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화두 중 하나는 ‘토큰 증권(Security Token)’ 시대의 개막이다. 올 초 금융위원회가 부동산 등 실물자산을 바탕으로 발행한 디지털 자산을 토큰 증권으로 정의하고 제도권에 편입하기 위한 ‘토큰 증권 발행 유통 규율체계 정비방안’을 발표했다.
토큰 증권은 블록체인과 같은 분산원장기술(Distributed Ledger Technology)을 활용해 자본시장법상 증권을 디지털화한 것이다. 증권이 아닌 디지털자산(가상자산)과 대비되는 증권형 디지털자산이다. 자본시장법과 전자증권법에 따라 토큰 증권을 발행하고, 계좌관리기관과 장외거래중개업을 신설할 예정이다.
이르면 2024년 말, 늦어도 2025년에는 토큰 증권 발행(Security Token Offering, STO)이 본격적으로 시행될 전망이다. 이를 통해 부동산, 미술품 등 고액의 실물자산을 토큰 형태로 분할, 증권화해 다수의 투자자가 소액으로도 투자할 수 있는 시장 생태계 조성이 기대된다.
특히 블록체인 기술과 전자증권법을 선제적으로 적용해 STO 관련 서비스를 하는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펀블과 같은 기존 조각투자 플랫폼 운영사들의 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2019년 7월 설립한 펀블은 구성원 대부분이 증권사, 운용사 등 금융투자기관 출신으로, 금융시스템 운영경험이 풍부하다. 조찬식 대표는 하나대투증권, 맥쿼리투자신탁운용, 프랭클린템플턴투자신탁운용 등에서 부동산금융, 금융상품개발 등의 업무를 담당한 이력을 갖고 있다.
조 대표는 “상품화할 수 있는 물건을 잘 선별해 확보하고 안정적으로 금융 구조화한 뒤 매각을 통해 투자자들이 안정적인 수익을 충분히 실현할 수 있게 해주는 게 펀블의 가장 큰 역량”이라며 “펀블은 부동산 투자 금융에 대한 전문성, 좋은 물건을 소싱할 수 있는 파이프라인을 잘 갖춘 회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펀블은 지난해 5월 모바일 앱을 통한 블록체인 기반 부동산 조각투자 서비스 ‘펀블(FUNBLE)’을 오픈했다. 펀블 플랫폼에서 공모를 통해 건물의 수익증권을 구매한 후 주식처럼 자유롭게 거래하고 배당을 받을 수 있다. 투자자의 투자금은 증권사에 별도 예치돼 보호되고, 투자 대상 부동산은 신탁사의 수탁, 관리를 통해 운용된다. 펀블은 2021년 5월 금융위원회로부터 규제특례를 통해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됐고, 지난 4월 2년 연장됐다.
펀블은 지난해 8월 잠실 롯데월드타워 업무시설 1곳을 기초자산으로 한 부동산 간접투자 상품 ‘롯데월드타워 시그니엘 1호’를 공모했다. 이어 지난해 11월 2호 상품으로 부산 해운대 엘시티 랜드마크타워의 1개 호실을 기초자산으로 ‘해운대 엘시티’을 공모했다. 두 상품 모두 조기완판됐다.
이들 상품이 인기를 얻은 것은 여러 장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디지털 수익증권(DAS)을 발행해 투자자들이 펀블 서비스 내에서 주식처럼 쉽게 거래할 수 있다.
펀블에 상장된 모든 부동산 자산은 소액(5000원부터)으로 투자가 가능하다. 여러 건물을 묶어 투자하는 리츠와 달리 펀블은 원하는 건물에 투자해 나만의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다. 또 꾸준하게 임대수익을 받을 수 있고, 매각을 통한 시세차익도 얻을 수 있다.
펀블은 지난달 롯데월드타워 시그니엘 1호 매각을 완료해 토큰 증권의 첫 번째 성공적인 매각·청산사례를 기록했다. 공모 투자자 기준으로 매월 수령한 배당금과 매각 차익 등의 청산 배당금을 합해 연 환산 누적 투자 수익률이 10.59%(세전, 내부투자수익률 기준)에 이른다.
펀블의 상품이 수익성 높은 매각에 성공한 이유 중 하나는 랜드마크급 고가의 우량자산인 롯데월드타워 시그니엘이 갖는 상징성이다. 둘째는 안전한 거래 환경이다. 고가 부동산을 전자증권법에 따라 토큰 증권으로 발행하고 주식처럼 사고 팔 수 있는 부동산 토큰 증권 발행 및 거래 플랫폼을 운영함은 물론 글로벌 개인정보보호 경영시스템 표준인 ISO27701 인증을 획득해 안전한 거래환경을 제공한 것이 신뢰를 높였다.
펀블은 전자증권법을 선제적으로 적용해 토큰 증권을 발행하고 거래 가능한 서비스를 운영, STO의 선도사례로 꼽힌다.
조 대표는 “조각투자 플랫폼 사업은 좋은 콘텐츠나 상품을 제공하면 투자자가 많이 들어오고, 매출은 따라서 많이 올라간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부분을 좀 더 잘 기획해 수익성을 뒷받침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내부적으로는 빠르면 내년에 연간 BEP 도달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강동식 기자 lavita@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