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전자 계열사 CEO는 전자공학을 공부하고 장기간 엔지니어로 일한 개발 책임자 출신이 대세로 나타났다. 반면, 금융 계열사 CEO는 경제·경영학을 전공하고 금융업무 커리어를 쌓은 뒤 최고재무책임자(CFO)를 거친 인물이 강세를 보였다.
16일 데이터뉴스가 삼성그룹 상장 계열사 대표이사(내정자 포함)의 이력을 조사한 결과, 업종별로 CEO의 경력경로가 뚜렷한 경향성을 가진 것으로 분석됐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그룹 전자업종 상장 계열사 CEO의 전공학과는 모두 이공계로 집계됐다. 과거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무역학), 최도석 삼성전자 사장(경영학과) 등 상경계열 출신도 있었지만, 현재는 전자업종 상장사 대표가 모두 이공계 출신이다.
▲(왼쪽부터)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김현석 삼성전자 사장,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
특히 6명 중 4명이 전공한 전자공학이 강세를 보였다.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이 학사(서울대), 석사(KAIST), 박사(UCLA) 모두 전자공학을 공부했고, 김현석 삼성전자 사장도 전자공학 학사(한양대)·석사(포틀랜드주립대)학위를 갖고 있다.
또 전영현 삼성SDI 사장이 한양대에서 전자공학을 공부하고, KAIST에서 전자공학 석·박사 과정을 마쳤다. 홍원표 삼성SDS 사장도 서울대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미시간대에서 전자공학 석·박사를 땄다. 이밖에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은 산업공학(성균관대, 학사)과 기술정책학(서섹스대, 석사)을 공부했고, 경계현 삼성전기 사장은 서울대에서 제어계측공학 학사·석사·박사과정을 마쳤다.
▲(왼쪽부터) 전영현 삼성SDI 사장, 홍원표 삼성SDS 사장, 경계현 삼성전기 사장
삼성그룹 전자 계열사 CEO의 또 다른 특징은 오랜 기간 핵심 엔지니어로 일한 뒤 개발 총괄까지 역임한 점이다.
김기남 부회장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D램 개발실장, DS부문 반도체연구소장 등을 역임하면서 D램 고집적화에 핵심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평가된다. 삼성의 S급 핵심 기술인력을 뜻하는 삼성 펠로와 전자업계 세계 최고 권위의 미국전기전자학회(IEEE) 석학회원으로도 뽑힌 대표적인 반도체 전문가다.
전영현 사장과 경계현 사장도 삼성전자 반도체 기술 발전에 기여했다. 전영현 사장은 D램 설계팀장, D램 개발실장 등을 거쳤다. 경계현 사장은 플래시 설계실장, 솔루션 개발실장 등을 역임했다.
김현석 사장은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모니터개발그룹장, LCD TV 개발그룹장, 개발팀장 등을 거치며 디스플레이 기술 발전에 크게 공헌한 인물이다. 또 고동진 사장은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 유럽연구소장, 무선사업부 개발실장 등을 역임했다.
반면, 금융업종 상장 계열사 CEO는 상경계 학과를 졸업하고 삼성그룹 금융사에서 커리어를 쌓은 인물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왼쪽부터) 전영묵 삼성생명보험 사장, 최영무 삼성화재해상보험 사장, 장석훈 삼성증권 사장, 김대환 삼성카드 부사장
전영묵 삼성생명 사장은 연세대(학사)와 펜실베니아대(석사)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장석훈 삼성증권 사장은 연세대에서 경제학 학사를, 위스콘신대메디슨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과정을 밟았다. 김대환 삼성카드 부사장도 서울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최영무 삼성화재 사장은 고려대에서 식물보호학을 전공했다.
삼성 금융 계열사 CEO의 또 다른 키워드는 ‘재무통’이다. 전영묵 사장과 장석훈 사장이 둘 다 삼성증권에서 경영지원실장으로 일하며 재무를 책임졌다. 김대환 부사장도 삼성생명 경영지원실장을 역임했다.
강동식 기자 lavita@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