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잠잠할까...삼성 CEO, 실적따라 좌불안석

전반적 실적 하락 속 ‘60세 용퇴 룰’ 적용 여부 관건...변화보다 안정 택할 가능성 커


지난해 말 주요 계열사 CEO에 변화를 주지 않은 삼성그룹이 올해 사장단 인사에서 어떤 행보를 보일지 관심이다. 삼성은 2017년 말 60세 이상 사장 용퇴를 통해 큰 폭의 세대교체를 단행한 이후, 2018년 말 인사에선 상장 계열사 대표를 모두 유임시켰다. 올해는 실적이 좋지 않거나 재임기간이 긴 대표를 대상으로 조심스럽게 교체 가능성이 제기된다. 하지만 경제 불확실성이 커져 변화보다 안정을 택할 가능성이 커 인사폭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18일 데이터뉴스가 삼성 상장 계열사 실적을 분석한 결과, 16개 주요 상장 계열사의 68.8%인 11개 기업의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감소했다. 지난해 전자 업종을 중심으로 상당수 계열사가 실적 최고점을 찍은 데다 올해 시장상황이 좋지 않아 실적 하락 계열사가 많았다.

사장단 평가에서 실적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점에서 CEO 교체 수위가 주목받고 있다. 다만 불투명한 경제 전망이 급격한 변화를 꺼리는 요인이 되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파기환송심에 임해야 한다는 점에서도 조직 안정에 좀 더 무게를 둘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사상 최고 실적을 거둔 삼성그룹 전자계열 상장사들은 올해 수익성이 크게 하락했다. 

삼성전자는 김기남·김현석·고동진 대표 체제 2년차인 올해 큰 폭의 실적 감소를 경험했다.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57.1% 감소했고, 당기순이익도 54.0% 줄었다. 치솟던 반도체 가격 급락이 주된 원인이다. 타 사업부문이 개선되는 모습은 고무적이다. 가전을 담당하는 CE부문의 3분기 누적 영업이익(1조8000억 원)이 전년 동기보다 33.3% 늘었다. 모바일 사업을 맡은 IM부문은 스마트폰 시장 정체 속에서 3분기까지 6조7500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전년 동기 대비 22.1% 감소했다. 하지만, 3분기에는 갤럭시 노트10 등 스마트폰 판매량 증가와 중저가 제품 수익성 개선으로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7000억 원 늘었다. 반도체 사업을 책임진 김기남 사장(1958년생)이 나이가 많은 게 변수지만, 세계 반도체 시장이 회복세에 접어들고 있고, 대규모 시스템 반도체 투자를 앞둬 연속성에 무게가 쏠린다.


삼성전기와 삼성SDI는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각각 29.5%, 5.2% 하락한 가운데 두 기업 CEO 연임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삼성전기는 지난해 초호황세 속에 실적을 견인한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가격 하락이 실적 감소로 이어졌다. 삼성SDI는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 사고 여파 등으로 부진을 겪었다. 유럽, 미국 등 해외 신규 수주 확대는 기대되는 부분이다. 두 회사 모두 내년 실적 개선을 예상하고 있다. 이윤태 삼성전기 사장은 2015년 대표에 취임해 상대적으로 재임기간이 긴 편이다.

IT서비스 기업 삼성SDS는 3분기 누적 매출,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모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성장했다. 홍원표 삼성SDS 사장은 지난해 연임에 성공해 2022년 3월이 임기만료다. 홍 사장은 취임 이후 안정적으로 실적 향상을 이어왔다는 점에서 교체 가능성이 높지 않다.

삼성그룹 비전자 계열사는 영업이익이 두 배 이상 늘어난 삼성엔지니어링을 빼면 대체로 부진했다.

3인 대표이사 체제인 삼성물산은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37.0% 줄었다. 이 기간 이영호 사장이 맡은 건설부문의 영업이익이 33.2% 줄었고, 고정석 사장의 상사부문도 60.1% 감소했다. 정금용 부사장이 이끄는 리조트 부문 역시 9.3% 하락했다. 3명 모두 2021년 3월이 임기만료다.

삼성중공업은 매출 증가에도 불구,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크게 악화됐다. 3분기 누적 기준 4016억 원의 영업손실과 9952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보다 손실액이 각각 45.7%, 252.3% 늘었다. 2017년 말 경영 악화의 책임을 지고 사임한 전임 대표의 바통을 이어받은 남준우 삼성중공업 사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삼성그룹 상장 계열사 중 실적이 가장 저조했지만, 조선업계 장기 불황이 감안됐다. 올해는 2분기까지 전년 동기보다 적자폭을 줄였지만, 3분기에 드릴십 2척 계약 해지 등으로 영업손실이 크게 늘었다. 

남준우 사장과 비슷한 시기에 삼성엔지니어링 대표에 오른 최성안 사장은 호실적을 이어갔다. 취임 첫해인 지난해 영업이익을 전년보다 4배 이상 늘린데 이어 올해도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지난해 연간 기록을 초과하는 실적을 달성, 자리를 지킬 가능성이 크다.

에스원은 경쟁이 치열해지는 보안시장에서 전년과 대등한 3분기 누적 실적을 유지하면서 선방한 것으로 평가된다. 매출과 당기순이익은 전년보다 늘었고, 영업이익은 0.1% 줄었다. 업황 부진을 뚫고 실적을 유지 중인 육현표 사장의 뚝심이 계속해서 통할 수 있을지 관심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3분기까지 152억 원의 누적손실을 기록, 적자전환했다. 3분기에 236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손실폭을 크게 줄인 점은 긍정적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이끄는 김태한 사장은 실적 외 요인이 거취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김 사장은 삼성그룹 상장 계열사 대표 중 나이가 가장 많고, 최장수 CEO다. 분식회계 이슈로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삼성그룹 금융 계열사들도 시장상황 악화 등의 영향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규모가 큰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실적 하락이 눈에 띄었다.

삼성생명은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8.1% 줄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도 42.2% 감소했다. 생보업계 전반이 힘겨운 한해를 보낸 가운데, 2021년 3월까지 임기인 현성철 삼성생명 사장의 돌파력에 관심이 쏠린다. 현 사장은  취임 첫해인 지난해 영업이익을 전년보다 9000억 원 가까이 늘렸지만, 올해는 수익성 하락에 고전했다.

삼성화재도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34.3% 감소했고, 당기순이익도 33.9% 줄었다. 삼성화재의 첫 내부 승진 사장인 최영무 사장 역시 지난해 선전한 반면, 올해는 수익성 하락을 면치 못했다. 최 사장도 현성철 사장과 같이 지난해 3월 취임해 재임기간은 길지 않은 편이다. 

삼성카드는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3.1% 감소했다. 카드 시장상황 악화를 감안하면 비교적 선방한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원기찬 사장이 2014년 삼성카드 사장에 올라 장수 CEO로 구분되는 점이 거취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원 사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삼성증권도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0.2% 감소에 그쳐 나쁘지 않은 성적표를 받았다. 지난해 7월 배당사고로 어수선한 상황에서 대표이사 직무대행을 맡은 장석훈 부사장은 조직을 안정시키며 비교적 무난한 평가를 받고 있다.

강동식 기자 lavita@dat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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