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케미칼, 미국 상장사 크레이튼 LBO 방식으로 인수…국내 최초

▲미국 오하이오주 벨프레에 위치한 크레이튼의 SBC 생산 공장 / 사진=DL케미칼


DL케미칼은 국내 최초로 미국 상장사를 차입매수(이하 LBO) 방식으로 인수한다고 23일 밝혔다. 

DL케미칼은 지난 9월27일 인수를 확정한 미국 크레이튼의 인수금융 확보를 위해, 지난 달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9억5000만 달러(약 1조1200억원)를 확보한 데 이어 이달 20일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으로부터 8억5000만 달러 (약 1조 원) 규모의 금융 약정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DL케미칼은 인수 발표 두 달 반 만에 자체 보유한 현금을 포함해 3조 원의 인수자금을 모두 마련하는데 성공했다. 

이번 인수작업에서 특히 주목받고 있는 것은 LBO를 활용한 DL케미칼의 M&A전략이다. 국내 회사가 미국 상장회사 인수에 적용한 최초의 사례로 M&A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LBO란 기업인수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피인수회사의 자산을 담보로 제공하고 금융기관들로부터 대출을 일으켜 100% 지분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피인수 기업의 담보대출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높은 금리를 부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DL케미칼은 LBO 금융에 국내 정책금융기관들을 통해 확보한 인수금융을 접목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를 통해서 금융비용과 크레이튼의 부채비율까지 함께 낮춰 양사의 재무건전성균형을 유지했다. 
 
DL케미칼은 글로벌 금융의 빠른 확보를 위해 지난 달 미국에서 수십여 곳의 해외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딜 로드쇼를 진행했다. 일반적으로 모집금액의 2배가 넘는 주문을 받으면 성공적인 거래로 평가되나 이 투자에는 4배가 넘는 자금이 몰리며 유리한 금융 조건을 확보할 수 있었다.  

특히, 미국 상장사 인수는 비밀유지와 신속한 의사결정이 필수적이라 가장 난이도가 높은 M&A 거래로 꼽힌다. 이번 딜의 성공으로 DL케미칼은 지난 해 카리플렉스에 이어 크레이튼 인수 성사라는 신뢰할만한 레퍼런스를 글로벌 금융시장에 구축할 수 있게 됐으며 향후 추가적인 M&A 추진을 위한 전략의 폭도 넓히게 됐다는 평가다.   

이번 딜의 성공에는 정책금융기관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다. 금융 관행, 심사기간, 절차 등 모든 면에서 통상의 M&A와 다른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미국 금융의 빠른 진행 속도에 발맞추며 이번 인수금융을 지원했다. 

양 은행은 DL케미칼의 탄탄한 현금창출 능력을 비롯, 미국과 유럽 SBC 시장 1위 점유율 및 세계 최대 규모의 친환경 바이오케미칼 사업을 가지고 있는 크레이튼의 기업 역량에 대한 신뢰로 전격 지원을 결정하게 됐다. 

DL케미칼은 내년 1분기부터 본격적인 글로벌 경영에 돌입하기 위해 인수 절차의 속도를 높일 계획이다. 지난 9일 크레이튼은 임시주주총회를 개최, DL케미칼의 자사 인수를 승인했다. 남은 절차는 주요국 규제 당국의 기업결합 승인이다. 지난달 미국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았으며, 미국 외 주요국 승인 절차는 2월 말까지 완료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상우 DL케미칼 부회장은 "한국기업 최초의 미국 상장사 LBO성공이라는 쾌거를 출범 첫 해에 이루며 글로벌 금융시장에 DL의 M&A역량을 증명했다"며, "탄탄한 현금창출 능력과 최고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석유화학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신성장 동력을 끊임없이 발굴해 나갈 것"이라 말했다. 또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적극적인 지원에 진심으로 감사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휴스턴에 본사를 둔 크레이튼은 800개 이상의 특허를 보유한 글로벌 석유화학기업이다. 미국과 유럽 등 전세계 주요 시장에서 13개의 생산공장과 5개의 R&D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폴리머 사업 주력제품은 위생용 접착제와 의료용품 소재, 자동차 내장재 등에 사용되는 첨단 기술소재인 스타이렌블록코폴리머(SBC)로 미국과 유럽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크레이튼은 소나무 펄프 생산 과정의 부산물을 정제해 화학제품을 만드는 최대 규모의 바이오 케미칼 회사로 유명하다. 바이오 케미칼 생산능력은 연 70만톤으로 바이오 디젤 같은 친환경 연료부터 고기능성 타이어 재료, 친환경 접착제 등의 소재를 생산하고 있다.

이윤혜 기자 dbspvpt@datanews.co.kr

[ⓒ데이터저널리즘의 중심 데이터뉴스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