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악화에 빛 바랜 SK그룹 계열사 스톡옵션

11곳 중영업익·당기순익 모두 증가는 SK하이닉스·SKC·SK머티리얼즈 3곳 뿐


SK그룹 계열사들이 국내 그룹사 중 가장 적극적으로 스톡옵션을 시행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기업을 제외하면 지난해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SK그룹 주요 계열사들은 최태원 회장의 책임경영 강화 방침에 따라 최근 1~2년 사이 스톡옵션 부여를 통한 기업가치 극대화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선행돼야 할 실적 개선은 이뤄지지 못해 적극적인 스톡옵션 시행이 빛을 잃고 있다는 분석이다.

25일 데이터뉴스가 스톡옵션을 시행하고 있는 SK그룹 11개 상장 계열사의 2018년 실적을 분석한 결과, 전년에 비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모두 개선된 곳은 3개 기업에 그쳤다.

지난해 SK그룹의 대표적인 실적 상승 기업은 2017년에 이어 2018년에도 폭발적으로 성장한 SK하이닉스로,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각각 51.9%, 46.0% 늘었다. 특히 영업이익률이 51.5%에 달했다. 

SK하이닉스는 부회장 시절 초고속성장을 이끈 박성욱 SK수펙스추구협의회 ICT위원장에게 2017년 29만8800주의 스톡옵션을 부여했다. 또 정태성 낸드개발총괄 사장과 이석희 대표이사 사장에게 각각 1만5918주, 7223주의 스톡옵션을 시행했다. 스톡옵션 시행을 전후해 SK하이닉스가 급성장을 거듭하고 주가 역시 오르면서 스톡옵션 부여와 기업가치 제고가 궤를 같이 했다. 다만, 반도체 시장상황이 나빠지면서 올해 실적을 얼마나 잘 방어하느냐가 또 다른 관건이 될 전망이다.

지난해 3월 주주총회를 통해 CEO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한 SKC(이완재 사장, 18만2862주)와 SK머티리얼즈(장용호 사장, 3만5380주)도 매출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이 모두 늘어 스톡옵션이 실적과 연동한 사례로 꼽힌다.

하지만, 이들 기업을 제외한 계열사들은 지난해 영업이익이나 당기순이익이 전년보다 나빠져 스톡옵션을 받은 CEO들의 체면을 구겼다.

SK그룹 지주사 SK㈜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늘었지만 영업이익이 18.4% 감소했다. SK㈜는 유가 하락에 따른 수익 축소 등으로 영업이익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2년 전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과 장동현 SK㈜ 사장에게 각각 6만7733주와 5만6557주의 스톡옵션을 부여했다. 조 의장과 장 사장 모두 올해부터 순차적으로 스톡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지난해 3월 박상규 사장에게 스톡옵션 117만4575주를 부여한 SK네트웍스는 매출,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이 모두 감소했다. 특히 당기순이익 하락폭(-77.9%)이 컸다. 세무조사 관련비용 등으로 당기순이익이 줄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김준 사장에게 7만551주의 스톡옵션을 준 SK이노베이션도 지난해 유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38.5% 줄었다. 

스톡옵션 적용 대상을 확대하고 있는 SK텔레콤도 실적 부진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3.7%, 21.8% 줄었다. 2017년 박정호 사장에게 스톡옵션(6만6504주)을 시행한 SK텔레콤은 지난해 임원 3명에게 스톡옵션을 준데 이어 올해도 4명의 임원을 대상자에 추가했다.

2016년 SK 계열사 중 가장 먼저 스톡옵션을 시행한 SK디앤디는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 증가에도 불구하고 당기순이익이 19.4% 줄었다. SK디앤디는 함스테판윤성 사장에게 2016년 7만 주, 2017년 5만 주, 2018년 5만 주 등 총 17만 주의 스톡옵션을 부여했다. 또 SK 계열사 중 가장 많은 총 12명의 임원에게 1만~5만 주의 스톡옵션을 주는 등 적극적으로 스톡옵션을 시행하고 있다.

강동식 기자 lavita@dat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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