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뉴스=강동식 기자] 삼성전자 상반기 영업이익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처음으로 75%를 넘어섰다. 이 같은 쏠림 현상은 슈퍼사이클을 탄 반도체 사업의 고속성장 때문이기도 하지만, 스마트폰과 가전 등 타 사업부문의 수익성 악화가 더 큰 원인으로 분석된다.
3일 데이터뉴스가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삼성전자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 상반기 삼성전자 전사 영업이익 중 반도체 사업의 비중이 75.9%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은 상반기에 약 23조1600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전사 영업이익(30조5112억 원)의 4분의 3을 차지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은 데이터센터의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는 등 고용량 제품 수요가 강세를 보인데다 파운드리 실적도 증가하면서 고성장을 이어간 것으로 분석된다.
스마트폰, 네트워크 시스템 등을 생산하는 IM(IT & Mobile communications) 부문은 상반기에 약 6조440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전사 영업이익의 21.1%를 차지했다. TV, 냉장고, 에어컨 등 가전을 생산하는 CE(Consumer Electronics) 부문은 약 7850억 원의 영업이익으로 2.6%를 차지했다. 디스플레이 사업(삼성디스플레이)은 약 5480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1.8%를 기록했다.
반도체를 제외한 사업부문의 이 같은 전사 영업이익 비중은 과거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다.
2012년 전사 영업이익에서 가장 큰 비중(66.8%)을 차지한 사업부문은 IM이었다. 당시 CE(8.0%)와 디스플레이(11.1%)도 반도체(14.4%)와 대등한 영업이익 기여도를 보였다.
하지만 이후 반도체 사업이 급성장하면서 2015년 전사 영업이익 비중이 50%에 육박한데 이어 지난해에는 65.6%를 기록했다. 반면, IM 부문은 2015년 전사 영업이익 비중 50%가 무너지면서 반도체에 밀린데 이어 지난해 20% 초반까지 떨어졌다. CE와 디스플레이도 부침이 있었지만 대체로 감소 추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반도체 이외 사업부문의 영업이익 기여도가 줄어든 이유 중 하나는 급성장한 반도체 사업이 전사 영업이익 비중을 급격하게 늘리면서 전사 영업이익 규모도 크게 증가시킨 것이다.
하지만, 각 사업부문의 실적 역주행이 그에 못지않게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IM 부문의 경우 전사 영업이익 비중이 67.8%에 기록한 2013년 영업이익이 24조9577억 원에 달했지만, 지난해 11조8273억 원에 그쳤다. 4년 만에 13조 원 이상 줄어든 것이다.
IM 부문의 급격한 수익성 하락은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정체기에 접어든 데다 경쟁자들이 늘어나면서 ‘갤럭시S’ 시리즈가 과거와 같은 파괴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도 ‘갤럭시S9’ 판매 부진에 따른 매출 감소와 마케팅비 증가가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CE 부문과 디스플레이 사업 역시 중국 등 후발주자들이 빠르게 성장해 시장 수성에 어려움을 겪는데다 판매가격까지 하락하면서 IM과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CE 부문은 2012년 2조3240억 원이었던 영업이익이 지난해 1조6533억 원을 기록, 6700억 원 가량 줄었다. 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영업이익을 크게 늘렸지만, 올해 상반기 5480억 원에 그치면서 2012년 상반기(1조334억 원)의 절반 수준까지 떨어졌다.
관련 업계는 반도체 가격 고공행진이 짧으면 1년, 길어도 수년 안에 마감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반도체 쏠림 완화가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이를 위해 전장사업 등 삼성전자가 집중 투자하고 있는 신사업의 더딘 성장속도를 좀 더 끌어올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어려운 시장 상황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 가전 등 기존 사업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려 경쟁력을 강화하고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어내는 전략을 병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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