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준 포스코 회장, 뒤틀려버린 '연임' 타임 스케줄

연임 청신호 밝혔던 구조조정 효과 3분기 실적개선, 최순실 게이트 각종 의혹에 실종

(사진=연합뉴스)

[데이터뉴스=박기영 기자] 순조롭던 권오준 포스코 회장의 연임 타임 스케줄이 꼬였다. 연임가도에 힘이 됐던 3분기 실적개선 등 구조조정 효과는 '최순실게이트'에 가려 보이지 않을 정도다. 최근 조원규 경영지원본부 홍보위원 전무가 퇴임한 것도 악화된 여론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지난 10월 사실상 연임 승부수를 던졌다. 3분기 실적발표에서 흑자전환을 확인했고, 주주들 앞에 4년 전 수준의 높은 영업이익을 선보였다. 

증권가에서는 권 회장의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평가하고 포스코의 어닝서프라이즈를 반겼다. 여론도 긍정적이었다. 권 회장의 연임 가능성을 높게 전망하는 내용이 하나 둘 나오기 시작했다. 

업계에 따르면 권 회장의 연임가능성은 3분기 실적 발표 이전까지 높은 편이 아니었다. 권 회장의 포스코는 역사상 최초의 적자타이틀을 달았기 때문이다. 권 회장이 단언한 구조조정도 그 성과가 가시화되지 못했다. 

오히려 포스코 직원이 권오준 회장은 무능하다”, “포스코를 살려주세요라는 피켓을 들고 시위에 나서고 계열사 사장이 공개적으로 무능 경영을 비판할 만큼 내홍이 불거졌다. 리더십에 치명적 타격을 받았다는 평가다 

권 회장의 연임 타임 스케줄은 3분기 실적 발표 직후 정점을 찍었다. 가시적 성과로 연임 가능성을 끌어 올린 것이다. 포스코 내부에서 제기된 실질적인 경영능력에 대한 의문과 당장 실적에 급급해 해외로 포스코의 우수한 기술력을 유출시키고 있다는 불만은 한번에 불식됐다. 심화된 학벌 중시 풍조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최순실 게이트로 상황이 급반전했다. 권 회장 선임 당시 유력 후보로 꼽히던 포스코건설 윤석만 사장은 최종 면접까지 가지도 못했고, 마지막까지 권 회장과 회장직을 경쟁했던 정동화 포스코건설 부회장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면접을 사전통보도 없이 영어로 진행했다며 편파 면접을 지적하기도 했다. 권 회장의 배우자와 박 대통령이 대학동문이라는 사실을 놓고, '학맥'이 권 회장이 선임될 수 있었던 배경이란 주장까지 나왔다. 

특히 당시 선임이사회 사외이사 중 외국인 한 사람 빼고는 모두 서울대 출신으로 나타나 편파 면접 논란은 더 커졌다. 당시 사외이사는 이영선 연세대 명예교수, 한준호 삼천리 대표이사 회장, 이창희 서울대 법학부 교수,  제임스 비모스키(James B.Bemowski)두산 전 부회장, 신재철 전 LG CNS 대표이사 사장, 이명우 동원산업 대표이사 등이다. 

내홍이 끊임없이 불거지자 일각에서는 유일한 승부수였던 올해 3분기 실적까지 의혹의 눈초리로 바라본다. 실적 개선의 폭이 극적이기 때문이다. 구조조정과 경영조절을 통해 3분기를 노리고 이익을 단기간에 집중시켰다는 것이다. 

권 회장은 지난 1‘2016 포스코 글로벌 EVI포럼에 참석해 구조조정을 추진하기 위해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있다고 말하는 등 연임의지로 보이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권 회장 입장에서는 연임에 신경을 안 쓸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지난 18일 조원규 경영지원본부 홍보위원 전무가 퇴임하면서 악화된 여론에 책임을 진 것으로 풀이됐다. 조 전 전무는 올해 2월 신규 선임된 인사로 서울광고 광고본부 부사장, 더포스트야호 대표, 농심기획 상무를 거친 인물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런 인사가 권 회장의 다급함을 방증한다끊이지 않는 악재로 사실상 권 회장의 연임 가능성은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pgyshine@dat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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