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국 신한생명 대표, '구조조정전문가'에서 '보험전문가' 탈바꿈 할까

신한생명 노조 반발 등 출발부터 삐걱...전임 이병철 대표가 만든 호실적도 부담


[데이터뉴스=박시연 기자] 정문국 오렌지라이프 대표이사 사장이 신한생명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된 가운데, '구조조정 전문가'로 불리는 정 대표가 신한생명 노조의 반발을 딛고 '보험 전문가'로 입지를 다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는 지난해 12월 자회사 경영관리위원회를 열고 정문국 오렌지라이프 대표이사 사장을 신한생명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정 대표는 오는 3월 열리는 주주총회를 통해 정식 취임할 예정이다.

정 대표의 내정 소식이 알려지면서 신한생명 노조는 강하게 반발했다. 이병찬 신한생명 대표이사 사장이 업계 불황에도 불구하고 재임 기간 괄목할만한 실적을 내놨던데다, 신임 대표로 내정된 정 대표가 구조조정 전문가로 잘 알려진 인물인 탓이다.

실제로 정 대표는 보험 업계에서 손꼽히는 구조조정 전문가다.

1984년 제일생명에 입사했던 정 대표는 1999년 인수합병 컨설팅회사인 허드슨인터내셔널어드바이저에서 한국법인 대표를 맡았다. 이후 2001년 AIG글로벌인베스트먼트 대표로 선임돼 국내 보험사 인수합병을 담당했고 2003년 AIG생명 상무를 거쳐 2007년 알리안츠생명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2013년 에이스생명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되면서 자리를 옮겼으나 6개월여 만에 다시 ING생명(현 오렌지라이프) 대표이사로 이직하면서 적지 않은 비난을 받기도 했다.

정 대표는 알리안츠생명 대표이사를 역임하던 2008년 당시 성과급 도입을 추진하다가 노동조합의 반발을 샀다. 당시 알리안츠생명 노조는 생보업계 최장 기간인 234일 동안 파업을 단행했고, 이 기간 사측은 순손실을 기록했다. 노조가 사측의 성과급제를 수용하고, 사측은 해고했던 지점장 전원을 복직시키는 등 노사합의가 이뤄지면서 파업이 마무리됐고 정 대표는 2010년 연임에 성공했다.

오렌지라이프 대표이사로 내정됐던 2014년에도 정 대표는 노사와의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정 대표는 취임 5개월 만인 2014년 7월 270명 규모의 희망퇴직을 추진했다. 노조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당시 시행된 희망퇴직으로 150여명의 직원이 회사를 떠났다. 정 대표는 당시 기자간담회를 열고 "2008년 ING생명이 월남보험료 100억 원을 거두고 업계 4위였을 때 직원수가 1000명이었다"면서 "현재 월납보험료가 26억 원에 불과한데도 직원 수가 같다"고 말한 바 있다. 

결국 오렌지라이프의 총 직원 수는 지난해 3분기 기준 749명까지 줄어들었다.

업계 불황에도 불구하고 신한생명의 실적이 크게 개선된 점 역시 노조의 반발에 힘을 싣고 있다.

신한생명은 지난해 3분기 기준 영업이익 1779억 원, 당기순이익 1268억 원을 올렸다. 직전년도 동기(영업이익 1336억 원, 당기순이익 1014억 원) 대비 각각 33.2%, 25% 증가한 규모다.

반면 정 대표가 이끄는 오렌지라이프의 경우 순익이 감소했다.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은 3581억 원으로 직전년도 동기(3538억 원) 대비 1.2% 늘어났지만 당기순이익은 2735억 원에서 2650억 원으로 3.1% 줄었다. 

수익성 지표 역시 신한생명은 개선된 반면 오렌지라이프는 악화됐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신한생명의 영업이익률은 2.67%로 직전년도 동기(2.16%) 대비 0.51%포인트 상승했다. 자기자본이익률(ROE)는 7.85%에서 9.14%로 1.29%포인트 올랐다.

같은 기간 오렌지라이프의 영업이익률은 10.95%에서 7.46%로 3.5%포인트 감소했고, ROE는 9.3%에서 8.91%로 0.4%포인트 줄었다.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RBC)비율 역시 상반된 흐름을 보였다. 신한생명의 RBC비율은 2017년 3분기 182.68%에서 2018년 3분기 201.4%로 18.72%포인트 상승한 반면 오렌지라이프의 RBC비율은 502%에서 438.06%로 63.9%포인트 하락했다. 

신한생명 노조 측은 이병찬 신한생명 대표이사가 취임 이후 괄목할만한 실적 개선을 이뤄냈음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를 사퇴시키고 구조조정 전문가를 내정하는 것은 회사에 추가적 리스크를 안기는 셈이라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신한금융지주가 순혈주의를 깨고 체질 개선을 이뤄냈다고 평가한다. 신한지주는 신한은행 출신이 핵심 계열사의 주요 보직을 차지하는 은행 위주의 인사를 단행해 왔다. 

그러나 최근 치러진 신한지주 계열사 사장단 인사에서 정 대표를 비롯해 동양증권 출신의 김병철 신한은행 부행장 겸 신한금융투자 부사장과 이성용 악시온(Accion) 대표이사를 각각 신한금투 대표이사 사장, 신한금융지주 산하 미래전략연구소 소장으로 내정했다.

하지만 외부 출신인 김병철·이성용 모두 1962년생인데 반해 정 대표는 1959년생이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해 인사에서 대대적인 '세대교체'를 이뤄낸 것과는 대조적이다. 신한은행장으로 내정된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부사장 역시 1961년생이다.

신한금융지주의 CEO 가운데 1950년대생은 1957년생인 조용병 회장과 정 대표 단 둘 뿐이다.

si-yeon@datanews.co.kr

[ⓒ데이터저널리즘의 중심 데이터뉴스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