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경의 야생화 산책] 덩굴 우거진 곳, 강렬한 향기 뽐내는 칡꽃

초여름부터 가을에 이르기까지 주변 야산을 온통 뒤덮는 덩굴식물…꽃말은 '사랑의 한숨'

칡꽃은 잎겨드랑이에서 솟아난 꽃대를 따라 무수한 꽃이 총상꽃차례로 핀다. 사진=조용경

초여름부터 가을에 이르기까지 넓은 잎으로 주변 야산을 온통 뒤덮는 덩굴식물이 있습니다. 

익히 잘 알고 있는 '칡'입니다.

쌍떡잎식물로서 콩과의 덩굴식물입니다. 땅속뿌리를 갈아서 만든 칡차가 자양강장제로 좋다고 하여 많은 사람이 즐겨 마시고 있습니다.

그러나 8월에 들어 넓은 잎 사이에 숨은 듯 피는 칡꽃이 대단히 화려하고 향기도 강하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칡덩굴이 우거진 곳에서는 8월 경 강렬한 칡꽃 향기를 맡을 수 있다. 사진=조용경

칡은 산기슭의 양지바른 땅에서 잘 자랍니다. 땅속줄기가 땅속으로 굵고 길게 뻗어 있는데, 봄이 되어 땅속줄기에서 돋아나온 줄기는 빠르게 뻗으면서 다른 나무나 전신주 등을 감고 올라갑니다. 

줄기의 마디에서 나오는, 잎자루가 긴 세 장의 잎은 어긋나기로 달립니다. 가운데가 넓은 타원형이고, 길이와 너비가 각각 10~15cm 정도이며, 뒷면은 흰색입니다. 

꽃은 8월에 잎겨드랑이에서 붉은색이 감도는 자주색으로 피는데, 길이 10∼25㎝ 정도의 꽃대에 많은 꽃이 위로 올라가면서 총상꽃차례로 핍니다. 

꽃은 길이가 2㎝ 정도인데, 통이 좁고 깊어서 벌들을 위한 밀원식물로서는 적합하지 않다고 하네요. 그래서인지 주변에 벌은 잘 보이지 않더군요.

과거에는 사방공사를 하면서 칡을 많이 심었는데, 강한 성장력으로 덩굴이 무성하게 뻗어가면서 주변의 큰 나무들을 뒤덮어 말라죽게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칡꽃은 8월 경 넓은 잎들 사이에 숨어 붉은 자주색으로 핀다. 사진=조용경

칡꽃의 꽃말은 '사랑의 한숨' 이라고 합니다. 칡덩굴이 다른 나무를 감고 올라가지만, 결국은 그 나무를 말라 죽게 하는 것을 그렇게 표현한 것 같기도 합니다.

8월에 칡덩굴이 우거진 숲 언저리로 가면 강렬한 향기를 맡을 수 있습니다. 칡꽃이 피면서 내뿜는 향기입니다. 

그래서인가, 안도현 시인은 그의 시 '공양(供養)'에서 “싸리꽃을 애무하는 산(山)벌의 날개짓소리 일곱 근 / 몰래 숨어 퍼뜨리는 칡꽃 향기 육십 평 / 꽃잎 열기 이틀 전 백도라지 줄기의 슬픈 미동 두 치 반...”이라고 노래했습니다.

시인에게는 그만큼 칡꽃의 향기가 강렬했던 모양입니다. 

칡꽃으로 술을 담그면 빛깔도 고와지고 향기도 좋다고 해서 저도 처음으로 시도해 보았답니다.

조용경 객원기자 / hansongp@gmail.com  
야생화 사진작가  
전 포스코엔지니어링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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