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사모펀드에 ‘SW산업 빚투 익스포저’ 경고음

이코노미스트, “클로드 코워크 AI의 공습으로 사라질 관련 투자금이 722조원”

기업용 소프트웨어(SW) 산업이 인공지능(AI)의 등장으로 직격탄을 맞으면서, 지난 10년간 이 산업에 공격적으로 베팅해온 미국 사모펀드들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거대한 부채의 덫에 이들 사모펀드가 갇힐 수 있다고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최근 경고했다.

최근 AI 코딩 도구 확산은 기존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수익모델을 위협하고 있다. AI 업체인 앤트로픽이 AI 도구 ‘클로드 코워크(Claude Cowork)’를 선보인 이후, 소프트웨어와 데이터 분석 업체 등 다양한 산업이 붕괴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2010년대 사모펀드는, 구독형 매출을 기반으로 안정적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소프트웨어 기업에 대규모 레버리지 투자를 단행했다. 그러나 2022년 금리 급등으로 이 레버리지 전략이 부담으로 바뀌었다.

이들 소프트웨어 기업의 가치가 급락하면서. 특히 사모시장과 관련 대출 시장으로 충격이 퍼져나가고 있다. 레버리지론 등에 묶인 5000억 달러(약 722조 4000억 원) 이상의 부채가 잠재 리스크로 지목된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2010년대에는 부자가 되는 확실한 방법이 두 가지 있었다. 첫째는 기업용 소프트웨어를 파는 것이었다. 오늘날 사무실 업무를 지배하는 수많은 컴퓨터 애플리케이션을 의미한다.

기업들은 이들 프로그램을 책처럼 한 번에 구매하는 대신, 잡지처럼 구독한다. 이런 ‘반복적(recurring)’ 수익 구조가, 당시 또 하나의 황금광산이던 사모펀드의 관심을 끌었다. 지난 10년간 바이아웃(경영권 인수) 펀드는 투자금 3달러 중 1달러를 테크기업에 쏟아부었다.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삼키는 동안, 사모펀드는 샴페인을 터뜨렸다.

그러나, 이 동맹은 2022년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인상하면서 균열이 생겼다. 그리고 이제 앤트로픽의 AI 코딩 도구가 이 관계를 산산이 부술 위협으로 떠올랐다.

공모시장(public markets)의 판단은 이미 냉혹했고, 매도는 무차별적으로 이뤄졌다. 기존 소프트웨어 기업들을, AI 코딩 도구를 장착한 고객과 스타트업이 몰아붙일 것이라고 투자자들은 본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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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장 소프트웨어 기업의 가치는 1/5이나 떨어졌다. 자산 거래가 드문 사모시장으로 그 냉기가 번지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짚었다. 사모펀드가 소유한 소프트웨어 기업에 대한 대출은 급감했다. 그 대출을 보유한 펀드와 이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들의 가치도 함께 추락했다.

최근 사모자본 회사들이 실적을 발표하자, 애널리스트들은 소프트웨어 노출(exposure) 규모를 집요하게 물었다. 경영진은 본능을 거슬러 가능한 한 가장 낮은 숫자를 제시했다. 티피지(TPG)는 바이아웃 펀드 자금의 18%가 소프트웨어 산업에 투자돼 있다고 인정했다. 케이케이알(KKR)과 블랙스톤은 전체 자산운용 규모를 기준으로, 각각 7%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칼라일은 “볼 것 없다”며 6%라고 했다. 브룩필드는 “1% 미만”이라고 했다. 소프트웨어 대출을 공매도하며 시장 하락을 부추긴 아폴로는, 자사 사모펀드의 소프트웨어 노출이 “반올림하면 0”이라고 자랑했다.

사모펀드 거물들이 자신들을 부자로 만들어준 산업의 중요성을 이처럼 축소하려는 데는 이유가 있다. 대형 운용사들은 경기순환에 민감한 레버리지 투자자가 아니라, 경제 전반에 자금을 공급하는 ‘안전한 전천후 대출기관’으로 스스로를 재정의해왔다.

그러나 문제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밝혔다. 상장 소프트웨어 기업의 밸류에이션을 사모펀드 포트폴리오에 적용해보면 아찔한 계산이 나온다. 지난 5년간 에스앤피(S&P)500 내 소프트웨어 기업의 기업가치 배수는 최근 12개월 매출 대비 13배에서 8배로 떨어졌다. 미국 전체 상장 소프트웨어 기업 기준으로는 8배에서 3배로 급락했다. 

반면 2019~2022년 사이 이뤄진 25건의 대형 소프트웨어 바이아웃 거래의 중간값은 매출의 9배 수준이었다. 이 중 일부는 참사로 끝났다. 한 예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교육 플랫폼 플루럴사이트는 2024년 채무를 재조정했다. 

일부는 성공적이었다. 사이버 보안기업 세일포인트는 토마 브라보에 인수된 후 3년간 매출이 두 배로 증가했다. 그러나 대부분은 노후화된 펀드 안에 묶인 채, 투자자들이 실제 가치를 불안하게 추정하는 상태다.

더 중요한 것은 소프트웨어 기업을 인수하는 데 쓰인 ‘부채’다. 애널리스트들은 미국 신용시장에 5000억 달러 이상의 소프트웨어 관련 차입금이 잠복해 있다고 본다. 10년 전 에너지 산업과 비교하는 시각도 있다. 셰일 붐 당시 탐사업체들은 과도하게 차입했고, 2014년 유가 폭락 이후 채권시장 부도율이 급등했다. 이번에도 상황이 악화된다면, 누가 최종적으로 손실을 떠안게 될까?

차이점도 있다. 소프트웨어 기업은 회사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극히 일부다. 대신, 이들 거래는 주로 변동금리이며 차입자에 더 엄격한 조건을 부과하는 대출로 자금이 조달됐다. 

레버리지론 시장의 약 16%가 소프트웨어 거래와 연관돼 있는듯 하다고 이코노미스트는 계산했다. 상당 부분은 2008년 금융위기를 촉발했던 상품과 유사한 부채담보부증권(CLO)에 담겨 있다. 

그러나 소프트웨어 부채에 가장 크게 베팅한 곳은 기업개발회사(BDC)다. 이는 대형 사모시장 운용사들이 자주 운영하는 기업대출 펀드의 일종.

BDC는 두 종류다. 대부분의 자산은 비상장 형태이며, 투자자들은 분기마다 환매할 수 있다. 가장 큰 곳은 블랙스톤(BCRED)으로, 단독 은행이었다면 미국 34위 규모다. 전체 대출의 26%가 사모펀드 소유 소프트웨어 기업에 대한 것이다.

상장 BDC도 있다. 대표적으로 아레스가 운용하는 펀드는 자산의 24%를 소프트웨어 대출에 투자했다. 최근 일부 투자자들은 공포에 빠졌다. 상장 BDC들은 순자산가치 대비 할인폭이 확대돼 거래되고 있다. 지난달, 포트폴리오의 29% 이상이 소프트웨어 부채인 블루아울이 운용하는 비상장 BDC에서는 투자자들이 자금의 15%를 인출해갔다. 만약 펀드들이 환매를 제한(게이팅)하기 시작한다면, 하락의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

낙관론을 찾는 금융인들은 자신들의 산업에서 힌트를 얻을지 모른다. 트레이더들은 여전히 블룸버그 터미널이라는 단일 기술에 의존한다. 이는 고객과 경쟁자의 대체 시도에도 굳건했다.

투자은행가와 사모펀드 거물들의 업무 역시, 오피스 소프트웨어의 변화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그들은 한 세대 전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마이크로소프트 엑셀에 매달려 하루를 보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프트웨어 폭락장이 지속된다면, 그들은 자신들의 수익 모델을 새로 고침 해야 할 것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경고했다.

한편, 블루아울은 운영 펀드 중 하나의 환매를 영구 중단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블루아울 캐피털은 환매 및 부채 상환 자금 마련을 위해 운영 중인 3개 펀드에서 총 14억 달러(약 2조 273억 원) 규모의 자산을 매각했다. 아울러 블루아울 캐피털은 3개 펀드 중 하나인 '블루아울 캐피털코프Ⅱ의 환매를 영구 중단한다고 투자자들에게 알렸다. 블루아울 캐피털은 최근 1년 새 주가가 반토막 난 상태다.

권선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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