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경의 야생화 산책] 잔설 밟고 온 산골처녀의 기억, 변산바람꽃

남서부 해안 쪽에 주로 분포하는 우리 꽃…1993년 변산반도에서 처음 발견, 학명에 지명 포함

조용경 객원기자 2020.03.10 08:56:40

변산바람꽃은 변산반도에서 처음 발견된 순수한 우리꽃이다. 사진=조용경


"살가운 봄바람은, 아직 저만큼 비켜서서 눈치만 보고 있는데 / 어쩌자고 이리 불쑥 오셨는지요 / 언 땅 녹여오시느라 손 시리지 않으셨나요 / 잔설 밟고 오시느라 발 시리지 않으셨나요"

'변산바람꽃'을 노래한 이승철 님의 시 가운데 일부입니다.

2월 말에서 3월 초가 되면, 야생화 사진가들은 여수 향일암으로, 변산반도로, 그리고 서해의 섬 풍도로 몰려갑니다.

봄이 기지개를 켜기가 무섭게, 누구보다 먼저 그 소식을 알려주는 봄의 전령사 ‘변산바람꽃’을 만나기 위해서이지요.

쌍떡잎식물로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 화초인 변산바람꽃은 작고 여리지만 해맑고 화사한 모습이 금방 세수하고 나온 듯한 풋풋한 산골 처녀를 연상시킵니다. 

해맑은 변산바람꽃은 풋풋한 산골처녀를 연상시킨다. 사진=조용경

변산바람꽃은 야트막한 산지의 햇볕이 잘 드는 습윤한 지역에서 자라는데, 2월에서 3월 초 사이에 꽃이 피기 때문에 만나기가 쉽지는 않은 꽃입니다. 

얼음이 녹기가 무섭게 땅속에서 겨울을 난 덩이뿌리에서 줄기와 꽃받침이 나오는 변산바람꽃의 줄기는 5~10cm 높이까지 자랍니다.  

꽃잎처럼 보이는 다섯 장의 흰색 또는 연분홍색의 꽃받침이 거꾸로 펼친 우산 모양으로 꽃잎과 수술을 떠받들 듯 받치고 있습니다. 

수술들 사이에서 위로 치솟은 깔때기 모양의 꽃잎은 노랑색 또는 연한 녹색으로, 적게는 4개에서 많게는 10개가 넘게 달리구요.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꽃잎과 수술의 모양이 환상적일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변산바람꽃은 피었다 금세 지기에 꽃말이 덧없는 사랑이다. 사진=조용경

속명으로 ‘절분초’라고도 하는 변산바람꽃은 야트막한 산지의 습기 많고 햇볕이 잘 드는 지역에서 자생하는 우리나라 특산종입니다. 

1993년 변산반도에서 전북대학교 선병윤 교수가 처음 발견하였고, 그래서 학명에도 변산의 지명과 그의 이름이 포함된 자랑스러운 꽃이지요. 

우리나라 남서부의 해안 쪽으로 주로 분포하며 주 생육지는 변산반도와 풍도, 한라산, 마이산 등지이고, 멀게는 설악산과 수리산에서도 관찰이 됩니다.

꽃말은 ‘비밀스러운 사랑’ 혹은 ‘덧없는 사랑’ 입니다. 

워낙 추울 때 피었다가, 금세 져버리는 탓에 보기가 쉽지 않아서 그런 꽃말이 붙은 듯합니다.

조용경 객원기자 / hansongp@gmail.com  
야생화 사진작가  
(사)글로벌인재경영원 이사장  
전 포스코엔지니어링 부회장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