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경의 야생화 산책] 씨앗 주머니에 붉은 루비 구슬 품은 '정선바위솔'

정선과 평창 일대의 험한 바위절벽에 붙어서 피어나…흔하지 않고 개체 수도 제한돼 있어 자생지 보호가 절실히 필요

정선바위솔은 정선, 평창 일대의 험산 바위 절벽에 붙어서 핀다. 사진=조용경

정선바위솔이라는 식물을 아시나요?

강원도 정선과 평창 일대의 석회질이 많은 바위 표면에 붙어서 자라다가 비교적 늦은 가을에 꽃을 피우는, 장미목 돌나물과의 여러해살이풀이랍니다. 

바위솔의 종류가 무척 많지만, 정선바위솔은 씨앗 주머니에 마치 붉은 루비 구슬 같은 씨앗이 가득 들어 있어서 정말 예쁘답니다. 

더구나, 늦은 가을 바위 표면에 붙은 오색의 단풍들과 어울려 아주 화려한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가장 인기가 많은 바위솔이랍니다. 

정선바위솔은 싸앗주머니에 루비구슬같은 붉은 씨앗이 가득 들어 았다. 사진=조용경

정선바위솔은 암벽에 붙어서 겨울을 지낸 겨울눈(冬)에서 싹이 트고, 잎은 뿌리에서 나와 연꽃 모양으로 자라는데, 잎끝은 끝이 가시처럼 뾰족해집니다. 

줄기는 10~20cm까지 자랍니다.

꽃은 9~10월에 걸쳐 흰색으로 피고 수상꽃차례로 빽빽하게 달리는데, 꽃잎과 꽃받침조각은 각각 5개씩이며, 수술은 10개, 씨방은 5개입니다.

꽃밥은 붉은색이지만 점차 검은색으로 변합니다.

여러해살이풀이면서도, 꽃이 피고 열매를 맺으면 죽어버리는 애처로운 일생이지요. 

정선지방이 원산지이지만 그리 흔하지 않고 개체 수도 제한돼 있어서 자생지 보호가 절실히 필요한 식물입니다. 

꽃말은 ‘근면함’입니다. 생육환경이 열악한 석회질의 바위 표면에서 잎을 내고, 줄기를 올려서 꽃을 피우는 모습이 근면함의 상징처럼 보였던 것 같습니다.

정선바위솔의 잎은 연꽃모양이며, 끝이 뾰족하다. 사진=조용경

장시종 시인은 '바위솔'이라는 시에서 이렇게 노래했습니다.

“그대가 없어도 살짝 그대 곁에 누워 본다 / 내 옆에 그대가 없어도 돌아누워 있는 그대를 본다 / 꽃나비가 날아와 앉았다 간 자리 / 팽팽한 꿈속에는 현실보다 더 진한 꽃이 핀다 / 당신의 등 뒤에서 바위솔로 살아온 세월...”

절벽의 좁은 공간에 붙어서 고고하게 줄기를 올린 모습이, 사랑하는, 그러나 그 사랑을 받아주지 않는 당신의 향한 여인의 가슴 아픈 사랑을 보았던 것 같습니다. 

바위솔의 종류는 매우 다양해서, 지역의 이름이 접두사로 붙여진 것들이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정선바위솔은 관상 가치도 높은 데다, 최근에는 바위솔에 항암효과가 있다는 얘기가 퍼지면서 무분별한 남획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글과 사진으로 소개하기조차 두려운 마음입니다. 

조용경 객원기자 / hansongp@gmail.com  
야생화 사진작가  
전 포스코엔지니어링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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