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석 전 국토교통부 제1차관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기로 유명한 한국철도공사 사장으로 취임했다. 손 사장은 문재인 정부들어 더욱 약진하고 있는 PK(부산·경남)-서울대 출신이다.
한국철도공사는 2005년 1월 철도청에서 공사화한 공기업으로, 그간 정치적 영향권에 들면서 숫한 낙하산 인사 논란을 빚어왔다. 특히 정치인들이 사장 자리에 앉음으로써, 임기를 채우기도 전에 총선출마 등 중도 사퇴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26일 데이터뉴스가 한국철도공사 역대 9명의 사장단을 분석한 결과, 관료 출신이 6명, 국회의원 출신 2명, 재계 출신 1명 순으로 나타났다. 관료 출신 가운데 철도청을 거쳐 내부 승진한 인물은 신광순 초대 사장과 최연혜 제6대 사장이 있고, 나머지 3명은 국토교통부, 감사원, 청와대 등 외부 인사였다. 최연혜 사장의 경우 퇴임 후 자유한국당 비례대표 의원으로 당선돼 철도청 내부 승진인사로 분류했다.
주목되는 점은 손병석 현 사장을 제외한 역대 8명의 사장 가운데 임기를 채운 인물이 단 한명도 없다는 점이다.
특히 역대 한국철도공사 사장 9명 중 2명은 임기 도중 총선 출마를 위해 자진 사퇴했다. 한국철도공사 사장 자리가 정치적 영향력에 따라 결정돼 왔음을 방증한다.
이 때문에 국토교통부 차관 출신인 손 사장에 대한 주변의 기대가 크다. 손 사장은 지난 3월27일 취임식을 갖고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했다.
한국철도공사는 1989년 설립된 서북철도국이 전신으로, 지난 2005년 1월 공사화되면서 '철도청'에서 '한국철도공사'로 명칭이 변경됐다. 현재 주무부처는 국토교통부로, 사장 임명은 국토부 장관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최종 임명해 이뤄진다. 사장의 임기는 3년이다.
한국철도공사는 공기업으로 전환된 2005년 이후 외풍에 시달려 온 대표적인 기업이다. 총 15년간 9명의 사장단과 6명(1인 중복 제외)의 직무대행 등 총 15명이 한국철도공사 수장자리를 거쳐갔는데, 사장 임기가 3년인 점을 감안하면 재임 기간이 매우 짧은 편에 속한다.
신광순 제1대 한국철도공사 사장은 1949년생으로 국방부 시설국에서 근무하다가 1983년 철도청으로 전입했다. 이후 2004년 10월 철도청 청장으로 선임됐고, 공기업으로 전환된 이후에도 사장직을 이어갔다. 역대 사장단 가운데 철도청에서 20년 이상 근무한 내부 출신 전문가로는 신광순 사장이 유일하다.
그러나 신 전 사장은 이른바 '철도유전개발'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되면서 사장 취임 5개월여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최연혜 제6대 한국철도공사 사장은 한국철도대학 교수를 역임하고 철도청 차장을 지냈다. 최 전 사장은 충청북도 영동 출신으로 서울대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1997년부터 한국철도대학 운수경영과 교수를 역임했다. 2004년 철도청 차장으로 임명됐고 공기업 전환 이후인 2005년 1월부터 2007년 4월까지 한국철도공사 부사장을 역임했다.
최 전 사장은 2013년 10월 내부 승진자로는 역대 두번째로 한국철도공사 사장 자리에 올랐으나, 사장 공무 최종 후보에 포함되지 않아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최 전 사장은 자유한국당 비례대표 출마를 위해 사장직에서 중도 사퇴했다.
신광순·최연혜 전 사장을 제외한 전직 사장단들은 모두 외부 관료 출신이거나 정·재계 인물이었다.
이철 제2대 사장은 경상남도 진주 출신으로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정치인이다. 1985년 제12대 신민당 국회의원, 1988년 제13대 국회의원, 1992년 제14대 국회의원 등을 역임했고 2002년엔 노무현 대통령후보 부산선거대책위원회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다.
이 전 사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 2005년 6월 취임해 2008년 1월까지 한국철도공사 사장을 역임했으나,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됐던 2009년 1월 사퇴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취임한 강경호 제3대 한국철도공사 사장은 역대 사장단 가운데 유일한 재계 인사다. 서울대 공업교육학과를 졸업하고 1972년 현대양행에 입사한 그는 1997년 한라그룹 중화학공업군 소그룹장 대표이사 부회장, 2001년 티아이에스테크 공동 대표이사, 2003년 서울메트로 사장 등을 거쳐 2008년 6월 한국철도공사 사장으로 취임했다. 강경호 전 사장은 다스 사장을 역임한 인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허준영 제4대 사장은 한국철도공사와 전혀 무관한 경찰청장 출신 인사다. 대구가 고향인 허준영 전 사장은 1980년 제14회 외무고시에 합격해 주홍콩 총영사관 영사로 재직하다 1993년 경상북도지방경찰정 영양경찰서 서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2003년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실 치안비서관, 2004년 제16대 서울지방경찰청 청장, 2005년 제12대 경찰청 청장 등을 역임했고 2009년 3월 한국철도공사 사장으로 선임됐다.
허 전 사장 역시 총선 출마를 위해 자진 사퇴했으나 낙선했다.
정창영 제5대 사장은 감사원 출신이다. 1980년 제24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에 들어선 이후 1989년 청와대 경호실 행정사무관, 1999년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 2009년 감사원 사무총장 등을 역임했다. 2012년 2월 취임한 정창영 전 사장은 이명박 정부에서 박근혜 정부로 정권이 교체된 이후 사퇴했다.
홍순만 제7대 사장은 손병석 사장과 같은 국토교통부 출신이다. 1956년생으로 연세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그는 1979년 제23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에 들어섰다. 1994년 건설교통부 유통정책과 과장, 2003년 건설교통부 물류개선기획단장, 2005년 건설교통부 철도국장, 2015년 제2대 인청광역시 경제부시장 등을 거쳐 지난 2016년 5월 한국철도공사 사장으로 선임됐다.
오영식 제8대 사장은 국회의원 출신이다. 고려대 법학과 출신인 그는 2004년 제17대 국회의원, 2012년 제19대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다 2018년 2월 한국철도공사 사장으로 선임됐다. 그러나 최근 잇따라 발생한 사고에 대해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했다.
9대 사장으로 취임한 손 사장은 1962년생으로 경상남도 밀양 출신이다. 역대 9명의 사장 가운데 두 번째 PK 인사다. 서울 배재고, 서울대 건축학과를 졸업했다. 1986년 제22회 기술고등고시에 합격해 1987년 건설부(현 국토교통부)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2006년 건설교통부 복합도시기획팀장, 2012년 국토해양부 국토정책국장, 2013년 국토교통부 수자원정책국장, 2014년 국토교통부 철도국장, 2016년 5월 국토교통부 기획조정실장 등을 거쳐 지난 2017년 국토교통부 제1차관을 역임했다.
한편 데이터뉴스가 한국철도공사 역대 사장단 이력을 분석한 결과, 영남 출신이 4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서울 3명, 경기와 충청이 각각 1명으로 나타났다.
출신 대학은 서울대가 4명이었고 고려대 2명, 서울산업대 1명, 연세대 1명 순이었다.
박시연 기자 si-yeon@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