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전자, 중국 전자제품 시장서 역성장 늪

중국 현지기업 급성장 탓...수년째 매출-순이익 하락, 올해 1분기도 악화


[데이터뉴스=강동식 기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중국 전자제품 시장에서 역성장의 늪에 빠졌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반도체를 비롯한 전자부품 사업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가전제품, 스마트폰 등 세트 사업은 급성장한 중국 현지 기업에게 밀려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7일 데이터뉴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올해 1분기 두 회사의 중국 내 전자제품 사업 실적이 크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의 중국 전자제품 판매법인 삼성차이나인베스트먼트(SCIC)는 1분기 매출 1조1548억 원, 순손실 8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매출 1조4477억 원, 순이익 1090억 원)에 비해 매출은 20.2% 줄었고, 순이익은 적자전환했다. 

LG전자의 중국 전자제품 판매법인인 LG전자차이나(LGECH) 역시 실적 하락을 맛봤다. LGECH는 1분기에 1122억 원의 매출과 88억 원의 순이익을 올렸으나, 전년 동기에 비해 매출과 순이익이 각각 48.7%, 31.3% 감소했다.

삼성과 LG의 중국 내 전자제품 사업 실적은 최근 수년간 꾸준히 악화돼왔다. 

SCIC는 2013년 25조6058억 원이었던 매출이 매년 줄어들면서 지난해 5조1337억 원까지 떨어졌다. 4년 만에 연 매출이 20조원 이상 줄어든 것이다. 

2013년 7434억 원에 달했던 순이익도 등락을 거듭하면서 지난해 2685억 원에 그쳤다. 4년 전에 비해 연간 순이익이 5000억 원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LGECH도 2013년 1조3807억 원이었던 연 매출이 지난해에는 8000억 원 이상 감소한 5564억 원에 그쳤다. 순이익도 2014년 손실을 기록한 이후 매년 적자폭이 확대되고 있다. 

이처럼 삼성과 LG가 중국 전자제품 시장에서 고전하는 것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 논란이 악재로 작용한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중국 현지 기업의 약진이 근본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의 경우 2013년에는 삼성전자가 20% 내외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지만, 지난해는 중국 기업인 화웨이, 오포, 비보, 샤오미가 점유율 1위부터 4위까지 차지했다. 반면,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3% 아래로 떨어졌고, LG전자는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중국 가전제품 시장도 현지 기업이 독차지하고 있다. 중국의 종합 가전 메이커 하이얼, 메이디, 거리의 약진은 물론 TV 메이커 하이센스, TCL와 같은 전문기업들도 세계시장에서 한국 기업과 경쟁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중국 현지 기업들이 가격경쟁력은 물론 기술수준도 높아져 중국 전자제품 시장 대부분을 차지하면서 삼성과 LG의 입지가 갈수록 줄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2017년 정보통신기술 수출입 실적을 보면, 지난해 한국 기업의 대 중국(홍콩 포함) 수출액은 반도체 수출 급증에 힘입어 전년 대비 22.2% 증가한 1043억9000만 달러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하지만, 휴대폰 수출액은 중국 현지 기업과의 경쟁 심화로 전년에 비해 38.6% 감소한 68억2000만 달러에 그쳤고, 디지털TV도 경쟁이 심화되면서 수출액이 43.2% 줄었다.

lavita@dat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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