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경의 야생화 산책] 높은 산 정상에 핀 화려한 꽃, 산오이풀

고산지대 습기 많은 곳에서 자라나...잎을 손바닥으로 비비면 오이 냄새

조용경 객원기자 2019.10.08 08:40:55

붉은색의 산오이풀 꽃은 여성들의 붉은색 숄처럼 탐스럽고 화려하다. 사진=조용경

8월 하순에서 9월에 걸쳐 높은 산의 정상 부근, 바위틈에 핀 붉은 수수이삭 같기도 귀부인들이 어깨에 두르는 붉은색 숄 같기도 한 탐스럽고 화려한 꽃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 꽃의 이름이 바로 '산오이풀'입니다.

산오이풀은 쌍떡잎식물로 장미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입니다.

산오이풀은 '오이풀'과 유사한 종입니다. 지리산이나 가야산, 덕유산, 설악산 등 해발 1000m 이상의 높은 산 정상 부근에서 피는데, 잎을 손바닥으로 비비면 오이 냄새가 난다고 합니다. 그래서 '산오이풀'인가 봅니다.

산오이풀은 해발 1000m이상의 높은 산 정상부근에 밀집해서 핀다. 사진=조용경

산오이풀은 주로 고산지대의 습기가 많은 곳에서 자랍니다. 굵은 뿌리줄기가 옆으로 뻗으면서, 큰 무리를 이루어 피게 됩니다.

뿌리에서 나온 잎은 잎자루가 길고 깃꼴이며, 줄기에는 4~6쌍의 작은 잎들이 어긋나기로 달립니다. 작은 잎은 긴 타원형이고 양 끝이 둥글며, 뒷면은 흰색이고,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습니다.

전체 높이는 40~80cm입니다.

산오이풀은 산 정상의 험한 바위틈에서 고고하게 핀다. 사진=조용경

8~9월에 들어 진한 붉은 색 꽃이 가지 끝에 수상꽃차례로 다닥다닥 달립니다. 꽃차례는 원기둥 모양이고, 길이는 4~10cm입니다. 꽃이 피면서 꽃줄기는 아래를 향해 숙여집니다. 꽃이 화사하고 꽃차례가 커서 대단히 화려한 모습입니다.

4개의 꽃받침 조각은 뒤로 젖혀지고 꽃잎은 따로 없습니다.

수술은 9~11개로서 길이는 7~10cm입니다. 꽃밥은 마르면서 노란 갈색으로 변하고, 밑부분은 짙은 갈색이 됩니다.

열매는 수과(瘦果), 즉 열매껍질이 단단하여 터지지 않고 1방에 1개의 씨가 들어있는 형태로, 네모꼴입니다.

산오이풀의 꽃말은 '애교'입니다. 꽃줄기가 아래를 향해 늘어지는 모습에서 그런 꽃말이 붙은 것으로 보이는데, '애교'보다는 '화려함' 혹은 '농염함'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습니다.

산오이풀의 화려함은 숨이 막힐 정도다. 사진=조용경

저는 지난 8월 말, 해발 1600m가 넘는 덕유산 향적봉에서 산오이풀을 처음 만났는데, 자욱한 안개 속에 무리지어 핀 그 화려함에 숨이 막힐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나태주 시인은 '풀꽃'이라는 시에서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고 노래했습니다. 

그러나 제 눈에는 '산오이풀'은 '척 보아도 예쁘고, 오래 보지 않아도 사랑스러운' 꽃이었습니다.

조용경 객원기자 / hansongp@gmail.com  
야생화 사진작가  
(사)글로벌인재경영원 이사장  
전 포스코엔지니어링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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