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의 생성형 인공지능(AI) 사용과 스마트기기 이용 시간이 빠르게 늘고 있다. 정보 검증 습관과 사용 조절 능력이 충분히 자리 잡지 못한 가운데, 학업 부담과 놀이·휴식 시간 부족이 디지털 과의존을 키우는 배경으로 지목된다.
4일 데이터뉴스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2026 어린이 생활과 생각 조사’ 결과를 분석한 결과, 전국 초등학교 4~6학년 학생 2804명 중 72.1%가 챗GPT, 제미나이 등 생성형 AI를 사용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과 후 하루 2시간 이상 스마트기기를 쓴다는 응답도 49.2%였고, 스마트기기를 멈추기 어려웠던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41.0%로 집계됐다.
생성형 AI 사용 경험을 구체적으로 보면 ‘가끔 사용한다’는 응답이 57.4%로 가장 많았고, ‘자주 사용한다’는 응답은 14.7%였다. ‘들어봤지만 안 써봤다’는 20.9%, ‘잘 모른다’는 7.0%였다. 어린이 10명 중 7명 이상이 이미 AI를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AI 이용은 빠르게 늘고 있지만, 정보 검증 습관은 상대적으로 약했다. AI를 사용할 때 걱정되는 점으로는 ‘틀린 답이나 이상한 답을 알려줄까 봐’가 31.0%로 가장 높았고, ‘답을 믿어도 되는지 헷갈려서’가 25.7%로 뒤를 이었다. 그러나 온라인 정보가 맞는지 확인할 때 ‘출처를 찾아본다’는 응답은 21.2%에 그쳤다. AI 사용 시 ‘특별히 걱정되는 점은 없다’는 응답도 25.9%로 나타났다.
스마트기기 사용 시간도 짧지 않았다. 방과 후 하루 스마트기기 사용 시간이 2시간 이상인 어린이는 전체의 49.2%였다. 세부적으로는 2~3시간 미만 21.1%, 3~4시간 미만 15.9%, 4시간 초과 12.2%였다. 스마트기기를 아예 사용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4.7%에 그쳤다. 특히 혼자 지내는 어린이의 4시간 이상 사용 비율(16.5%)이 부모와 있는 어린이(9.7%)보다 1.7배 높아져 돌봄 공백과 장시간 스마트기기 사용이 함께 나타나는 흐름을 보였다.
사용 조절의 어려움도 함께 나타났다. 스마트기기 사용을 멈추기 어려웠던 경험이 ‘자주 있다’ 또는 ‘가끔 있다’는 응답은 41.0%였다. ‘거의 없다’는 37.1%, ‘전혀 없다’는 21.9%였다. 어린이 상당수가 스마트기기 사용을 스스로 끊는 데 불편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 사용 환경과 관련해 어린이들은 기기 자체를 배제하기보다 안전하게 쓰기 위한 기준을 요구했다. 사회가 먼저 해야 할 일로는 ‘휴대전화 사용 규칙 분명히 하기’가 52.9%로 가장 높았다. 이어 ‘개인정보를 더 잘 보호하기’ 42.5%, ‘AI와 인터넷 올바른 사용법 알려주기’ 34.1%, ‘유해한 정보와 영상 줄이기’ 33.1% 순이었다. 반면 ‘학교에서 디지털기기 나눠주지 않기’는 6.2%에 그쳤다.
어린이들이 건강한 성장을 위해 필요하다고 본 항목은 디지털 기기 사용 제한보다 생활 시간 문제에 가까웠다. ‘쉬는 시간·놀이 시간 보장’이 42.4%로 가장 많았고, ‘공부 부담 줄이기’가 42.0%로 뒤를 이었다. ‘학교폭력 없는 환경’은 34.8%, ‘충분히 자고 쉴 수 있는 생활’은 30.1%였다.
서술형 응답에서도 휴식과 놀이 부족에 대한 호소가 이어졌다. 어린이들은 “충분히 쉬고 놀 시간이 필요하다”, “학원 끝나고 집에 오면 10시 30분, 숙제하면 12시라 쉴 새가 없다”는 등의 답변을 남겼다. 수학여행, 체험학습, 운동회 등 학교 행사를 늘려달라는 요구도 있었다.
박혜연 기자 phy@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