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가 37년 만에 오너 경영 체제로 전환했다. 조선 부문에서 흑자 전환을 이끈 정기선 회장이 그룹 전체의 성장 공식을 확장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9일 데이터뉴스의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7일 HD현대의 수석 부회장이었던 정기선이 회장으로 승진했다. 정 회장은 1982년생으로, 정몽준 HD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이자 오너 3세다. 지주사인 HD현대와 조선부문 중간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HD현대그룹은 조선·해양, 에너지, 건설·기계 등 세 축을 중심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이 가운데 조선 부문을 담당하는 HD한국조선해양은 조선업 슈퍼사이클에 힘입어 실적 반등에 성공했다. 2022년 영업적자에서 2024년에는 1조4341억 원의 흑자로 돌아서며 뚜렷한 회복세를 보였다.
정기선 회장이 2016년 설립을 주도한 HD현대마린솔루션은 지난해 5월 코스피 상장 이후 시가총액이 7조2854억 원에서 11조 원으로 상승하며 그룹 내 핵심 계열사로 부상했다.
에너지 계열과 건설기계 계열은 글로벌 경기 둔화의 영향을 받고 있다. 올해 상반기 HD현대오일뱅크는 2413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전년 동기(3786억 원) 대비 수익성이 36.2% 하락했다. HD현대건설기계도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1122억 원에서 586억 원으로 47.8% 감소했다.
정 회장은 이번 인사를 통해 HD현대와 HD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에 이어 건설기계부문 중간지주사인 HD현대사이트솔루션 공동대표도 맡게 됐다. 조선·엔진 중심의 고수익 구조를 건설기계, 에너지 등 비(非)조선 계열로 확산시키는 것이 그의 첫 과제다.
다만 정 회장이 보유한 HD현대 지분은 6.12%에 불과하다. 부친인 정몽준 HD현대 명예회장이 26.60%를 보유하고 있어 그룹 전반에 대한 지배력은 아직 제한적이다. HD현대그룹은 지주사 HD현대를 정점으로, 조선사업 HD한국조선해양과 건설기계사업 HD현대사이트솔루션 등을 중간지주사로 두고 있다. 각 중간지주사 아래에는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마린엔진, 현대건설기계, 현대인프라코어 등 주요 계열사가 포진해 있다.
정 회장은 지주사인 HD현대를 제외하면 개별 자회사에 대한 직접 지분이 거의 없어, ‘지분 승계가 아직 본격화되지 않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조선 부문에서 실적 반등을 이끌며 경영 성과를 입증했지만, 부진한 건설기계 사업의 위기 극복과 새로운 성장 동력 마련, 그리고 경영권 안착을 위한 지분 확보라는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
성수아 기자 sa358@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