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경의 야생화 산책] 산지에 피어난 붉은색 복주머니, 복주머니난

모양 때문에 '개불알꽃', '요강꽃'이라고도 불려…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식물 2급

<2020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해의 첫 순서로 밝고 화려한 복주머니난을 소개해 드립니다. 지난 한 해 애독자 여러분의 성원에 감사드리면서, 건강하고 복된 새해 맞으시기를 축원합니다.>

복주머니난의 꽃말이 튀는 아름다움일 정도로 붉은색이 강렬하다. 사진=조용경

땀이 흐르기 시작할 만한 초여름, 비교적 높은 산의 수풀을 헤치며 걷다 보면 눈을 찌를 듯 화려한 붉은색의 꽃이 눈에 들어옵니다. 

누구든 금세 복주머니를 연상할 만한 모양의 ‘복주머니난’입니다. 

복주머니난은 외떡잎식물로 난초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입니다. 우리나라 전역의 비교적 높고 양지 바르며, 배수가 잘 되는 산지에 자생하고 있습니다.

봄이 되면 땅 속에서 겨울을 지낸 복주머니난의 굵고 짧은 뿌리줄기가 옆으로 뻗으면서, 그 마디에서 수염뿌리를 내립니다. 

마디에서 솟아난 줄기는 곧게 자라며, 키는 대략 25~40cm 정도이고, 길고 널찍한 타원 모양의 잎 3~5개가 어긋나기로 달립니다.

복주머니난은 모양이 수캐의 음난을 닮았다 하여 개불알꽃으로 불리기도 했다. 사진=조용경

꽃은 5~6월에 피는데, 지름 3~5cm의 진홍색 주머니 또는 방울 모양의 꽃이 줄기 끝에 한 송이씩 매달리듯이 핍니다. 그리고 달걀 모양을 한 꽃잎이 위에 한 장, 옆으로 두 장이 마치 꽃을 감싸 안는 듯한 모양으로 달립니다. 

한 때는 꽃의 모양이 수캐의 음낭을 닮았다 하여 ‘개불알꽃’이라고 불렸는데, 언제부터인가 '복주머니난'으로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우리 선조들의 토속적인 정서와 해학을 담고 있는 이름을 굳이 그렇게 바꿀 필요가 있었던 것인지 잘 모르겠네요. 

복주머니난은 생긴 모양 때문에 지역에 따라서는 ‘요강꽃’이라고 부르기도 했답니다.

복주머니난의 꽃말은 ‘튀는 아름다움’ 입니다. 이 꽃말만으로도 복주머니난이 얼마나 화려하고 아름다운 것인지를 능히 짐작할 수 있겠죠?

1997년에 최진실과 박신양이 주인공으로 나온 ‘편지’라는 영화가 있었는데요. 

그 영화에서 임업연구소 연구원인 환유(박신양)가 정인(최진실)에게 이 꽃 이름을 '개불알꽃'이라고 소개하면서 얼굴을 붉히던 장면이 기억이 납니다. 

복주머니난은 근년에 개체수가 급격히 줄어들어 멸종위기식물로 보호받고 있다. 사진=조용경

복주머니난은 수 년 전부터 개체수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어 환경부가 멸종위기 야생식물 2급으로 지정하여 보호하는 식물이기도 하지요.

이처럼 안타까운 멸종 위기 사태는 전국적으로 야생화 화원의 수가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는 현상과도 무관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주로 관상용으로 인기가 있는데, 일단 자생지를 떠나면 생존이 어려운 식물이므로 힘이 좀 들어도 자생지에서 만날 수 있도록 내버려 두면 좋지 않을까요…  

조용경 객원기자 / hansongp@gmail.com  
야생화 사진작가  
(사)글로벌인재경영원 이사장  
전 포스코엔지니어링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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