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가 동영상 스트리밍(OTT) 서비스 기업 왓챠에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인수 협상이 무산된 뒤 왓챠가 기술 탈취와 복제를 주장하면서 시작된 두 기업의 대립이 격화되는 모양새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왓챠는 최근 설명자료를 내고 LG유플러스의 콘텐츠 추천·평가 서비스 ‘U+tv 모아’가 ‘왓챠피디아’를 복제했다고 주장했다. U+tv 모아는 현재 LG유플러스 사내 직원을 대상으로 베타 서비스 중으로, 서비스 내용과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왓챠는 U+tv 모아가 왓챠피디아의 핵심 기술을 무단 복제한 결과물이라고 주장했다. LG유플러스가 왓챠피디아의 서비스 구성과 기능적 요소, 버튼 아이콘 모양까지 복제했다는 게 왓챠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LG유플러스는 왓챠가 근거 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며, 허위 사실 유포에 따른 법적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왓챠와 LG유플러스의 갈등은 두 회사 간의 인수·투자 협상이 무산된 후 표면화됐다. 두 회사는 지난해 7월부터 인수·투자 협상을 벌였지만, LG유플러스가 10개월의 검토 끝에 투자를 포기하면서 지난 5월 협상이 결렬됐다.
최근 국내 OTT들의 상황이 어려운 가운데, 특히 왓챠가 수익성과 재무구조 악화를 겪으면서 기업가치에 대한 이견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왓챠는 지난해 연결 기준 555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신한회계법인은 왓챠 연결감사보고서에서 2022년 말 기준 2387억9800만 원의 누적 결손금이 발생하는 등 재무상황이 계속기업으로서 존속능력에 유의적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왓챠는 LG유플러스가 투자를 미끼로 왓챠의 기술을 확보하고 이를 이용해 서비스를 강화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왓챠는 지난 10월 LG유플러스가 기술을 탈취했다며 공정위에 신고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해당 기술들이 법에서 보호할 만한 기술로 보기 어렵다며 심사불개시 결정을 내렸다. 왓챠가 인수합병을 위해 제공한 기술을 이용해 LG유플러스가 유사한 제품을 출시한 사실이 없다는 게 근거였다.
왓챠는 이후 중소벤처기업부에 기술침해 신고서를 제출하는 등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또 공정위에 재신고하는 방안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왓챠의 주장에 대해 LG유플러스는 왓챠의 별점 작성, 리뷰 등의 기능이 관련 업계에서 통상적으로 제공되는 보편적인 것이라는 입장이다. 또 U+tv 모아가 일반인이 아닌 내부 직원을 대상으로 한 베타 서비스 단계로, 출시 계획과 내용이 확정되지 않았음에도 내부 정보를 외부에 공개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왓챠가 허위사실 유포를 계속하면 법적 조치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사건에서 왓챠피디아의 버튼 아이콘 모양, 기능의 명칭 등 디자인 요소는 일반인까지 누구나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인수를 빌미로 한 기술 탈취의 결과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이 있다. 특히 아직 일반인 대상인 아닌, 사내 베타 서비스라는 점에서 피해 여부와 규모를 논하기도 어렵다. 이번 논란은 디자인보다는 콘텐츠 추천 알고리즘을 LG유플러스가 무단으로 가져가 자사 서비스에 적용했을 것이라는 왓챠 측 주장의 사실 여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강동식 기자 lavita@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