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기술 발전과 함께 인공지능(AI)이 일상과 산업 전반에 깊숙히 스며들고 있다. 이에 따라 각국은 경쟁적으로 국가 차원의 AI 생태계 지원과 정책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산업 현장에서 AI를 적용해 경쟁력을 높이려는 기업들의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나라도 AI로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AI 국가대표 기업’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설계 분야에서는 ㈜캐디안이 대표주자로 자리잡고 있다. 국내 유일의 CAD(Computer-Aided Design) 프로그램 수출기업이면서 선도적으로 AI를 접목, AAD(AI-Aided Design)를 앞당기고 있는 ㈜캐디안의 여정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AI-CE’의 객체 인지, 공간 인지 기술을 적용한 단지 평면도 인지 결과 / 자료=㈜캐디안
AI 기반 CAD 프로그램 개발기업 ㈜캐디안(대표 박승훈)은 전통 목조건축의 복원과 신축 설계를 자동화하기 위해 AI 기반 설계 도구 ‘CADian TWArch Pro’를 개발해 전통 건축 도면의 이미지 인식 및 구조 추론 기술을 성공적으로 상용화했다.
이 과정에서 축적된 도면 이미지 인식, 객체 자동 추출, 구조적 연관성 추론 기술은 전통 건축에 국한되지 않는다. ㈜캐디안은 이들 핵심 기술을 과감하게 현대 건축 분야로 확장 적용해 기술의 또 다른 진화를 준비하고 있다.
㈜캐디안이 오는 12월 출시할 ‘AI-CE(AI Cost-Estimation)’는 도면 이미지 기반 객체 인식과 추출, 공간 구조 이해, 문자 정보 분석을 토대로 건축 도면을 자동 해석하고 물량 산출(Bill of Materials, BOM)까지 수행하는 AI 플랫폼이다.
박승훈 ㈜캐디안 대표는 “AI-CE의 가장 큰 차별점은 설계자가 직접 도면을 해석하고 필요한 정보를 추출하던 노동집약적인 작업을 AI가 자동으로 수행한다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도면을 압도적인 속도와 정확도로 해석하고, 객체를 자동으로 인식하며, BOM까지 자동 생성한다”고 설명했다.
‘TWArch Pro’에서 검증된 기술을 현대 건축 실무에 맞게 확장한 이 솔루션은 아파트 단위 세대 평면도나 대규모 단지 도면, CAD 파일, 이미지, PDF 파일을 입력하면 AI가 자동으로 작업을 수행한다.
AI-CE는 벽체, 창호, 출입문, 욕실·주방·가구 등 다양한 객체를 정확하게 인식·분류하고, 공간 구조와 동선을 파악해 공간 단위로 재구성한다. 이어 도면 내 실명, 치수, 마감재 등 문자 정보를 광학문자인식(OCR)으로 식별·정리하고, 구조적 의미를 추론해 새롭게 정제된 설계 도면을 형성한다.

▲AI-CE를 통해 도면 인지 후 도면 재 생성 및 BOM 산출 예시 / 자료=㈜캐디안
마지막으로 자동으로 BOM 테이블(공사 물량 산출표)을 생성함으로써 단순한 설계 편의성을 넘어 ‘설계-시공-적산’ 전 과정을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차세대 CAD 인식 솔루션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AI-CE는 클라우드 기반 SaaS(Software as a Service)로 서비스될 예정이어서 별도의 프로그램 설치 없이 설계사무소, 시공사, 인테리어 업체, 분양대행사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쉽게 접근하고 활용할 수 있다.
박승훈 대표는 “이제 설계자는 도면 인식이라는 사전 작업을 마치 외주 주듯 AI에 맡길 수 있게 됐고, 이는 업무 효율성과 정확성 모두에서 근본적인 변화를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캐디안은 방범·보안 시스템 업체, 건설사, 엔지니어링 기업, 전기 시공회사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이 성과에 큰 기대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방범·보안 시스템 업체=기존의 도면 이미지 파일을 기반으로, 견적용 BOM 작성과 새로운 시공 도면을 자동 생성하고자 ㈜캐디안을 찾았다. AI-CAD는 이미지 인식기술로 객체를 추출하고, 자동 분류 및 표준화 기능을 통해 견적의 정확성과 속도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전기 시공회사=골조 도면 위에 배선 및 포설 경로를 설계하고, 이에 따른 전기 시공 물량 산출을 자동화하기 위해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수작업 방식에 비해 효율성은 물론, 설계 오류율도 현저히 줄일 수 있다는 평가다.

▲AI-CE 다양한 활용 예 / 자료=㈜캐디안
◆대형 건설사=수주 견적을 위한 BOM 테이블 자동 생성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설계 초기 단계에서 대략적인 물량과 비용 산출이 가능해지면 입찰 경쟁에서 정확도와 반응 속도가 크게 향상될 수 있다. 추후 공사 완료 시점에 정산용 적산을 추출함으로써 더 정확한 결과치를 확인하는 것도 가능하다.
◆글로벌 엔지니어링 기업=전 세계 지사에서 송부되는 도면 데이터를 표준 규격에 맞춰 통일·분류하는 작업에 AI-CAD의 자동 정규화 기능이 유용하게 적용된다.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3D 모델 자동 생성 기능까지 함께 도입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토목 전문 대기업=토목 분야에서는 물량 산출, 공정 계획, 자재 배분 등 복잡한 계산이 수반된다. AI-CAD는 이를 자동화해 공정 계획 수립의 정확도와 신속성을 개선하고, 다수의 프로젝트를 병렬로 관리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기존 도면 자산의 디지털화=여러 기업이 보유한 수천 장의 도면 파일을 AI-CAD를 통해 재도면화하고, 데이터 분류 및 재구성을 위한 프로젝트를 의뢰하고 있다. 도면을 일관된 기준으로 정리하는 작업은 향후 설계 및 유지보수의 핵심 자산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명기 ㈜캐디안 기술연구소 상무는 “도면 관리, 시공 전 적산, 리모델링 설계 기초 데이터 구축, 입찰용 물량 산출서 작성 등 여러 업무에서 AI-CE 도입을 검토하거나 시범 운영 중인 기업이 빠르게 늘고 있다”며 “인건비를 줄이면서도 더 정확한 설계 준비와 예산 산정이 가능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캐디안은 AI-CE의 기능을 계속 고도화해 실시간 시공 관리, BIM 연계, AR 기반 검토 솔루션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AI 기반 건축 설계의 본격적인 자동화 시대가 머지않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강동식 기자 lavita@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