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이 실적 악화의 주원인으로 지목된 기초화학 부문의 비중을 낮추고, 고부가 소재 중심으로 포트폴리오 전환에 속도를 낸다. 회사는 NCC(나프타분해설비) 구조개편을 추진하는 한편, 2026년 신년사를 통해 기능성 소재 비중을 60%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중장기 청사진을 제시했다.
16일 데이터뉴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롯데케미칼의 분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3분기 기준 연결 매출은 13조7731억 원을 기록했으나, 영업손실은 4096억 원에 달했다.
실적 부진의 핵심은 매출의 66.4%를 차지하는 기초화학 부문이다. 기초화학은 지난해 3분기까지 9조1485억 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4638억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전체 수익성을 끌어내렸다.
반면 첨단소재(영업이익 1197억 원)와 정밀화학(551억 원)은 흑자를 유지해 사업별 체력 차를 보였다. 최근 3년(3분기 누적 기준) 동안 기초화학은 적자가 확대된 반면, 첨단소재와 정밀화학은 이익 규모의 등락은 있어도 흑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또한 업계에서는 4분기 인도네시아 공장(LCI) 상업생산 개시 영향 등으로 적자가 확대됐을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이 같은 업황에서 롯데케미칼은 범용 석유화학 중심 구조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국내 NCC 설비 구조개편을 공식화했다. 대산과 여수 사업장을 ‘클러스터 단위’로 통합 재편해 운영 효율을 높이고, 한계 사업 정리를 병행함으로써 기초화학에 집중된 변동성을 완화하겠다는 취지다.
회사는 구조조정과 병행해 고부가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도 추진하고 있다. 2026년 신년사에서는 기능성 컴파운드, 반도체 공정소재, 그린소재, 기능성 동박, 친환경 에너지 소재(수소·암모니아) 등을 고부가 축으로 제시하며, 관련 비중을 60%로 확대하겠다는 방향성을 밝혔다. 이는 적자가 누적된 기초화학의 비중을 줄이는 동시에, 흑자를 내고 있는 첨단소재·정밀화학 등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첨단소재 부문에서는 ABS·PC 등 컴파운드 사업 확대가 핵심 전략으로 제시됐다. 컴파운드는 기본 플라스틱 소재에 유리섬유, 첨가제 등을 섞어 강도나 내열성을 높인 혼합 소재로, 스페셜티로 분류된다.
다만 첨단소재의 영업이익률은 3.0% 수준으로 높지 않은 편이다. 분기보고서에서도 2025년 하반기 ABS·PC 시황이 중국발 신증설 유입과 전방 수요 둔화 영향으로 약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첨단소재 부문은 고부가 제품 판매 확대를 통한 수익성 방어에 초점이 맞춰진 모습이다.
투자 축은 전남 율촌산단이다. 롯데케미칼은 율촌에 컴파운드 생산거점을 구축해 일부 라인의 상업 생산을 시작했으며, 올해 하반기에 연간 총 50만 톤 규모의 단일 생산체제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기존의 충남 아산, 예산 공장은 자동차 및 전기전자용 LFT, TPO등의 기능성 특수 컴파운드 소재를 지속 생산하고, 신설되는 율촌 공장은 TV·냉장고 등 가전과 휴대폰·노트북 등 IT기기, 자동차 및 의료기기 등에 사용되는 ABS, PC 등을 생산하게 된다.
정밀화학 부문 내 반도체 공정소재 역시 고부가 전환의 또 다른 축이다. 롯데케미칼과 일본 도쿠야마의 합작사인 한덕화학은 경기도 평택에 1300억 원을 투자해 TMAH 생산시설을 짓고 있으며, 올해 말부터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TMAH는 반도체·디스플레이 미세 공정에 쓰이는 현상액으로, 고순도 제품은 기술장벽이 있어 한국, 대만, 일본, 미국 등에서만 생산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혜연 기자 phy@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