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경의 야생화 산책] 물가에서 만날 수 있는 붉은 정열의 '부처꽃'

여름날 연못이나 저수지, 습지 주변에서 볼 수 있어…키가 큰 줄기 끝에 빨간색 꽃이 달린 모습

부처꽃은 가지가 여러갈래로 갈라지며, 꽃은 가지끝을 따라 올라가면서 핀다. 사진=조용경

여름날 연못이나 저수지, 혹은 습지 주변을 다니다 보면 풀이 우거진 사이에서 상큼하게 키가 큰 줄기 끝에 예쁜 빨간색 꽃이 주렁주렁 달린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절에 피는 꽃도 아닌데 이름이 '부처꽃'입니다. 천굴채(千屈菜)라고도 부르는 꽃이지요.

쌍떡잎식물로서 부처꽃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입니다.

예전에 한 스님이 부처님 전에 연꽃을 올리기 위해 연못으로 갔더니, 장마로 물이 불어서 연꽃을 꺾을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고심하던 스님은 연꽃 대신 물가에 핀 붉은 색의 꽃을 한 아름 꺾어서 불전에 바치게 됐고, 그래서 이름이 부처꽃이 되었다고 합니다.

요즘도 백중날이 되면 연꽃 대신 부처꽃을 올리는 사찰도 있다고 합니다.

부처꽃은 무리를 지어서 핀 모습이 대단히 화려하다. 사진=조용경

부처꽃은 키가 1m 안팎으로 곧게 자라며, 위로 올라가면서 가지가 여러 갈래로 갈라지고, 잎은 3~4cm의 크기로 바소꼴이며, 마주나기로 달립니다.

꽃은 7~8월에 홍자색으로 피는데, 3~5개씩의 작은 꽃이 줄기를 따라 올라가면서 핍니다. 

꽃받침은 원주형으로 윗부분이 6가닥으로 얕게 갈라지며, 꽃잎도 6개입니다.

수술은 12개인데, 긴 것, 짧은 것, 중간 것의 3종류가 있습니다. 수술이 있는 부분은 노란색이어서 더 예쁘게 보이는 것 같습니다. 

여러 갈래로 갈라진 줄기 끝마다 붉은색의 작은 꽃들이 층층이 핀 모습을 멀리서 보면, 마치 붉은색의 꽃방망이를 보는 듯 화려합니다.

부처꽃의 꽃말은 '정열', 혹은 '사랑의 슬픔'이라고 합니다. 

부처꽃은 여름날 우리나라 전역의 물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사진=조용경

목회자이기도 한 김민수 시인은 이렇게 부처꽃을 노래했습니다.

“여름 햇살보다 / 더 뜨거운 / 마음을 담아 피어난 / 정열의 꽃 / 그 뜨거운 마음에 데일까 / 물에 뿌리를 내리고 / 온 세상을 부둥켜안고 사랑하기 위해 / 골고다 십자가에서 죽은 / 예수처럼 / 보리수나무 아래서 고뇌했던 / 붓다처럼 / 우뚝 서 세상을 응시하는 부처꽃”

저는 이 꽃을 백두산의 저지대와 한라산의 초원에서 만났습니다. 부처꽃은 우리나라 전역의 물가나 습지에서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부처꽃에는 이뇨나 지사(止) 효능이 있어서 한방에서는 전초를 방광염 치료제로 사용한다고 합니다.

조용경 객원기자 / hansongp@gmail.com  
야생화 사진작가  
전 포스코엔지니어링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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