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리더십이 바뀌고 있다] ②백화점식 사업확장 없다, 1등 사업 집중

현대차는 스마트모빌리티, LG는 전장사업, 삼성·SK는 반도체에 공격적 투자

강동식 기자 2019.11.13 08:44:33


40, 50대 젊은 총수들이 이끄는 주요 그룹의 최근 행보는 과감한 선택과 통 큰 투자로 요약된다.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 주요 그룹은 과거 고도성장기에 주된 경영전략이었던 백화점식 사업 확장에서 벗어나 업력, 규모와 무관하게 비핵심분야로 구분한 사업은 과감하게 철수하고 있다. 반면, 그동안 축적한 자금과 비핵심사업 매각으로 확보한 실탄으로 잘 할 수 있는 사업과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사업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선택과 집중을 특징으로 한 40, 50대 젊은 총수들의 경영전략은 지난 1월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의 올해 신년사가 잘 대변한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신년사에서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점검해 군살을 제거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경영 효율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사업별 글로벌 시장에서의 독자적인 생존력을 키워나갈 것”이라며 “내실경영을 통해 확보한 재원을 활용해 ICT 융합, 공유경제, 인공지능(AI), 스마트 모빌리티와 같은 미래 분야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현대차는 지난 2월 2023년까지 5년간 연구개발(R&D)과 미래기술에 45조3000억 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특히 ▲차량 공유 등 스마트 모빌리티 6조4000억 원 ▲차량 전동화 3조3000억 원 ▲자율주행·커넥티비티 2조5000억 원 ▲선행 개발 및 연구개발(R&D) 지원 2조5000억 원 등 미래기술에 14조7000억 원을 투자한다. 

▲현대차그룹은 스마트 모빌리티, 자율주행 등 미래기술 확보를 위해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9월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골드만삭스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왼쪽)과 케빈 클락 앱티브 CEO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개발 합작법인 설립 계약을 체결한 뒤 악수하는 모습 / 사진=현대차그룹


현대차는 또 지난 9월 대표적인 자율주행 기술기업 앱티브와 합작법인 설립을 발표했다. 2022년까지 완성차 업체 등에 공급할 자율주행 플랫폼 개발·상용화가 합작법인의 목표다. 현대차는 이를 위해 2조3900억 원을 투입한다.

LG그룹은 지난해 6월 구광모 회장 취임 이후 큰 폭의 사업 포트폴리오 변화를 꾀하고 있다. 주력 계열사인 LG유플러스는 지난 2월 CJ헬로 지분 50%+1주 인수를 결정했다. 8000억 원이 투입되는 이번 인수를 통해 IPTV 3위 LG유플러스는 유료방송 시장 2위로 등극한다. 반면, 연 매출 3500억 원 규모지만, 비핵심사업로 분류되는 전자결제(PG)사업부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다른 계열사의 사업재편도 활발하다. LG전자는 연료전지 자회사를 청산했고, 수처리 자회사 매각도 결정했다. 반면, 로보스타 경영권 인수 등 로봇사업을 강화하고 있고, 자동차 전자장비(전장)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또 LG디스플레이는 일반 OLED 조명사업에서 철수하는 대신, 전장 OLED 사업을 확대하기로 했다. 특히 전장사업은 LG그룹 차원에서 미래 신성장사업으로 선정, 공을 들이고 있다. 

최태원 회장의 SK그룹은 반도체·통신·화학을 3대 축으로 삼아 그룹 사업 포트폴리오를 폭넓게 재편하고 있다. 2012년 우려 속에서도 하이닉스를 인수해 성공적인 결과를 낳은 SK는 이후 머티리얼즈, 실트론을 인수하면서 반도체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SK텔레콤은 ADT캡스 인수에 이어 티브로드 인수 추진 등 융복합을 가속화하고 있다. 반면, SK증권, SK엔카, SK해운 등 굵직한 사업부문을 잇따라 매각하면서 사업 재편을 가속하고 있다. 

SK의 이 같은 행보는 최태원 회장의 SK 혁신방향인 ‘딥체인지(Deep Change)’와도 맞닿아있다. 최 회장은 지난해 11월 ‘2018 CEO세미나’에서 “그동안 우리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거나 지속가능하고 경쟁력이 있다고 믿고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고 혁신하는 것이 딥체인지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당시 SK 계열사 CEO들은 기존 사업 경쟁력 강화와 신규 사업 실행력 제고를 위한 비즈니스 포트폴리오의 선택과 집중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이끄는 삼성그룹은 2014년 11월 삼성테크윈, 탈레스, 종합화학, 토탈을 한화에 매각하는 초대형 빅딜을 진행했다. 이듬해 10월에는 삼성SDI 케미칼 부문,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을 롯데에 매각했다. 

반면, 반도체 등 그룹의 주력사업과 전장 등 신사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글로벌 1위를 목표로 R&D 73조 원, 첨단 생산시설 60조 원 등 총 133조 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앞서 2017년 전장 사업 강화 등을 위해 국내 기업의 해외 기업 인수합병(M&A) 금액으로는 최고인 9조3600억 원을 투입, 미국의 전장 및 오디오 기업 하만을 인수했다.

▲효성은 2028년까지 탄소섬유 산업에 1조 원을 투자해 현재 연산 2000톤 규모인 생산규모를 연산 2만4000톤까지 확대한다. 사진은 지난 8월 20일 전북 전주시 효성첨단소재 전주공장에서 열린 탄소섬유 신규투자 협약식에서 조현준 효성 회장이 탄소섬유 투자계획을 발표하는 모습 / 사진=효성그룹


조현준 회장의 효성은 지난 8월 탄소섬유 사업 확대를 위한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효성은 1조 원을 투입해 탄소섬유 생산규모를 현재 2000톤(1개 라인)에서 2028년 2만4000톤(10개 라인)으로 확대해 세계 3위 탄소섬유 생산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정용진 부회장이 이끄는 신세계는 오프라인 유통에 머물지 않고 이커머스의 강자가 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신세계는 지난해 10월 온라인 물류 인프라, 상품 경쟁력, IT시스템 향상을 위해 1조7000억 원을 투자해 2023년 온라인 매출 10조 원을 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재현 회장의 CJ그룹은 2020년까지 매출 100조 원을 올리겠다는 ‘그레이트 CJ’와 2030년 3개 이상의 사업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하겠다는 ‘월드 베스트 CJ’의 달성을 위해 물류, 바이오, 문화콘텐츠를 중심으로 M&A 등을 통한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이와 병행해 CJ헬로 지분을 매각하는 등 사업부문의 선택과 집중을 강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세계시장을 놓고 각 분야에서 글로벌 공룡기업들과 부딪쳐야 하는 시장 환경에 접어들면서 국내 그룹사들이 과거와 같이 다양한 사업에 역량을 분산하면 생존하기 어렵다고 진단한다. 이에 따라 선대의 백화점식 경영전략에서 탈피해 그룹의 모태사업이라도 경쟁력이 없으면 과감하게 포기하고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는 젊은 총수들의 경영방식이 앞으로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강동식 기자 lavita@dat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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