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적인 IT기업인 강진모 아이티센그룹 회장이 대한당구연맹 수장에 올랐다. 성공적으로 IT 기업을 이끌어 온 강 회장이 당구 종목을 선택한 배경과 앞으로 당구계에 어떤 변화를 불러일으킬지에 관심이 쏠린다.
강 회장은 지난 1일 실시된 제4대 대한당구연맹 회장 선거에서 90.37%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강 회장은 임기는 2029년 1월까지다.
강 회장은 2005년 아이티센을 설립한 뒤 쌍용정보통신, 콤텍시스템, 한국금거래소 등을 인수하며 아이티센을 국내 주요 IT서비스 그룹으로 성장시킨 IT기업인이다.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장과 한국정보처리학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아이티센그룹 회장을 맡고 있다. 아이티센그룹은 지난해 연결 기준 8조8708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강 회장이 당구계에 뛰어든 배경에는 오랫동안 축적해 온 스포츠 IT사업 경험이 자리 잡고 있다. 아이티센그룹 계열사 아이티센클로잇의 스포츠테크본부는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부터 2026년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까지 40년간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등 국제 스포츠대회의 운영 시스템 구축에 참여해 왔다. 아이티센그룹은 이러한 사업 경험을 통해 스포츠 운영에 IT가 미치는 영향과 디지털 혁신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아이티센클로잇은 최근 당구 종목을 시작으로 스포츠테크 허브 구축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당구가 탄탄한 저변에 비해 디지털 혁신이 더디다는 것을 파악했다. 이는 역으로 디지털 혁신을 통해 큰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강 회장은 국내 당구 발전에 적극적으로 기여해 달라는 요청도 많이 받았다고 한다.
당구는 폭넓은 생활체육 기반과 세계적인 선수 경쟁력을 갖췄지만, 이를 산업적 성과로 연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프로당구(PBA) 출범 이후 대중적 관심이 높아졌지만, 선수 육성과 경기 기록 관리, 기업 후원, 콘텐츠 사업 등에서는 발전의 여지가 크다.
강 회장 역시 출마 당시 국내 당구의 경기력과 참여 기반에 비해 산업적 토대와 국제적 위상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IT기업 경영에서 축적한 기술력과 사업 경험을 활용해 당구의 새로운 성장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강진모 아이티센그룹 회장이 지난 1일 대한당구연맹 회장 당선증을 받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아이티센그룹 [28] IT기업인 강진모 아이티센글로벌 회장은 왜 당구를 선택했나](/data/photos/cdn/20261044/art_1793063705.png)
▲강진모 아이티센그룹 회장이 지난 1일 대한당구연맹 회장 당선증을 받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아이티센그룹
이를 위해 강 회장이 가장 강조한 것은 디지털 혁신이다.
우선 분산된 선수 등록 정보와 경기 기록, 랭킹을 하나의 플랫폼과 앱으로 통합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선수 랭킹 포인트와 대회 상금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선수와 동호인이 자신의 경기 기록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인공지능(AI)과 증강현실(AR)을 경기 운영과 교육, 중계에 접목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AI 영상 판독으로 심판의 판정을 지원하고, 경기 중계에는 예상 득점 경로와 데이터 분석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AR 기반 교육 콘텐츠를 활용해 초보자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방안도 추진한다.
디지털 혁신과 함께 당구의 산업적 기반을 강화하는 것도 핵심 과제다.
강 회장은 당구가 많은 참여 인구를 확보하고도 기업의 투자와 후원을 충분히 끌어내지 못했다고 보고 있다. 이에 기업 후원 체계를 확대하고, 대회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콘텐츠 사업을 통해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할 계획이다. 대회와 지역 행사, 콘텐츠 사업을 연계하고 이를 통해 확보한 재원을 선수 육성과 생활체육 활성화에 재투자한다는 구상이다.
선수 육성 체계도 정비할 방침이다. 학교스포츠클럽과 유소년 디비전, 대학 U-리그 등으로 이어지는 성장 경로를 마련하고, 체육특기자 선발 대학 확대를 추진한다. 여성과 입문자를 위한 대회, 시니어 당구 아카데미 등 생활체육 활성화 방안도 제시했다. 국가대표와 유망주 훈련 환경 개선, 심판·지도자 처우 개선, 은퇴 선수의 일자리 확대도 추진 과제에 포함했다.
국제무대에서 한국 당구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도 목표다. 강 회장은 2030년 도하 아시안게임을 겨냥해 국가대표 경쟁력을 강화하고, 국제대회 유치와 국내 대회의 국제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UMB 3쿠션 월드컵의 지속적인 개최와 코리아오픈의 국제 공인화, 선수·지도자·심판의 해외 진출 지원 등이 주요 내용이다.
이러한 구상이 실제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투자와 운영 역량, 안정적인 수익모델 확보, 생활체육과 엘리트체육의 이해관계 조율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IT기업 경영에서 큰 성과를 거둔 강 회장이 스포츠 IT 사업 경험과 기업 경영 역량을 바탕으로 당구계에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 주목된다.
강동식 기자 lavita@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