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5년 가상자산 인수합병(M&A) 규모가 전년 대비 4배나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의 규제 완화, 가상자산 친화적 인사 임명 등 정책 변화가 자본 유입의 기폭제가 됐다고 평가된다.
특히 코인베이스, 리플 등 대형 크립토 기업들이 라이선스 확보와 사업 확장을 위해 대규모 M&A를 주도했다고 영국 경제지 파이내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2026년에도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의 가격 변동과 무관하게 제도권 편입을 위한 전략적 투자가 계속되며, 가상자산 열기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FT에 따르면, 지난 2025년 가상자산 업계에서 86억 달러(약 12조 4209억 8000만 원) 규모의 기록적인 거래가 성사됐다. 미국 정부의 디지털 자산에 대한 개방적 태도가 M&A의 물결을 불러일으켰다고 해석된다. 이 흐름은 2026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FT는 전망했다.
이러한 글로벌 자본 유입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견인했다. 2025년 트럼프 정부는 가상자산을 국가적 우선순위로 격상시켰다. 그리고, △우호적인 규제 당국자 임명, △주요 가상자산 기업들에 대한 소송 취하, △국가 가상자산 비축분 확보 착수 등을 통해 산업을 적극 지지해 왔다.
로펌 씨엠에스의 파트너 찰스 케리건은 “2025년은 가상자산 딜 측면에서 압도적으로 바쁜 한 해였다”고 FT에 밝혔다. 미국에서 새로운 가상자산 규제가 시행됨에 따라, 기존 전통 금융기관들의 참여가 늘어나고 가상자산 기업들은 시장 지위를 공고히 하고 있다. 이 때문에, 2026년에도 인수 합병이 지속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이러한 기록적인 거래 수치는, 연말 가상자산 가격의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나타난 결과다. 비트코인은 지난 10월 초 약 12만 6000달러(약 1억 8200만 7000 원)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후, 현재는 9만 달러(약 1억 3000만 5000 원)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가상자산 자문사인 아키텍트 파트너스의 설립자 에릭 리슬리는 “현재 수많은 거래가 진행 중이다. 비트코인이 12만 달러에서 9만 달러로 조정받은 것이 거래 논의를 중단시키지는 못했다”고 설명했다.
피치북 데이터에 따르면, 2025년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총 267건의 딜이 성사돼 2024년 대비 18% 증가했다. 거래 총액은 86억 달러로, 지난 2024년 21억 7000만 달러(약 3조 1347억 8200만 원)의 4배에 육박한다.
미국 거래소 코인베이스는 파생상품 거래소 데리비트를 역대 최대 규모인 29억 달러(약 4조 1893억 4000만 원)에 인수했다. 크라켄의 닌자트레이더 인수(15억 달러·약 2조 1670억 5000만 원), 리플의 히든 로드 인수(12억 5000만 달러·약 1조 8058억 7500만 원) 등도 주요 사례로 꼽힌다.
또한, 윙클보스 형제의 제미니,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인 서클, 피터 틸이 후원하는 불리시 등 여러 기업이 기업공개(IPO)를 단행했다. 2025년 전 세계 11건의 가상자산 IPO를 통해 조달된 금액은 총 146억 달러(약 21조 926억 2000만 원)로, 2024년(3억 1000만 달러·약 4478억 5700만 원)과 비교해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클리포드 찬스의 파트너 디에고 발론 오시오는 “전통 금융그룹과 가상자산 기업 모두 적극적이었다”며, 특히 유럽의 가상자산시장법(MiCA·Markets in Crypto-Assets Regulation) 등 규제 준수를 입증하는 ‘라이선스 확보’ 목적의 인수가 2026년에도 핵심 동력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전통 금융권은 이제 이 자산군이 사라지지 않을 것임을 깨닫고, 사업 진출을 위해 인수를 선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2025년에는 스테이블코인이 주류로 급부상했다. 미국과 영국에서 관련 규제가 시행됨에 따라, 2026년에도 스테이블코인 기업에 대한 수요는 지속될 전망이라고 FT는 밝혔다.
권선무 기자 vivacheche@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