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이 2026년 1분기 2조 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수준에 근접했다. 중동 전쟁 이후 유가가 급등하며 정유 계열사 실적이 크게 개선됐고, 주요 설비 가동률도 높아졌다. 다만 실적 개선의 상당 부분이 유가 상승에 따른 일시적 효과에 기대고 있어, 2분기 이후 지속성은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데이터뉴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SK이노베이션의 분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1분기 매출 24조2121억 원, 영업이익이 2조1622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21조261억 원) 대비 15.2%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307억 원) 대비 흑자 전환했다.
이번 영업이익은 역대 분기 최대였던 2022년 2분기(2조3292억 원)와 맞먹는 수준이다. 당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유가 급등과 정제마진 강세가 실적을 끌어올렸다. 올해 1분기도 지정학적 리스크가 유가와 제품 가격을 밀어 올리며 정유 부문 손익을 개선시켰다. 2월 28일 이란 전쟁 발발 이후 3월 평균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128.5달러로, 직전 3개월 평균 63.9달러 대비 크게 상승했다.
사업부문별 실적을 보면, 에너지·화학 사업이 전사 실적을 이끌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1777억 원) 대비 1232.1% 증가한 2조3687억 원을 기록했다. E&S 사업도 실적 개선에 힘을 보탰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1931억 원) 대비 46.0% 증가한 2819억 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배터리·소재 사업은 영업손실 4217억 원으로 전년 동기(3541억 원) 대비 적자 규모가 확대됐다.
실적발표 자료의 회사별 손익을 보면, SK에너지는 1분기 1조2832억 원의 영업이익으로 전년 동기(-1259억 원) 대비 흑자 전환하며 전사 실적을 견인했다. SK인천석유화학과 SK지오센트릭도 모두 전년 동기 대비 흑자 전환하며 각각 6471억 원, 1275억 원을 기록했다.
정유 계열사 실적 개선에는 유가 급등에 따른 재고 관련 이익과 래깅효과가 크게 작용했다. SK에너지의 1분기 영업이익 1조2832억 원 가운데 재고 관련 이익이 약 7800억 원으로, 전체의 60% 수준이다.
에너지·화학 부문 주요 설비 가동률도 개선됐다. SK에너지 울산CLX 석유공정 가동률은 2025년 1분기 78.3%에서 2026년 1분기 90.5%로 상승했다. SK인천석유화학도 석유공정 가동률이 56%에서 65%로, 석유화학공정 가동률은 67%에서 89%로 높아졌다.
다만 SK이노베이션은 래깅효과 및 재고 관련 이익의 지속성에는 신중한 입장이다. 회사는 실적발표에서 "래깅효과 및 재고 관련 이익은 회계 장부상 숫자로, 향후 유가 하락 시 줄어들거나 소멸될 수 있는 일시적 이익"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호르무즈 통항 차질로 중동산 원유 수급이 어려워 캐나다, 미국, 브라질, 에콰도르 등 대체 원유 물량 늘리면서 최대 가동 유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증권가도 1분기 호실적 지속성에 대해서는 보수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리포트에서 SK에너지의 재고 관련 이익이 유가 움직임에 따라 손실로 전환될 수 있고, 유가 불확실성과 높아진 정유 제품 가격은 구매 지연과 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하나증권도 단기 실적 둔화 가능성을 제기했다. SK이노베이션의 2분기 영업이익을 9400억 원으로 전망하며 전분기 대비 57%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중장기 전망에는 긍정적인 시각을 내놓았다.
하나증권은 "중동 대체 원유 공급망 확대 움직임과 UAE의 OPEC 탈퇴 등은 중장기적으로 중동 산유국의 가격 결정력 약화를 의미하고, 결국 한국 정유업체의 원가 조달 경쟁력 상승으로 이어진다"며, "전쟁 이전 대비 타이트해진 수급을 감안하면 높은 정제마진 유지는 물론, 한국 정유사의 에너지 안보 관점에서의 전략적 가치도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실적 변동성을 넘기고 나면 수 년에 걸친 호황이 올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박혜연 기자 phy@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