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해진 NH농협생명 대표가 타이밍 좋게 투입 됐다. 수익성 개선, 자본잠식 해소, RBC비율 개선 등 회사 경영상태는 성장을 위해 잘 다듬어져 있다. 윤 대표는 2024년까지 이 회사를 이끌며, 보장성 보험 중심의 포트폴리오에 집중할 계획이다.
21일 데이터뉴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NH농협생명의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NH농협생명은 2022년 완전자본잠식 상태가 됐다. 게다가 금융당국이 보험사에 권고하고 있는 RBC비율(150% 이상) 미만이 됐다.
하지만 올해 도입된 IFRS17으로 자본 잠식이 해소되고 RBC비율도 높아질 전망이다. 지난해 순이익은 2170억 원으로 역대 최대 수치를 기록했다.
농협생명 관계자는 "금리 상승에 따른 시장 상황에 적기 대응하면서 이자율차손익을 관리한 결과”라며, “배타적사용권을 획득한 '스마트페이NH종신보험', 첨단의료 기술을 보장하는 '꼭필요한NH신의료보장보험' 등 보험 본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신상품 개발 확대 영향으로 안정적 위험보험료 확보도 호실적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2018년엔 1183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었다. 외화자산 헷지 비용 증가와 주식형자산 손상차손 및 매각손실의 비경상적 투자손실 발생이 주된 원인이었다. 또, 보장성보험 중심의 영업체질 전환 과정서 단기적인 수입보험료 정체가 발생했다.
이후 2019년부터는 상승 곡선을 그렸다. 468억 원으로 집계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주식형 자산에서 수익이 발생했고, 보장성보험 판매 확대에 영향을 받았다. 2020년과 2021년 순이익은 각각 725억 원, 1657억 원이다.
작년 자본은 -1452억 원으로 잠식상태다.
농협생명은 자본잠식이 발생한 사유가 '2022년도 급격한 시장금리 상승에 따른 채권 평가손실 때문'이라고 공시했다.
9월 말부터 이 회사는 완전자본잠식 상태가 됐었다. 6월 말 7724억 원이던 자본이 9월 말 -4821억 원으로 곤두박질쳤다. 2021년에는 6월 말과 9월 말 모두 3억9856억 원이었다.
NH농협생명은 지난해 자본잠식 우려를 떨치기 위해 농협금융지주의 지원을 적극적으로 받았다. 농협금융지주는 작년 3월 2250억 원의 유상증자에 참여했고 다음 달인 4월, 3750억 원을 추가로 출자했다. 이어 9월엔 2500억 원의 신종자본증권을 인수했고, 지난 1월 또한 2500억 원이 투입됐다.
이에 대해 농협생명 관계자는 "2023년부터 시행되는 새 보험국제회계기준(IFRS17)을 적용하면 총 자본이 4조5000억 원이 돼 자본잠식에서 완전히 벗어난다"고 말했다. 보험부채를 원가법에 따라 측정했던 IFRS4가 올해 17으로 전환됨에 따라 자본잠식이 해소되는 것이다. IFRS17은 시가 평가에 따라 부채 규모가 감소되는 동시에 자본이 늘어나는 이유에서다.
자본잠식의 영향으로 RBC(지급여력)비율도 급감했다. 2021년 210.5%에서 지난해 147.5%로 63%p 하락했다. 이 또한 IFRS17 도입으로 인해 개선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보험사에 150% 이상을 권고하고, 보험업법 기준에 따라 보험사는 RBC비율을 100% 유지해야 한다.
실적이 개선된 타이밍에 NH농협생명의 수장이 바뀌었다. 지난 1월 윤해진 대표가 취임했다. 1965년생인 윤 대표는 경상고등학교와 부산대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1990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해 2005년엔 농협중앙회 경남지역본부 조합경영검사부 차장급으로 자리를 옮겼다. 농협은행 봉곡지점장(2013년), 농협중앙회 상호금융투자심사부 부장(2019년), 농협중앙회 경남지역본부장(2020년), NH농협은행 신탁부문장(2022년) 등을 역임했다.
NH농협금융지주는 지난 12월 임원후보추천위원회서 “2023년 IFRS17 도입을 앞두고 전략적 자산운용과 포트폴리오 개선을 통한 투자수익의 안정화가 필요한 상황에서 기업금융 및 투자, 운용 등 업무경험을 바탕으로 마케팅 능력까지 보유한 윤 내정자는 농협생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었다.
윤 대표는 지난 1월 사업추진전략 회의서 ▲리스크관리 체계 강화 ▲현장 중심 마케팅전략 수립 ▲운용자산수익률 제고 ▲협동조합 보험사로서 정체성 강화 ▲성과중심 조직문화 정착 등 5대 핵심과제를 제시했다.
이 회의에서 윤 대표는 “신 회계제도 도입 후 지속 성장을 위해 나아갈 방향을 명확히 설정해서 어떠한 위기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마음을 가질 것”을 당부하며, "보험영업의 미래 수익성인 계약서비스마진(CSM)이 높은 보장성 보험 중심의 보험 포트폴리오를 지속 강화하는 동시에 위험보장이라는 보험업 본연의 경쟁력을 높이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1분기 실적 발표가 다가오고 있다. 이는 IFRS17을 적용한 첫 공식 성적표가 된다. 실적을 전망하기엔 어려운 상황이다. 보험사들은 계약서비스마진(CSM) 수치를 통일되게 산정할 수 없어 혼란을 겪고 있다. 공식적인 기준이 없기에 CSM은 제각각인 수치가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일정 기간이 경과하고 나면 시장의 자정작용에 의해 CSM이 정확한 방향으로 수렴을 해 나갈 것"이라는 밝혔다.
이수영 기자 swim@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