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꼬리는 1000m 이상의 높은 산 정상부근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사진=조용경
무더위가 극성을 부리는 시기에 백두대간의 높은 봉우리들을 오르며 정상 부근에서 길게 뻗어 오른 줄기 끝에 흰색, 혹은 연분홍색의 이삭같이 생긴 꽃들이 바람결에 하늘거리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꽃이라기에는 좀 특이한 모양새이지만, '범꼬리'라는 이름의 야생화랍니다. '범꼬리'는 쌍떡잎식물이면서 마디풀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입니다.
1000m 이상 되는 고산의 정상 부근 풀밭에 무리 지어 자라는데, 모양이 범의 꼬리를 닮았다 하여 '범꼬리'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만주 지역에 많다고 하여 '만주법의 꼬리'라고도 부르지요.
우리나라 전역의 고산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꽃입니다.
범꼬리는 줄기가 길어서 작은 바람에도 끊임없이 흔들린다. 사진=조용경
범꼬리는 뿌리줄기에 짧고 크지만 수많은 잔뿌리가 있습니다. 뿌리줄기에서 나온 줄기는 가늘고 길어서 30~80cm까지 자랍니다. 키가 큰 식물입니다.
뿌리잎(근생엽, 根生葉)은 잎자루가 길고 아랫부분은 넓은 달걀형으로 점차 좁아져서 끝이 뾰족합니다. 길이는 5~10cm, 너비는 3~7cm 정도이지요.
꽃은 6~7월에 연분홍색 도는 흰색으로 피는데, 줄기 끝에 3~8cm의 이삭모양을 하는 수상꽃차례로 달립니다. 꽃잎은 없고 꽃받침은 5개로 갈라지며, 수술은 8개로 꽃받침보다 조금 길고, 꽃밥은 연한 붉은빛이 감도는 자주색입니다.
범꼬리가 무리지어 핀 모습은 한 폭의 그림과도 같다. 사진=조용경
범꼬리의 꽃말은 '키다리'라고 합니다. 숲 가장자리에 서서 가벼운 바람에도 끊임없이 일렁거리는 범꼬리들을 바라보면서 '굽히기는 하지만 꺾이지는 않는다'는 느티나무와 갈대의 우화를 다시 생각해보게 됩니다.
범꼬리의 뿌리는 타닌성분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서 해독과 살균, 지혈과 소염작용에 효능이 있다고 합니다. 한방에서는 장염과 이질, 간질과 파상풍, 임파선염 등의 치료제로 사용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범꼬리는 하나씩 보면 이게 꽃인가 싶기도 하지만, 무리 지어 핀 모습은 한 폭의 그림입니다. 여름에 높은 산을 찾는 분들은 범꼬리를 꼭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조용경 객원기자 / hansongp@gmail.com
야생화 사진작가
(사)글로벌인재경영원 이사장
전 포스코엔지니어링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