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경의 야생화 산책] 녹색 잎 가운데 피어난 골짜기의 황금, 금괭이눈

꽃이 필때 황금색으로 변했던 잎은 꽃가루받이가 끝나면 녹색으로 돌아가…고산으로 올라갈수록 색깔이 더 진해져

네 장의 작은 꽃잎은 마치 작은 황금상자 같은 모양을 이룬다. 사진=조용경

따스한 봄날 산지의 계곡을 헤매다 보면 물가의 바위나 나무뿌리 근처에서 무리 지어 피는, 마치 금가루를 뿌려놓은 듯한 녹색의 잎 가운데 조그만 황금색의 보물상자들이 들어 있는 듯한 꽃을 만날 수 있습니다.

'금괭이눈'입니다.

금괭이눈은 쌍떡잎식물이며, 범의귀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입니다. 씨앗이 고양이의 눈을 닮았으며, 꽃을 둘러싼 잎이 노란색이라 하여 '금괭이눈'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 같습니다.

이른 봄 뿌리에서 올라온 원줄기에서 나온 잎은 마주나기하는데, 잎자루는 둥글거나 선형을 이루고, 가장자리에 규칙적인 톱니가 있으며, 표면에는 털이 나 있습니다.

꽃은 4~5월에 노란색으로 피는데, 4장의 꽃잎은 길이가 2.5 mm, 폭은 2mm 정도입니다. 끝이 동그스름하며 박스형으로 사각을 이뤄 곧게 섭니다.

수술은 8개이고 그중 4개는 꽃잎 밑에 붙어 있습니다. 2개의 암술대는 길이가 매우 짧고, 끝이 바깥쪽으로 젖혀져 있습니다.

금괭이눈의 잎은 꽃이 필 때 황금색으로 변했다가 꽃가루받이가 끝나면 녹색으로 돌아간다. 사진=조용경


금괭이눈은 꽃이 아주 작은 노란색입니다. 꽃이 피기 시작하면 꽃을 둘러싼 녹색 잎이 꽃과 같이 노란색으로 물들게 됩니다. 그 모양이 마치 잎에 금가루를 뿌려놓은 것 같습니다. 작은 노란 꽃이 큰 꽃처럼 보이게 되는 모양입니다.

이것은 꽃이 곤충의 눈에 잘 띄어서 꽃가루받이를 쉽게 하기 위한 것으로, 꽃가루받이가 끝나면 노란색으로 물들었던 잎들은 다시 녹색으로 되돌아간다고 하네요. 

이 작은 꽃의 세계에도 오묘한 생명의 질서가 깃들어 있는 듯합니다. 

금괭이눈의 꽃말은 골짜기의 황금이다. 사진=조용경


금괭이눈의 꽃말은 '골짜기의 황금' 혹은 '변하기 쉬운 마음'이라고 합니다.

황금색이 되었다가 꽃가루받이가 끝나면 녹색으로 돌아가는 잎의 모습을 그렇게 비유한 것일까요?

최두석 시인은 이렇게 노래했습니다.

“꽃이 필 때 잎까지 금빛으로 변하는 / 금괭이눈은 열매 맺힐 때 초록으로 변한다 / 몸집이 작기에 온 몸으로 꽃이 되는 것이다 / 땅이 풀릴 무렵 골짜기에 몸을 낮추고 / 햇살에 빛나는 금괭이눈을 들여다 보노라면 / 내 몸집이 지나치게 크다는 생각이 든다”

금괭이눈은 고산으로 올라갈수록 색깔이 더 진하고 화사해진답니다.

조용경 객원기자 / hansongp@gmail.com  
야생화 사진작가  
전 포스코엔지니어링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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