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CEO] 성과주의 LG, 구광모 회장 큰 폭 인사?

상장계열사 절반이 실적악화, 작년 못한 세대교체 올해 단행 가능성 높아


[데이터뉴스=강동식 기자] LG그룹 계열사 CEO 인사가 임박한 가운데, 구광모 그룹회장의 첫 CEO 인사는 성과주의 원칙 아래 예년에 비해 비교적 큰 폭이 될 전망이다. 

특히 올해는 실적이 역성장한 계열사가 많아 상당폭의 세대교체도 예상된다. LG는 지난해 삼성 등이 CEO 평균연령을 낮추며 대거 세대교체를 이룬 것과는 달리 상장 계열사 대표이사 중 1명만 교체한 바 있다.

27일 데이터뉴스가 LG그룹 12개 상장 계열사의 올해 3분기 총 누적 영업이익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4.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2개 계열사의 절반인 6개 기업이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줄었고, 이 중 2개 기업은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LG그룹은 전통적으로 성과주의 인사 원칙을 강조해왔다. 이를 그룹 계열사 CEO 인사에 그대로 적용할 경우, 자연스럽게 교체 폭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올해 LG그룹 인사는 무엇보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첫 인사라는 점이 큰 변수다. 아직까지 구 회장의 인사 스타일이 두드러지게 표출된 것은 없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달 초 신학철 3M 수석부회장을 LG화학의 첫 외부 영입 CEO로 발표한 것을 두고 구 회장이 안정보다는 변화를 우선시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 놓는다.

LG전자를 비롯해 LG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오는 28일을 전후해 이사회를 열고 대표이사 교체 여부를 결정할 예정인 가운데, 우선 관심을 끄는 대목은 이번에 용퇴하는 박진수 LG화학 대표를 제외한 부회장 5인의 거취다. 

우선 LG전자를 무리없이 이끌어온 조성진 부회장은 내년에도 LG전자를 맡을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최근 LG전자의 실적이 좋기 때문이다. LG전자는 올해 생활가전이 큰 역할을 하면서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5% 성장했다. 조 부회장의 성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부분이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의 유임 여부는 관측이 엇갈린다. 한 부회장은 올해 ‘고난의 행군’을 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2조4171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LG디스플레이는 올해 3분기까지 1863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 적자전환했다. 중국 기업들의 공세 속에 국제 LCD 패널 가격이 크게 떨어지면서 큰 타격을 입었다.

2012년부터 LG디스플레이를 이끌며 호황을 구가해온 한 부회장에게 큰 위기라는 분석이다. 반면, LG디스플레이가 대규모 OLED 투자를 통해 반전을 꾀하고 있다는 점은 한 부회장이 기회를 이어갈 수 있는 요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동안 전략적으로 OLED 투자를 주도해온 한 부회장이 반전 드라마를 쓸 적임자이기도 해 당분간 그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LG그룹의 가장 성공적인 외부 영입 사례의 하나로 꼽히는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은 올해도 두 자리 수 영업이익 증가율을 기록하는 등 호실적을 유지했다. 대표이사 재직기간이나 나이에 관계없이 유임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는 평가다. LG생활건강은 2005년 1분기부터 올해 3분기까지 54분기 연속으로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 증가 기록을 쓰고 있다. 

구광모 회장 취임 직후 원포인트 인사를 통해 자리를 맞바꾼 권영수 LG 부회장과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은 거취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더 우세하다. 

LG의 대표적인 ‘재무통’인 권영수 부회장은 지주회사로 자리를 옮긴 뒤 구 회장의 지근거리에서 교감하면서 그룹 내부 살림을 무리없이 챙기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 부회장도 LG유플러스가 선전하고 있는데다 5G 상용 서비스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또 다시 수장을 교체하는 큰 변화가 효과적이라고 보기 어려워 그에게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높다.  

2015년 12월 대표이사에 선임된 박종석 LG이노텍 사장은 그동안 무리 없이 회사를 지속적으로 성장시켜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도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3% 성장하는 무난한 성적표를 받았다. 다만, 심한 애플 의존도로 시기별로 실적이 급등락을 반복해 사업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평을 받고 있다. UV LED 등 신사업의 성장속도를 높이는 것도 관건이다.

민경집 LG하우시스 사장은 지난해 LG그룹 인사에서 유일하게 계열사 신임 CEO로 선택돼 관심을 받은 인물이다. 취임 첫해인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64.5% 줄어든 것이 불안요소다. 

반면, 최근 LG 계열사로 편입된 로보스타 등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가장 최근 선임된 상장 계열사 CEO라는 점에서 좀 더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1984년 럭키금성상사에 입사한 뒤 LG상사에서만 30년 이상 근무한 ‘정통 상사맨’으로 5년째 LG상사 대표를 맡고 있는 송치호 사장은 올해 부진한 실적을 보인 것이 불안 요소다. LG상사는 올해 3분기 누적 매출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이 모두 역성장했다. 특히 당기순이익은 208억 원의 손실을 기록, 적자전환했다. 

lavita@dat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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