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경의 야생화 산책] 할머니의 하얀 머리카락이 품은 꽃잎, 할미꽃

들판이나 산지, 양지 바른 무덤 주변에서 피어나…뿌리는 해열, 소염 등에 효능

할미꽃은 양지바른 산지의 무덤가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사진=조용경

“뒷동산의 할미꽃 꼬부라진 할미꽃 / 싹 날 때에 늙었나 호호백발 할미꽃 / 천만 가지 꽃 중에 무슨 꽃이 못되어 / 허리 굽고 등 굽은 할미꽃이 되었나”

아마도 오십 대 후반 이상의 세대라면 대부분 어린 시절에 부르던 이 ‘할미꽃’ 동요를 기억하실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들판이나 산지, 특히 양지 바른 무덤 주변에서 피어나는 할미꽃을 쉽게 불 수 있었는데, 요즘 아이들은 할미꽃이 뭔지도 잘 모르는 것 같더군요. 

할미꽃은 쌍떡잎식물로 미나리아재비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입니다.

봄이 오기 무섭게 땅속으로 곧고 깊게 내려간 뿌리의 머리 부분에서 잎이 무더기로 나오고 옆으로 퍼집니다.

잎은 잎자루가 길고, 깃털 모양을 한 5개의 작은 잎으로 모여 있습니다. 작은 잎들은 길이가 3∼4cm이며, 3개로 깊게 갈라지고, 잎끝은 둔한 모양입니다.
 
전체에 흰 털이 빽빽하게 나 있어서 흰색으로 보이지만, 표면은 짙은 녹색입니다.

꽃은 3월 말부터 4월에 걸쳐 피는데, 긴 꽃줄기 끝에서 한 송이씩 밑을 향하여 달립니다. 색은 붉은빛을 띤 자주색입니다. 

할미꽃은 원줄기가 굽은 데다, 전체에 하얀 털이 나 있어서 할미꽃으로 부른다. 사진=조용경

꽃은 크고 통꽃으로 보이지만, 꽃받침 잎이 6개로 갈라지고 긴 타원형 모양입니다. 겉에는 흰털이 빽빽하게 나 있으나 안쪽에는 없습니다.

꽃이 지고 나면 갸름한 달걀모양의 열매가 달리는데, 그 위에 길이가 4~5cm 정도의 수술들이 마치 하얀 머리카락처럼 달려서 나부낍니다.
 
꽃줄기가 아래로 굽은 데다, 긴 수술들과 전체를 하얗게 덮고 있는 흰 털들이 마치 할머니의 하얀 머리카락같이 보이기 때문에 ‘할미꽃’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 같습니다.

할미꽃의 꽃말은 슬픔, 혹은 추억이다. 사진=조용경

할미꽃의 꽃말은 ‘슬픔’ 혹은 ‘추억’이라고 합니다

할미꽃에는 슬픈 전설이 있습니다. 가족들에게 구박을 받던 끝에 시집 보낸 막내 손녀의 집을 찾아 가다가, 추위와 배고픔으로 쓰러져 죽은 할머니의 무덤가에서 피어난 꽃이라고 하지요.

유독성 식물이지만 뿌리는 해열, 소염 등에 효능이 있다고 합니다. 

중국에서는 흰 털이 난 모습이 마치 흰머리가 난 할아버지 같다고 해서 ‘백두옹’(白豆翁)이라고 부른다네요. 그러니 중국에서는 할미꽃이 아니라 ‘할애비꽃’이 되는 셈이죠. 

조용경 객원기자 / hansongp@gmail.com  
야생화 사진작가  
(사)글로벌인재경영원 이사장  
전 포스코엔지니어링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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