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의 혁신...롯데 ‘디지털 전환’ 가속

수년째 그룹 디지털 전환 직접 챙겨…유통·물류 혁신, 스마트팩토리 등 가속


롯데그룹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 디지털 전환) 속도가 빨라지면서 가시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롯데의 신속한 디지털 전환은 신동빈 롯데 회장의 일관된 추진 의지가 가장 강력한 원동력이라는 평가다. 

9일 데이터뉴스가 신동빈 롯데 회장의 최근 2년간 공식석상의 발언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공시 등을 분석한 결과, 과거 IT 투자에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롯데그룹은 최근 2년새 국내 그룹사 중 가장 적극적으로 디지털 전환에 나서고 있다. 

디지털 전환은 기업에서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분석, 클라우드컴퓨팅, 사물인터넷(IoT) 등 최신 ICT를 활용해 기업의 운영과 서비스를 혁신하는 것이다. 디지털 전환은 익숙한 업무 패턴을 바꿔야 하는 부담이 크고 성과 가시화에 시간이 걸려 톱다운 방식 추진이 더 효과적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 같은 측면에서 신동빈 회장의 지속적인 관심과 추진이 롯데그룹 디지털 전환의 강력한 원동력으로 풀이된다.

신 회장은 2017년 이후 지속적으로 그룹 구성원들에게 디지털 전환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2017년 신년사에서 “AI, 가상현실(VR) 등 ICT에 기반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한 새로운 사업기회 발굴”을 주문한 신 회장은 2018년 신년사에서 “그룹 전반에 디지털 전환을 이뤄 환경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며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자”고 강조했다. 

신 회장의 디지털 전환 주문은 올해 더욱 구체화됐다. 신 회장은 지난 1월 신년사에서 “단순히 첨단 ICT의 일부 활용이나 관련 서비스 개발에 그쳐서는 안 된다”며 “신기술을 빠르게 습득해 모든 경영 프로세스에 적용하고, 우리의 사업구조에 적합하고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해 육성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같은 달 사장단과 BU 및 지주사 임원들이 참석한 VCM(Value Creation Meeting)에서 “글로벌 기업들과 비교하면 롯데는 IT 투자율도 더 높여야 하고 투자분야도 한정적”이라며 “롯데만의 자산인 빅데이터와 오프라인 매장, 물류 인프라 등을 확장해 고객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회장의 이 같은 메시지를 바탕으로 롯데는 제조, 물류, 유통, 서비스 등 전 분야에 걸친 디지털 혁신 생태계를 구축하고 그룹의 데이터를 통합, 분석해 고객의 기대를 뛰어넘는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디지털 전환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롯데는 이러한 목표에 따라 온·오프라인 쇼핑 경계를 허문 롯데하이마트 옴니스토어, IoT 자동제어, 실내위치 서비스, 빌딩 에너지 관리 등 스마트시티 기술이 대거 도입된 롯데월드타워, 직원 업무 효율화를 위한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 시스템 도입, AI 기술을 활용한 챗봇 서비스, 빅데이터 분석에 따른 트렌드와 판매 예측을 통한 제품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적인 변화를 추진해왔다. 

▲롯데는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챗봇 서비스, 빅데이터 분석에 따른 트렌드 예측을 통한 제품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은 고객이 롯데백화점에서 이미지 인식 기능을 통해 인공지능 챗봇 서비스 '로사'에게 상품을 추천받는 모습. 로사는 모바일을 통해 고객과의 음성 대화와 채팅이 가능하고 빅데이터에 기반해 고객의 요청과 성향에 맞는 상품을 제안해 준다. / 사진=롯데지주


특히 지난해 10월 미래 성장을 위한 50조 원 투자계획을 발표하면서 디지털 전환을 비중 있게 다뤄 관심을 모았다. 당시 롯데는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그룹 전반에 디지털 전환을 이뤄 새로운 성장 기회를 모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는 또 지난 5월 초 그룹의 디지털 전환사업 추진을 좀 더 체계화하고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롯데지주 내에 전담조직인 DT전략사무국을 신설해 주목받고 있다.

롯데의 디지털 전환사업은 그룹의 다양한 영역에서 전면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그룹의 주력인 유통부문의 경우 온라인 사업역량을 업계 1위 수준으로 끌어올리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롯데는 온라인 통합, 시스템 개발 등 온라인 사업에 3조 원을 투입하고, 내년 상반기 7개 롯데 유통사의 모든 상품을 쇼핑할 수 있는 통합 앱을 내놓을 계획이다. 롯데는 이 같은 변화를 통해 2022년 온라인 매출 20조 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온라인뿐만 아니라 백화점, 쇼핑몰 등 오프라인 매장도 카트나 바구니 없이 단말기를 사용해 쇼핑이 가능한 ‘스마트 쇼퍼’ 서비스 도입, 온·오프라인, 모바일 등 모든 쇼핑 채널을 융합해 소비자가 하나의 매장을 이용하는 것 같은 환경을 제공하는 옴니채널 확대 등 다양한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롯데는 물류체계 혁신에도 적극 투자하고 있다. 지난 3월 롯데글로벌로지스와 롯데로지스틱스의 합병법인을 출범시킨데 이어 충북 진천에 3000억 원 규모의 메가허브 터미널을 구축하고 있다. 2022년 1월 문을 여는 메가허브 터미널은 하루 150만 박스의 택배물량을 소화할 수 있는 규모로, 디지털 전환에 초점을 맞춰 건설될 예정이다.

롯데는 또 화학, 식품 등 그룹의 모든 주력 분야에 대해 AI, 빅데이터, IoT 등 신기술 투자를 통해 스마트 팩토리 전환을 전면적으로 추진하는 등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한다는 전략이다. 

롯데는 이 같은 경험을 해외로 확장할 계획이다. 롯데는 올해 하반기에 인도 마드라스 인도공대 리서치파크에 롯데 인도 R&D 센터(가칭)를 설립한다. 이 센터는 롯데그룹 디지털 전환사업의 글로벌 거점이 될 예정이다. 롯데는 이 곳에서 빅데이터 기반의 공정 자동제어 솔루션과 같은 스마트 팩토리 기술을 비롯해 AI 기반 RPA 솔루션, 무인 매대 관리시스템 등 다양한 디지털 전환 관련 기술을 개발할 방침이다.

롯데그룹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IT서비스 계열사인 롯데정보통신의 역할도 주목받고 있다. 롯데정보통신은 물류 IT 솔루션, 초고층 빌딩 인텔리전트 시스템, 융복합 보안, 스마트 팩토리, AI 개인추천 서비스, IoT 제어, 블록체인 인증 솔루션 등 디지털 전환에 필요한 기술을 확보해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롯데정보통신 관계자는 “디지털 신기술에 대해 지속적인 투자와 연구개발을 수행하고 이를 계열사 업무에 접목시켜 그룹의 디지털 혁신을 이루는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강동식 기자 lavita@dat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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