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실적 부진 유통·화학부문 인사 태풍 불까

주력 부문 수익성 악화, 교체 카드 가능성…유통업계 세대교체 흐름도 영향 줄 듯

강동식 기자 2019.11.28 08:18:22


롯데그룹이 내달로 예정된 정기인사에서 다소 큰 폭의 변화를 줄 것으로 보인다. 그룹의 주력인 유통과 공격적으로 투자해온 화학부문의 실적 악화가 뚜렷해 반전이 필요한 데다, 신동빈 회장이 법적 문제를 해소하면서 적극적인 변화를 시도할 여건이 마련됐다는 분석이다.

28일 데이터뉴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롯데그룹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 9개 주요 상장 계열사가 3분기까지 총 1조8547억 원의 누적 영업이익을 올려 지난해 같은 기간(2조8598억 원)보다 35.1%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총 감소액은 1조51억 원이다.

9개 기업 중 롯데쇼핑, 롯데하이마트, 롯데케미칼, 롯데정밀화학, 롯데푸드 등 5곳이 3분기 누적 영업이익 하락을 맛봤다.

롯데쇼핑은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24.1%(1223억 원) 감소했다. 소매 경기 둔화와 지속적인 오프라인 유통 규모 하락이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대형마트와 슈퍼마켓의 수익성이 크게 나빠졌다. 롯데하이마트는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40.2%(695억 원) 줄었다. 당기순이익도 45.9%(585억 원) 감소했다. 매출 부진과 온오프라인 가격 경쟁으로 인한 판매단가 하락, 인건비, 지급수수료 등 판매 관련 비용 증가가 수익성을 끌어내렸다. 롯데푸드도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27.1%(180억 원) 줄었다. 

롯데케미칼은 롯데그룹 상장 계열사 중 가장 큰 48.8%의 영업이익 감소율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도 55.0% 감소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이 9623억 원 감소한데 이어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도 9106억 원 줄면서 큰 폭의 수익성 하락을 벗어나지 못했다. 미중 무역분쟁, 국제유가 변화 등 대외 변동성 확대, 주요 제품의 수요 회복 둔화, 중국 신규설비 가동으로 인한 일부 품목 경쟁 심화가 수익성 하락을 불러왔다. 롯데정밀화학도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17.8%(305억 원) 줄었다.


반면, 롯데칠성음료(37.7%), 롯데제과(29.7%), 롯데정보통신(12.0%), 롯데지주(79.4%)는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상승했다. 롯데칠성음료는 양대 사업인 음료와 주류가 모두 성장했고, 롯데제과는 해외법인 실적 반영, 신제품과 간편대용식 등 신규사업 확대가 영업이익 증가에 기여했다. 롯데지주는 2018년 12월부터 롯데제과 실적이 연결재무제표에 반영됐고, 올해 코리아세븐·롯데정보통신 연결조정 영업이익 상승이 수익성 개선에 기여했다.

이처럼 유통과 화학부문을 중심으로 실적이 눈에 띄게 하락하면서 연말 정기인사에서도 이들 부문의 변화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큰 편이다. 

유통부문에서는 이원준 롯데쇼핑 부회장의 거취가 큰 관심사다. 실적 부진과 유통업계 세대교체 분위기가 겹치면서 교체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롯데쇼핑은 특히 3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절반 이상 줄었고, 당기순이익은 적자로 전환했다. 이원준 부회장은 2014년 롯데쇼핑 대표이사에 선임돼 5년 이상 회사를 이끌고 있다. 2017년부터 그룹 유통BU장도 맡고 있다. 

앞서 신세계그룹이 첫 분기 적자를 기록한 이마트의 CEO로 1969년생인 강희석 베인베인앤드컴퍼니 소비재·유통부문 파트너를 선임하는 등 유통업계에 세대교체 바람이 불고 있는 점도 이 부회장의 거취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1956년생으로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에 이어 두 번째로 나이가 많다. 

화학부문에서는 그룹 화학BU장을 맡고 있는 김교현 롯데케미칼 사장의 유임 여부가 주목된다. 롯데그룹은 최근 화학부문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왔지만 아직까지 결과는 신통치 않다. 김교현 사장이 그룹 화학BU장에 선임된 올해도 실적이 악화됐다. 김교현 사장이 화학BU장으로 활동한 기간이 1년에 불과해 기회를 더 줄 것이라는 시각과 분위기 반전과 세대교체 차원에서 교체할 수 있다는 관측이 공존한다.

임기 종료를 앞뒀거나 나이가 많고 재임기간이 긴 CEO들의 유임 여부도 관심사다. 

이원준 롯데쇼핑 부회장을 비롯해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 이영구 롯데칠성음료 부사장, 민명기 롯데제과 부사장, 마용득 롯데정보통신 부사장은 내년 3월 사내이사 임기가 끝난다. 그룹 2인자로 불리는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은 그룹에서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어 자리를 지킬 것으로 보인다. 이영구 롯데칠성음료 부사장과 민명기 롯데제과 부사장은 올해 실적이 좋아 자리를 지킬 가능성이 더 크다. 각각 1962년생과 1961년 생으로 상대적으로 나이가 적다는 것도 유리한 점이다.

롯데그룹 상장 계열사 CEO는 다른 그룹에 비해 나이가 다소 많은 편이다.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이 1955년생, 이원준 롯데쇼핑 부회장이 1956년생, 김교현 롯데케미칼 사장, 이홍열 롯데정밀화학 사장이 1957년생, 이영호 롯데제과 사장이 1958년생이다. 이번 인사에서 세대교체 분위기가 형성될 경우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고 실적이 부진한 CEO는 교체 대상에 오를 수 있다. 이들 중 이원준 부회장과 김교현 사장, 이홍열 사장이 올해 실적 하락을 경험했다.

재임기간이 긴 CEO의 거취는 엇갈릴 전망이다. 롯데그룹 상장 계열사 CEO 중에는 이원준 롯데쇼핑 부회장, 마용득 롯데정보통신 부사장(이상 2014년 대표이사 취임), 이동우 롯데하이마트 사장(2015년 대표이사 취임)의 재임기간이 상대적으로 길다.

마용득 부사장은 장기간 롯데정보통신을 이끌어왔다는 점에서 인사 대상이 될 수 있다. 반면, 올해 좋은 실적을 유지했고, 특히 신동빈 회장이 강조하는 그룹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 추진의 핵심적인 역할을 무리 없이 수행하고 있다는 점은 유임 가능성을 높이는 부분이다.

5년째 롯데하이마트를 이끌어온 이동우 사장은 일각에서 강희태 롯데백화점 사장과 함께 이원준 부회장의 후임으로 거론하고 있다. 다만 부진한 실적이 인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롯데하이마트는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40% 이상 줄어들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강동식 기자 lavita@dat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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