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경의 야생화 산책] 산자락을 노랗게 물들이는 애기똥풀

생명력과 번식력이 강해 잡초 취급 받기도…줄기를 자르면 나오는 노란 액체가 애기들의 똥을 닮아 붙여진 이름

애기똥풀의 줄기를 자르면 애기똥 같은 노랗고 끈끈한 액체가 흘러 나온다. 사진=조용경

4월 하순부터 초가을에 이르기까지, 논두렁이나 저수지 뚝방길, 혹은 야산의 산자락에 무더기 무더기 피어나는, 노란색 꽃이 있습니다. 

바로 ‘애기똥풀’입니다. 애기똥풀은 쌍떡잎식물로서 양귀비과에 속하는 두해살이풀입니다.

애기똥풀의 줄기를 자르면 그 단면에서 노란 액체가 나오는데 이것이 마치 애기들의 똥 같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여졌다고 합니다.

애기똥풀은 생명력과 번식력이 매우 강한 풀입니다. 그러다 보니 무척 예쁜 꽃인데도 잡초 취급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애기똥풀은 워낙 번식력이 강해서 잡초 취급을 받기도 한다. 사진=조용경

애기똥풀의 땅속 깊이 뻗은 곧은 뿌리에서 나온 줄기는 가지가 많이 갈라지고 속이 비어 있으며 매우 크게 자랍니다.

잎은 마주나기로 나고 여러 갈래 깃꼴로 갈라지며, 가장자리는 둔한 톱니형으로 깊이 패어 들어가 있습니다. 

꽃은 4월부터 10월까지 노란색으로 피는데 줄기 윗부분의 잎겨드랑이에서 나온 가지 끝에 지름 2cm 크기의 꽃이 산형꽃차례를 이루며 여러 개가 달립니다. 

꽃이 지면서 원기둥 모양의 콩깍지 같은 씨앗 주머니가 달리고, 다 익으면 주머니가 터지면서 작은 검은색 씨앗이 튀어 나갑니다. 

이 씨앗에는 개미들이 좋아하는 흰색의 '엘라이오좀'이라는 지방 덩어리가 붙어있습니다. 개미들이 씨앗을 날라다가 엘라이오좀을 떼 먹고, 대신 종자를 멀리까지 퍼뜨려주는 역할을 합니다.

안도현 시인의 시 ‘애기똥풀’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나 서른 다섯 될 때까지 애기똥풀 모르고 살았지요 (중략) / 코딱지 같은 어여쁜 꽃 / 다닥다닥 달고 있는 애기똥풀 얼마나 서운했을까요 / 애기똥풀도 모르는 것이 저기 걸어 간다고…(후략)”

애기똥풀의 꽃말은 몰래 주는 사람이다. 사진=조용경

제가 사랑하는 두 손자들은 어려서부터 할아버지를 따라 다닌 탓에 유치원 다닐 때부터 “이게 무슨 꽃이지?” 하고 물으면 금세 “애기똥풀이요!” 하고 대답할 줄 안답니다.

애기똥풀의 꽃말은 ‘몰래 주는 사랑’ 입니다. 너무도 흔하고 번식력이 강해서 잡초로 취급 당하는 애처로움을 에둘러서 그리 표현한 것 같습니다. 

항암효과도 있고, 진통제의 효능도 있다고 하는데, 독성이 있다니 함부로 사용하는 건 금물이겠죠?

금년에는 ‘애기똥풀’ 하나 확실하게 알아 두시면 어떨까요? 

조용경 객원기자 / hansongp@gmail.com  
야생화 사진작가  
전 포스코엔지니어링 부회장 

[ⓒ데이터저널리즘의 중심 데이터뉴스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