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위원장 김종심)는 '1월의 읽을 만한 책'으로「살생의 부메랑」등 분야별 도서 10종을 선정, 발표했다.
위원회는 문학, 역사 등 각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서평위원회를 두고, 독서 문화의 저변 확대와 양서권장사업의 일환으로 매달 10종씩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을 선정하고 있다.
1월의 읽을 만한 책으로는 세계사 속에서 철학의 주요 장면을 포착한 「철학, 역사를 말하다」(안광복, 웅진씽크빅), 정치의 탈의회화로 내적 위기에 처해있는 민주주의의 대안을 모색한 「세계화 이후의 민주주의」(귄터 그라스 외/이승협, 평사리), 고엽제 피해 등 지구상에서 발생한 42개의 환경재난을 소개하고 그에 대한 반성과 각성을 촉구하는 「살생의 부메랑」(박석순, 에코리브르), 현실의 시대정신의 관점에서 동양의 정신을 조명하고 있는 「세계의 고전을 읽는다 2 - 동양 교양편」 등이 선정되었다.
1월의 읽을 만한 책 선정도서 및 추천사는 다음과 같으며, 자세한 내용은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웹진(www.kpec.or.kr/webzine)을 통해서도 볼 수 있다.
◆ 1월의 읽을 만한 책 추천사 ◆
그늘에 대하여
다니자키 준이치로 / 고운기 / 눌와
2005. 12. 10 / 216쪽 / 12,000원
다니자키 준이치로는 현대 일본의 대표적인 소설가이다. 젊어서는 관능적인 작품을 썼고 나이가 들어서는 일본의 고전적 미학을 소설로 형상화하여 크게 존경을 받았다. 그는 1930년대에 서양 문물에 밀려 사라져가는 일본 고유의 정서와 아름다움과 문화에 대하여 애틋한 심경을 펼친 수필을 여러편 남겼는데, 이 책은 그의 그러한 수필 6편을 정성들여 번역한 것이다.
오래 전의 글이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을 정도로 세련된 감각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일본과 동양의 깊은 미학을 섬세한 문체로 드러내는 준이치로의 통찰과 감각은 읽는 이로 하여금 일본 문화의 깊이에 승복하게 만든다. 아울러 서구식 생활문화가 세상을 획일화시키기 이전의 동양에 대한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글이기도 하다. 아름답고 고요하다. 1930년대 우리나라의 명 수필집인 이태준의 「무서록」을 떠올리게 한다.
- 추천자 : 이남호(고려대 국어교육학과 교수)
국보이야기
이광표 / 랜덤하우스중앙
2005. 11. 20 / 344쪽 / 15,000원
최근 국보를 다시 지정해야 한다는 논쟁이 제기되어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른 바 있다. 국보는 우리의 전통문화유산의 정화로서 최고의 명품이기 때문에 지정된 시기에 따라 순위가 정해져 있는 현재의 체계가 불합리하다며 남대문이 국보 1호로 되어있는 것에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러나 막상 국보에 대해 알아보려면 백과사전이나 무겁고 어려운 도록 등을 찾아야 하기 때문에 불편하다.
이 책은 일반인들이 쉽고 재미있게 국보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있다. 문화재 전문기자로 10여 년간 현장을 누빈 필자는 국보에 대한 애정과 쉬운 문장으로 전문용어 투성이의 해설에서 탈피하여 국보 이야기를 풀어냄으로써 읽는 이의 지식과 상식을 넓혀주고 있다. 양질의 도판도 500개 이상 수록하여 눈으로 보고 즐기는 읽을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국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서 출발하여 국보에 얽힌 화제, 국보 미스터리, 국보의 훼손과 보수, 국보의 도난과 약탈 등 국보에 관한 주요 사안을 비롯하여 국보 비교 감상법에 이르기까지 친절하게 서술하고 있다. 308건의 국보 중 국보 274호로 지정되었다가 가짜로 판명되어 제거된 거북선별황자총통을 뺀 307건의 국보목록을 사진과 설명을 곁들여 권말 부록으로 싣고 있어서 참고에 도움이 되도록 하였다.
- 추천자 : 정옥자(서울대 국사학과 교수)
철학, 역사를 말하다
안광복 / 웅진씽크빅
2005. 12. 15 / 206쪽 / 9,800원
철학은 사물의 본질과 현상의 구조를 궁극적으로 규명하는 학문이다. 여기서는 왕과 구두와 구름과 한 잎의 낙엽이 어떻게 필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지 규명하는 작업에 몰두한다. 그러므로 철학은 추상적이고 사변적이며 관념적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것은 구체적이고 실증적이며 현실적일수록 단명하고 설득력이 약해진다. 그러나 철학도 어느 시대에 구체적으로 존재했던 인간의 사상이기 때문에 철학자가 살았던 자연 환경과 역사적 상황, 그리고 그 자신의 기질이 반영되기 마련이다. 따라서 어떤 철학 사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배경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 책은 이러한 궁금증을 해소시켜 줄 뿐만 아니라 그러한 철학 사상들이 어떻게 새로운 시대를 창출했고 또 지배했었는지 잘 설명해준다. 스파르타를 모델로 한 플라톤의 이상국가, 로마제국을 천년 동안이나 지탱하게 한 스토아 철학, 한 나라의 이념을 제공한 유가 사상, 자본주의에 날개를 달아 준 공리주의, 히틀러를 열광시킨 니체의 영웅주의, 현대의 시대정신으로 군림하는 논리실증주의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철학이 철학으로 남아있기 위해서는 역사를 뛰어넘었음을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 추천자 : 엄정식(서강대 철학과 교수)
세계화 이후의 민주주의
귄터 그라스 외 / 이승협 / 평사리
2005. 11. 28 / 188쪽 / 12,000원
세계화와 민주화, 이 두 지구적 물결은 병행 발전할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상호 충돌할 수밖에 없는가? 「세계화 이후의 민주주의」는 세계화와 민주화의 관계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지구촌의 석학들의 글을 모아 놓은 책이다.
독일의 시사지인 「디 자이트」가 기획하고 편집한 이 책은 역사의 자유주의적 종언을 외쳤던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세계화에 대한 회의로 시작하여 세계화에 대한 긍정론에 대해 기선을 제압하려 하고 있다. 이어서 지그문트 바우만과 울리히 벡은 세계화로 인한 사적인 것의 공적화, 공공성의 형해화는 정치적 공간의 파괴, 무력화, 퇴행을 초래하고 있으며, 그 빈 공간에 무정부적 급진주의, 혈통주의적 민족주의가 들어서고 있다고 한탄한다. 클라우스 오페는 세계화가 정치의 탈의회화를 가져와 국민들의 대의기구에 대한 "신뢰의 철회"를 초래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대안은 "신뢰의 회복"이다. 세계화는 불평등을 증가시키고, 불평등은 정치적 자유를 위협한다.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지 않고서는 민주주의의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알랭 투렌느는 새로운 자유을 요구할 수 있는 우리의 능력이 중요하다면서 시민사회로부터 영감을 얻어야한다고 주장하고, 데이비드 헬드는 "정치로의 귀환"을 통해 고삐 풀린 경제에 대한 정치의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귄터 그라스와 피에르 부르디외도 경제의 전면화와 민주주의의 고갈에 대한 정치의 저항을 주장하고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세계화에 대한 비판을 읽어냄으로써 세계화에 대해 균형 잡힌 시각을 갖추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으로 추천한다.
- 추천자 : 임혁백(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세속의 철학자들
로버트 L. 하일브로너 / 장상환 / 이마고
2005. 12. 2 / 508쪽 / 21,000원
경제학자들을 의미하는 「세속의 철학자들(Worldly Philosophers)」이라는 책은 오랫동안 전 세계적으로 잘 알려져 있는 경제학 서적이다. 아담 스미스 전공자로 자임한 미국의 경제학자 하일브로너는 여러 차례에 걸쳐 인쇄된 이 책을 통해 명성을 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책은 스미스에 국한되지 않고 경제학의 전체 역사를 대체로 중도좌파적인 입장에서 기술하고 있다. 전문성보다 대중성을 지향하고 있어 독자들을 경제이론의 정수나 사회철학 및 방법론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와 씨름하도록 유도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도대체 경제학이 어떤 살아있는 문제들을 다룰 수 있는지 경제학 전공 초보자나 일반 지식인에게 알려준다.
저자는 주류경제학이 안고 있는 피상성과 건조함을 비판하면서 경제학자의 분석력에 인문학자의 상상력과 언어가 주는 묘미를 결합시키려고 노력했다. 역자 장상환 교수 또한 정치경제학과 경제사상 방면에서 국내 학계에서 이미 잘 알려진 학자이다. 신자유주의의 신화를 상대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시의적절하다.
- 추천자 : 홍 훈(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화폐, 마법의 사중주
고병권 / 그린비
2005. 11. 20 / 344쪽 / 14,900원
현대 사회에서 화폐의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그 정체를 안다고 자신할 수 있는 사람도 드물다. 화폐의 움직임을 조절하는 다양한 기법이 개발되어 있고 화폐를 벌기 위한 온갖 전략들이 난무하는 시대에도, 왜 화폐와 같은 것이 우리 곁에 존재하며 우리 삶을 지배하는지는 풀리지 않는 신비로 남아 있다.
화폐란 무엇인가. 이 책은 그 물음을 독특한 방식으로 전환시킴으로써 화폐의 정체에 대한 사회학적 탐구의 길을 열고 있다. "어떤 것을 안다는 것은 그것이 어떻게 산출되는지를 안다는 것이다" 저자는 스피노자의 경구를 인용하며 화폐의 정체에 대한 물음을 화폐를 산출하는 원인에 대한 물음으로, 화폐의 발생에 대한 물음으로 전환시킨다. 화폐를 화폐로 만들어주는 것은 무엇인가? 화폐는 어떻게 발생된 것인가?
저자는 근대의 시장, 국가, 사회, 과학에 주목한다. 화폐를 통해 상품을 거래하고 채무를 지불하는 시장(화폐거래네트워크), 화폐를 발행하고 관리하는 국가(화폐주권), 화폐적 인간관계라 할 수 있는 사회(화폐공동체), 화폐를 개념화하고 독자적으로 인식하게 해준 과학(화폐론). 저자는 근대 화폐를 이 네 요소들의 역사적 결합으로서, 이 네 요소들이 이루는 하나의 구성체로서 이해하고 있다. 그리고 이 결합과정에서 근대 화폐의 주요한 네 의미, 즉 '상품'과 '권력', '인간관계', '부'로서의 화폐가 만들어졌다고 말한다.
저자의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근대 화폐의 출현이 얼마나 독특한 역사적 사건인지를 깨닫게 된다. 화폐가 교환의 편의를 위해 자연스럽게 생겨났다는 통념은 이 책에서 철저히 기각된다.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이 책이 우리로 하여금 '근대적 화폐'만이 아니라 '화폐적 근대'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근대 화폐가 발생하는 장면에서 사실상 근대의 국가, 시장, 사회가 발생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어쩌면 '근대의 화폐'는 '화폐적 근대'의 출현을 알리는 상징물인지도 모르겠다.
- 추천자 : 임현진(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살생의 부메랑
박석순 / 에코리브르
2005. 11. 10 / 326쪽 / 12,000원
우리나라 환경학 분야의 중심 학자 중 한 사람인 저자가 모름지기 환경문제에 천착하는 이라면 이 정도의 지식은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뜻에서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준 필독서이다. 구소련의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일본의 미나마타병, 인도의 보팔 사고 등 널리 알려진 대형사고에서부터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하고 작은, 그러나 엄청난 함의를 지닌 많은 환경 재앙 및 사고들의 원인, 과정, 그리고 교훈들을 요점정리 해 주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우리 사회가 지금 겪고 있는 크고 작은 환경 사고와 갈등들은 어쩐지 역사의 반복이라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우리는 이런 사건들을 겪으면서도 여전히 배워야 할 것을 배우지 못한 채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환경도 알아야 보전할 수 있다.
- 추천자 : 최재천(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글렌 굴드
피터 F. 오스왈드 / 한경심 / 을유문화사
2005. 11. 25 / 568쪽 / 25,000원
사람들은 흔히 예술가 부류에게 비일상적이고 비현실적인 삶의 태도를 요구한다. 반복과 규율의 억압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영혼의 모습을 그들에게 투사하기 때문일 것이다. 귀족사회에서 시민사회로 넘어가는 이행기, 그리고 19세기 말에 그러한 예술가상을 흔히 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예술이 학교제도 속에 편입되고 문화산업으로 변신하는 과정 동안에 '자유로운 영혼'으로서의 예술가는 실종되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1960년대 전후로 새로운 피아니즘의 물결을 불러일으킨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는 속악한 뮤직 비즈니스계에서 대단히 이단적인 행보를 보여 커다란 화제를 뿌린 인물이다. 그의 자아는 고립과 파탄성을 통해 견고한 성채를 구축하며, 이 점은 '누구하고도 다른' 그의 연주력을 통해 보여진다. 수많은 굴드 평전이 있지만 이 책의 저자 오스왈드는 굴드의 20년지기이자 정신과 의사이자 아마추어 연주가라는 배경을 통해 굴드의 정신세계를 속속들이 규명하는 데 누구보다 앞선 능력을 보여준다. 흡사 모순덩어리 같은 문제적 인간 글렌 굴드의 내면세계에 가까이 다가가는 데 탁월한 가이드 역할을 할 수 있는 평전이다.
- 추천자 : 김갑수(문화평론가)
세계의 고전을 읽는다 2 - 동양 교양편
정재서 외 / 휴머니스트
2005. 12. 5 / 646쪽 / 25,000원
시간은 모든 것을 파괴한다. 시간의 파괴력은 부드럽고 미미한 것 같지만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강하다. 고전은 바로 그런 시간의 파괴를 견디며 오히려 시간의 힘에 의해 조탁된 작품이다. 동양 고전은 동서양의 구별이 모호해진 현대에도 동양 정신이라고 해도 좋을 그 무엇을 드러낸다. 그것은 「도덕경」이고 「반야심경」이며, 「논어」고 「중용」이다.
왜 「서경」에는 군자는 편하게 지내서는 안 된다고 했을까? 사마천의 「사기」를 통해 읽을 수 있는 현실적인 중국 정신의 코드는 무엇인가? 격렬한 전쟁의 상황에서 바보가 아닌 맹자는 왜 인간의 본성은 선한 것이라고 설파했을까? 노자의 철학적 주제는 정말 사회 밖으로 벗어나는 것이었을까, 혹시 사회 전체의 새로운 질서와 관련된 것은 아니었을까? 정재서, 한형조, 이재민 등 동양학자가 엮은 「세계의 고전을 읽는다 2 - 동양 교양편」은 현실의 시대정신의 관점에서 동양의 정신을 조명하고 있는 책이다.
- 추천자 : 이주향(수원대 교양학부 교수)
작은 책방
엘리너 파전 글 / 에드워드 아디존 그림/ 햇날과나무꾼 / 길벗어린이
2005. 11. 23 / 360쪽 / 10,000원
이 책은 영국 동화작가 엘리너 파전이 그녀의 유년기를 차지했던 작은 책방 속에서 건져올린 아름다운 이야기 모음집이다.
이 책에는 달을 갖고 싶어 우는 공주님, 하녀와 사랑에 빠진 임금님, 긴 머리카락만 바라보며 살았던 여섯 공주님, 황금빛 보리밭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꼬마, 보리보다 자신이 더 황금빛이라고 주장하는 임금님 등이 등장하는 재미있고 아름다운 이야기가 가득하다. 「작은 책방」과 「클럼버 강아지」 두 권으로 나누어 출간되었던 책을 원래의 모습대로 한 권으로 묶고, 5편의 작품을 추가로 번역해 총 20가지 이야기가 실려 있다.
이 책에 실린 짧고 간단한 에피소드는 동화라고 하기에는 상당히 특이한 내용과 결말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구석구석에 작가 특유의 감성적인 위트와 인간을 향한 풍부한 애정이 깃들어 있다. 환상적인 구성, 독특한 유머, 맛깔스런 문체, 따스하고 진정성 있는 결말이 새로운 체험 세계로 빠져들게 한다. 신비로운 「손풍금」, 위트가 넘치는 「금붕어」도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이 읽어도 재미있는 책이다.
- 추천자 : 김자연(전주대 교양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