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랑제비꽃은 고산지대의 양지 바른 언덕이나 바위 틈에서 자란다. 사진=조용경
무르익은 봄날, 높은 산 양지바른 땅에서, 마치 작은 황금 나비들이 떼를 지어 날아와 앉은 듯한 모양의 노란 꽃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15여 년쯤 전, 대관령 부근의 계곡에서 이 녀석들을 처음 만났을 때, 금세라도 노란 날개를 팔랑이며 날아갈 것 같은 그 황홀한 느낌에 얼마나 가슴이 뛰었었는지요.
그 꽃이 바로 '노랑제비꽃'입니다.
노랑제비꽃은 쌍떡잎식물인 제비꽃과의 여러해살이풀로, 비교적 고산지대의 양지바른 언덕이나 바위틈에서 자랍니다.
노랑제비꽃은 줄기에서 꽃대가 나와 꽃을 피운다. 사진=조용경
뿌리에서 꽃대가 올라오는 대다수의 제비꽃 종류와는 달리 노랑제비꽃은 줄기에서 꽃대가 나와 꽃을 피우는 특이한 녀석이지요.
뿌리에서 나오는 잎(근생엽)은 2~3장으로 심장 모양이고 긴 잎자루가 있으며 가장자리에 물결 모양의 톱니가 있습니다. 반면 줄기에서 나오는 잎(경생엽)은 3~4장으로 잎자루가 없고, 앞면에서 반짝반짝 윤이 납니다.
꽃은 고도에 따라 4~5월 말 사이에 줄기 끝에 2~3송이가 달리며, 보통은 무리를 지어 피기 때문에 멀리서 보면 노란색 카페트가 깔린 듯한 느낌이 듭니다.
꽃잎은 다섯 장으로 제일 아래쪽의 꽃잎에는 몇 개의 황갈색 무늬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꽃의 뒤쪽에는 볼록 나온 돌기 같은 것이 있는데, 이곳에 꿀샘이 들어 있다고 하네요.
노랑제비꽃은 노란 카펫을 갈아 놓은 듯 하다. 사진=조용경
노랑제비꽃의 꽃말은 ‘수줍은 사랑’이라고 합니다.
높은 산 바위틈에 숨어서 핀 녀석들을 보노라면 어여쁜 산골 처녀의 화장기 없는 수줍은 미소를 떠올리게 되나 봅니다.
“이 봄 다 가기 전 / 너를 찾고 말리라 / 날마다 수소문하며 / 골짜기를 누벼왔다 / 눈웃음 생생한 기억 / 노랑 적삼 여며 입은”
공영해 시인의 시조 '노랑제비꽃'의 1연입니다.
예쁜 노랑제비꽃을 만나고 싶어 수소문하며 골짜기를 누비는 시인의 마음, 그리고 시인의 마음을 휘저어 놓은, 마치 눈웃음치는 듯한 그 예쁜 모습이 그려지지 않습니까?
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봄은 준비하고 맞지 않으면 금세 지나가 버립니다. 그 봄이 가고 나면 다시는 노랑제비꽃을 볼 수 없게 될지도 모르구요.
이 봄! 행장을 꾸리고 노랑제비꽃을 찾아서 나서 보세요.
당신도 시인이 될 수 있습니다.
조용경 객원기자 / hansongp@gmail.com
야생화 사진작가
(사)글로벌인재경영원 이사장
전 포스코엔지니어링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