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연간 당기순이익이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도 2조 원 이상의 상생금융, 홍콩 ELS 사태, 담보인정비율(LTV) 담합 혐의, 태영건설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스(PF) 리스크 등으로 출발부터 부담스럽다.
18일 데이터뉴스가 KB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 4대 금융지주의 분기보고서와 증권사 추정치를 종합한 결과, 4대 금융지주의 2023년 연간 순이익 합계는 15조7283억 원으로 추정된다. 전년(15조8506억 원) 대비 0.8% 하락한 수치다.
4대 금융지주는 2020년부터 실적 상승세를 이어왔으나 지난해는 상생금융 비용 부담, 이자·비이자이익 둔화의 영향을 받아 순이익이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들이 지난해 상생금융에 지출한 비용의 절반 이상을 4분기 실적에 반영한다.
4대 금융지주는 지난해 정부와 정치권의 압박 등으로 3년간 10조 원을 공급하는 상생금융 방안을 내놨다.
올해 또한 실적 개선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상생금융안 시즌2가 발표됐다. 2조 원+α 규모다. 2조 원 중 1조6000억 원은 자영업자·소상공인에게 이자캐시백을, 4000억 원은 취약계층 등에게 지원한다. 업계에서는 총선을 앞두고 은행 돈으로 생색을 낸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8일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4대 은행에 LTV 담합 혐의로 검찰의 공소장 격인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 2021년 12월부터 각 은행들이 관련 정보를 공유하면서 LTV를 낮췄다는 것이다. LTV가 낮을수록 고객 대출 가능 금액이 적어진다.
혐의가 인정되면 4대 은행에 수천억원대 과징금이 부과될 것으로 보인다.
이 조사는 지난해 2월 윤 대통령이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금융 분야는 민간 부문에서 서비스를 공급하고 있으나 공공재적 성격이 강하고, 과점 형태가 유지되고 있다”며, “경쟁 촉진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뒤 본격화됐다.
해당 은행들은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실적과 연관이 있는 LTV를 은행들이 오히려 낮춰 대출을 덜했다는 것이 공정위의 주장인데, 담합을 통해 LTV를 하향 평준화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또 정부의 규제에 따라 은행의 자체 판단보다 낮은 LTV를 적용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 담보 대출은 은행이 금융당국의 눈치를 많이 보는 상품이다.
지난해 1월 정부가 서민들의 내 집 마련 부담을 줄이기 위한 취지로 정책금융 상품인 ‘특례보금자리론’을 도입했다. 정부 정책에 맞춰 은행들은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출시했는데, 금융당국이 해당 상품을 가계대출 급증의 주범으로 지목하며 지난해 8월 속속 판매를 중단했다.
이에 더해 태영건설발 부동산 PF 리스크로 선제적인 충당금 적립 가능성이 높아지고, 홍콩 ELS 상품이 불완전판매 판정을 받으면 법적 책임이 불가피하다.
이수영 기자 swim@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