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방망이 같은 곰취꽃은 깊은 숲 속에 노란 등불이 켜진 것 같다. 사진=조용경
야생화를 잘 모르시는 분이라 해도 '곰취'를 모르시는 분은 아마도 없을 겁니다. 봄철에 여린 잎으로 쌈을 싸먹기도 하고, 억세진 잎은 장아찌를 만들어서 먹기도 하는 그 곰취 말입니다.
그런데 그 곰취의 꽃이 정말 아름다운 야생화라는 사실은 모르셨겠지요.
7월 하순부터 9월 하순에 걸쳐 높은 산의 고원지대를 다니다 보면 우거진 수풀 사이에 마치 등불이 켜진 것처럼 피어있는 노란 방망이 모양의 꽃을 만날 수 있습니다. 곰취꽃입니다.
곰취는 쌍떡잎식물이며 국화과의 곰취속인 여러해살이풀입니다.
곰취는 높은 산의 고원이나 비탈진 숲 속에서 자랍니다. 곰취라는 이름은 곰이 좋아하는 채소라는 뜻에서 붙여진 것으로, 한자어로는 웅소(熊蔬)라고 합니다.
곰취는 몽골의 초원에서도 많이 볼 수 있다. 사진=조용경
대체로 키가 커서 높이가 1~2m까지 자라기도 하는데, 뿌리줄기가 굵고 털은 없습니다.
뿌리에 달린 잎은 크기가 9cm에 이르는 것이 있는데, 큰 하트 모양으로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으며 잎자루가 긴 편입니다.
뿌리에 달린 잎 사이에서 줄기가 나오고, 그 줄기에 잎이 3장씩 달립니다. 모양은 뿌리에 달린 잎과 비슷하지만 크기가 작고, 잎자루의 밑부분이 줄기를 감싸고 있는 모양입니다.
지역에 따라 7~9월 줄기 끝에 크기 4~5cm의 노란색 꽃이 총상꽃차례로 핍니다. 총상꽃차례란 꽃대를 중심으로 수많은 꽃들이 꽃자루에 달려서 무리지어 피는 모양의 꽃차례를 말합니다.
곰취의 꽃대는 길이가 10~50cm까지 되며, 꽃자루는 길이가 1~9cm 정도 됩니다. 꽃의 전체적인 모양은 노란 방망이 형태를 이룹니다.
씨앗은 수과로 10월에 익습니다. 길이는 6~10mm이고, 갈색 관모가 달려 있어서 바람에 잘 날려 흩어집니다.
곰취는 꽃도 예쁘지만 산나물로 더 인기가 있는 식물이다. 사진=조용경
나물로 먹는 어린 잎에는 독특한 향기가 있어 인기가 많습니다. 흔히 '산나물의 제왕'이라고도 불립니다.
조선 시대의 가사인 「전원사시가」에는 "어젯밤 좋은 비로 산채가 살젓으니, 광주리 옆에 끼고 산중에 들어가니 주먹 같은 고사리요 향기로운 곰취로다. 취 한 쌈 입에 넣고 국 한 번 마시나니, 입 안의 맑은 향기 삼키기 아깝도다."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이것은 곰취가 오래 전부터 우리 민족의 사랑을 받아온 식물임을 알려주는 증거겠지요.
조용경 객원기자 / hansongp@gmail.com
야생화 사진작가
(사)글로벌인재경영원 이사장
전 포스코엔지니어링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