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체제 2기 인사, 변화보다 안정 예상

취임 후 상장 계열사 대표 절반 이상 교체…실적 부진 불구 경제 불투명 속 소폭 인사 전망


구광모 회장 취임 2년 째인 올해 LG그룹 사장단 정기인사 폭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상장 계열사의 성적표가 전반적으로 나쁜 점은 변화 요인이다. 하지만, 구 회장 취임 후 이미 절반이 넘는 상장 계열사 대표이사가 바뀐 점을 감안하면 큰 변화를 예상하기 어렵다. 관심의 대상인 부회장들의 거취 역시 불투명한 경영환경을 감안해 변화를 주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19일 데이터뉴스가 LG그룹 12개 상장 계열사 실적 분석 결과,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악화된 기업이 9개(75%)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조사에서 영업이익이 줄어든 기업이 6개였던 것에 비하면 성적표가 나빠졌다. LG디스플레이와 로보스타의 영업손실이 늘었고, 지투알은 영업이익 적자로 전환했다.

LG그룹의 인사원칙이 책임경영과 성과주의인 것을 감안하면 이 같은 실적 부진은 연말 그룹사장단 정기인사에서 변화를 줄 수 있는 요인이다. 하지만 구 회장 체제에서 이미 2명의 부회장을 포함해 7개 기업 대표이사가 새 인물로 교체되거나 맞바꿈해 재임기간이 짧은 CEO가 많아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LG그룹은 구 회장 취임 이후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 정철동 LG이노텍 사장, 윤춘성 LG상사 부사장, 정성수 지투알 부사장을 새로 선임했고,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과 권영수 ㈜LG 부회장의 자리를 맞바꿨다. 

LG그룹 인사에서 관심의 대상 중 하나는 부회장들의 거취다. 구 회장 체제에서 이미 2명의 부회장이 물러났다.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이 지난해 11월 이사회 의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8년간 LG디스플레이를 이끈 한상범 부회장은 실적악화에 책임을 지고 지난 9월 용퇴했다. 현재는 기존의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 권영수 ㈜LG 부회장과 올해 선임된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등 5명의 부회장이 그룹 주력 사업을 책임지고 있다.


차석용 부회장은 올해 좋은 실적을 이어갔다. LG생활건강은 3분기까지 9354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전년 동기보다 12.9% 증가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연간 영업이익 1조 원 돌파가 확실하다. 화장품을 중심으로 장기간 높은 성장세를 이어온 차 부회장은 대체 인물을 찾기 어렵다는 평을 듣고 있어 LG그룹 상장사 사장단 중 가장 많은 나이(66세)와 가장 긴 CEO 재직기간에도 불구하고 유지 가능성이 높다.

차 부회장을 제외한 부회장들은 올해 영업이익 악화를 경험했다. 조성진 부회장의 LG전자는 3분기 누적 매출이 소폭 늘었지만, 누적 영업이익은 11.2% 줄었다. 다만 3분기에 2714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2009년 이후 최대 3분기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지난해 8월 권영수 부회장과 자리를 맞바꾼 하현회 부회장이 이끄는 LG유플러스는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20.4% 감소했다. 5G 서비스에 따른 대규모 투자와 마케팅 비용 확대가 주된 요인이다. 5G 가입자가 늘면서 3분기 연속 무선 수익이 증가한 것은 긍정적이다. 권영수 부회장이 구광모 회장과 함께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LG도 지분법이익 감소 등으로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30.0% 줄었다. 

2016년부터 LG전자를 이끌어온 조성진 부회장은 올해 실적 부진에도 유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글로벌 경제 불안이 커지면서 스마트폰 사업의 장기 부진에도 불구하고 가전을 중심으로 고성장을 이끌어온 조 부회장의 경험과 경영능력 활용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하현회 부회장과 권영수 부회장도 구광모 회장 취임 직후 원포인트 인사를 통해 자리를 맞바꾼 지 1년여에 불과해 역시 교체 가능성이 크지 않다. 

구광모 회장이 세대교체의 필요성을 강하게 느낄 경우 이들에 대해 의외의 교체 카드를 쓸 수 있다. 이들 부회장의 나이는 62세부터 66세까지다. 하지만, 불투명한 경영환경과 맞물려 변화보다는 안정에 방점을 찍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구광모 회장 체제에서 선임된 5명의 CEO는 재임기간이 짧아 이번 정기인사에서 교체 가능성은 적다. 다만 좋지 못한 실적은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LG이노텍을 제외하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모두 하락했다.

신학철 부회장 경영 첫해 LG화학은 석유화학 수요 부진 등으로 인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52.8% 감소했다. 당기순이익도 68.9% 줄었다. LG디스플레이는 3분기 누적 영업손실액이 9375억 원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손실액이 403.0% 늘었다. 전임 CEO 재직기간 실적으로 정호영 사장의 책임과는 거리가 있다. 지난 3월 윤춘성 부사장이 대표에 취임한 LG상사는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17.9% 감소했고, 정성수 부사장이 이끄는 지투알은 84억 원의 3분기 누적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한편, 내년 3월 대표이사 임기가 만료되는 실리콘웍스와 로보스타는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모두 악화됐다. 손보익 부사장이 2015년부터 대표를 맡고 있는 실리콘웍스는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37.0% 감소했다. 강귀덕 사장이 이끄는 로보스타는 3분기 누적 영업손실 34억 원을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손실액이 30억 원 늘었다.

강동식 기자 lavita@dat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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