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뉴스=이윤혜 기자] 재계에 공정거래위원회 발 긴장감이 다시 감돌고 있다. 특히 경제개혁연대의 논평이나 보도자료에 자주 거론되는 그룹은 공정위 조사와 검찰 고발로 이어지고 있어, 재계의 시선이 그 어느때보다 경제개혁연대의 입에 쏠린다.
이와 관련, 공정위는 지난해 말 효성그룹 총수일가를 검찰에 고발한데 이어 최근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대한 현장조사에 착수하는 등 재벌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때문에 재벌그룹들은 행여 다음 타깃이 자신들이 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30일 데이터뉴스 분석에 따르면, 공정위의 조사 대상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친정인 경제개혁연대의 논평, 이슈 등 보도자료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위원장은 2001년 9월부터 2006년 7월까지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을 맡다가 2006년 8월부터 2017년 3월까지 경제개혁연대의 소장을 지냈다. 이 기간 동안 경제개혁연대는 국내 그룹 총수와 일가, 관련 기업들에 대한 논평과 이슈 등 보도자료를 수시로 냈는데, 그 횟수와 조사 대상이 무관치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 2016년 1월부터 2018년 1월까지 경제개혁연대가 발표한 보도자료 중 삼성을 제외하면 효성그룹과 관련된 내용이 11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중 경제개혁연대는 2016년 1월 16일 논평에서 조현준 회장의 취임과 관련해 “조현준 회장은 회장 직을 맡을 자격이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고, 2017년 3월 22일 논평에서는 “조석래 회장은 더 이상 시간 끌지 말고 사퇴하라”고 압박했다.
실제 공정위는 효성그룹 조석래 명예회장과 조현준 회장을 계열사를 동원해 사익을 챙긴 혐의로 검찰에 고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공정위가 총수일가를 사익편취 혐의로 고발하는 첫 사례가 된다.
경제개혁연대가 효성그룹 다음으로 많은 논평을 발표한 곳은 이번에 현장조사를 받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이다. 경제개혁연대는 그동안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그룹을 재건하기 위해 시행한 다양한 시도에 대해 모두 문제를 제기했다. 논평 등 보도자료는 총 10건을 냈다.
경제개혁연대는 SK그룹에도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왔다. SK그룹 관련 보도자료는 5건이다. 특히 경제개혁연대는 최 회장의 SK실트론 지분 인수를 문제 삼고 있다. SK그룹 지주사인 SK㈜가 SK실트론의 지분 70.6%만 인수하고 나머지 29.4%를 최 회장이 인수한 것은 회사기회유용에 해당될 소지가 크다는 주장이다. 이미 이와 관련 공정위에 조사를 요청했고, 공정위도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혐의가 입증되면 회사기회유용 규정이 적용된 첫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다음 타깃은 누가될까? 보도자료 횟수로 보면 한진그룹 6건, 롯데그룹 4건, 현대차그룹 3건, 한화그룹 3건 순이다. 이중 한진그룹에 대한 제재는 이미 진행 중이고, 롯데그룹은 현재 지배구조 개선을 추진 중이라는 점에서 현대차그룹이 다음 타깃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재계의 관측이다. 현대차그룹은 김 위원장이 직접 순환출자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유일한 재벌그룹이기도 이다.
특히 경제개혁연대는 올해 들어 공정위에 현대차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는데, 최근 “순환출자와 현대글로비스 일감 몰아주기 문제가 감감무소식”이라고 비판한바 있다. 이에 공정위가 제시한 지배구조 개편 2차 마감 시한인 3월 정기 주주총회까지 지켜본 후 변화가 없을 경우 현대차에 본격적으로 칼을 빼들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한화그룹도 안심할 수 없다는 평가다. 비록 지난해 9웧 한화그룹 경영권 승계의 핵심기업으로 꼽히는 한화S&C의 지분승계와 관련한 소송에서 승소했으나 여전히 공정위의 눈초리가 곱지않기 때문이다. 실제 김 위원장은 지난해 6월 공정위원장에 취임한 지 2주 만에 한화S&C를 하도급거래법 상습위반사업자 명단에 올려 감독강화를 예고했다. 한화S&C가 위반사업자 명단에 오른 것은 대기업 가운데 유일해 김 위원장이 한화그룹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그룹 역시 언제든 공정위의 타깃이 될 가능성이 있다. 김 위원장은 주지하다시피 대표적인 ‘삼성 저격수’다. 경제개혁연대가 발표한 보도자료 건수도 삼성 관련이 24건으로 압도적으로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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