또 낙하산 인사가 자기 사단을 만들어 ‘영원한 제국’을 만드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차제에 중앙공기업(324개) 지방공기업(350여개) 개혁도 이뤄지면 더 좋다. 우리보다 50배가 큰 미국은 공기업이 불과 몇 개 불과하다. 공기업과 무늬만 민영기업을 정권창출의 보은 낙하산인사 자리로 채워지는 구조가 반복되는 한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 유독 대한민국만 많은 지식인이 기회주의자로 전락하는 지를 생각해보라. 기회주의자는 사회구조가 만드는 것이다. 프랑스식 ‘마크롱 개혁’을 기대한다.

chang@dat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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