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의 ‘1조 달러’ 보상안에 떨고 있는 글로벌 기업”

이코노미스트, “인재이탈 막을 법적 장치 전무…‘천문학적 연봉’이 유일한 방어선”

세계 최대 전기차 기업 테슬라의 주주들이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에게 향후 10년간 최대 1조 달러(약 1458조 원)에 달하는 주식 보상 패키지를 지급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이는 인류 역사상 전례 없는 규모의 보상.

이뿐 아니라, 메타(저커버그), 버크셔 해서웨이(버핏) 등 다수의 기업이 특정 인물에 대한 높은 의존성을 연례 보고서에 명시하고 있다. 이 보상은 CEO뿐 아니라 핵심 엔지니어 및 기술 인력(알파벳, 아마존 등)에게까지 확대되고 있다고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최근 보도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지식 경제에서 슈퍼스타 직원이 그들의 봉급에 해당하는 모든 가치를 지닌다는 것을 고용주 누구나 알고 있다. 그 고용주가 테슬라이고 그 직원이 일론 머스크라면, 그는 100조 페니(1조 달러)에 해당하는 가치를 지닌다. 

지난 11월 6일, 이 전기차 제조업체는 주주 75% 이상이 CEO의 새로운 보상 패키지를 지지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머스크는 향후 10년 동안 최대 1조 달러 상당의 테슬라 주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 모든 보상을 받으려면, 이 스타 CEO는 오늘날 1조4000억 달러(약 2040조9200억 원)인 테슬라의 시가총액을 8조5000억 달러(약 1경2391조3000억 원)로 끌어올리는 것을 포함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성과를 달성해야 한다. 주주 투표를 앞두고 머스크는 만약 이 유인책(보상)을 받지 못하면, 단순히 (일하는 것을) 귀찮아 할 수도 있다고 위협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밝혔다.

이 천문학적인 보상 계약은, 기업들이 인재를 붙잡아 두기 위해 어디까지 갈 수 있을 것인지를 보여준다. 또한, 기업들이 인재 손실을 대 재앙의 잠재적 위험으로 간주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테슬라는 연례 보고서에서 자신들이 “테슬라의 테크노킹이자 최고경영자인 일론 머스크의 서비스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고 명시적으로 진술한다. 가장 최근 보고서는 (서명 등을 제외하고) 그의 이름을 25번 언급한다고 이코노미스트는 말했다.

메타는 이 소셜미디어 제국의 보스인 마크 저커버그가 업무 불능 상태가 되면, “우리 운영에 중대한 악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그리고 지난 2년 동안 그의 잠재적인 업무 불능 유발 활동인 ‘격투기, 익스트림 스포츠, 레크리에이션 항공’을 나열해 왔다).

이러한 두려움은 빅테크 기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프레피 스타일의 의류 판매업체인 랄프 로렌은 창립자 본인에 대해 메타와 같은 주장을 한다. 워런 버핏에 대한 버크셔 해서웨이의 메타와 유사한 인정(의존성 명시)은 지금, 이 투자 회사의 미래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게 만든다. 이 95세의 리더는 임박한 은퇴를 앞두고 자신의 말처럼 “조용해지고” 있다는 것. 

이러한 우려는 점점 더 CEO의 영역을 넘어 확장되고 있다. 지식 집약적 산업 전반에 걸쳐, 많은 기업이 끊임없이 줄어드는 매우 뛰어난 소수의 개인에게 이익의 점점 더 큰 부분을 의존하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강조했다. 

알파벳, 아마존, 오라클, 팔란티어는 물론 메타까지 모두, 핵심 ‘엔지니어링’ 또는 ‘기술’ 인력이 지속적인 성공에 필수적이라고 명시한다. 이처럼 돈을 버는 힘이 개인에게 집중되는 것은, 그 개인이 회사에 남아 있을 때는 기업에 축복이다. 하지만 그들의 갑작스러운 부재는 저주가 된다.

핵심 인력을 잃는 비용은 엄청날 수 있다. 2020년 경영대학원 교수 3명(모르텐 베네센, 프란시스코 페레스-곤잘레스, 다니엘 볼펜존)은, ‘CEO가 갑자기 입원한 회사’를 조사했다. 그들은 해당 기업들의 수익성과 투자가 심각하게 저하됐다는 것을 발견했다. 특히 CEO가 젊고 회사가 인적 자본 집약적인 산업에 속할 경우 더욱 심했다.

2014년 9월, ‘채권왕’ 빌 그로스가 자산관리회사인 핌코(PIMCO)에서 이탈했을 때, 모회사인 알리안츠의 주가는 즉시 6% 급락했다. 다음 달, PIMCO 펀드에서는 480억 달러(약 69조9408억 원)의 순유출이 발생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밝혔다.

조직 내 슈퍼스타의 예상치 못한 이탈은,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슈퍼스타 연구원의 조기 사망은, 그들의 협력자들이 ‘영향력이 큰 논문’을 장기적으로 5%에서 8% 더 적게 출판하도록 한다고 추정됐다. 2010년, 당시 메사추세츠공대(MIT) 슬론 경영대학원에 있던 피에르 아주레와 지알란 왕, 그리고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 대학교의 조슈아 그래프 지빈의 연구결과다. 생명공학이나 인공지능(AI)처럼 연구 의존적인 사업에서, 이 차이는 수십억 달러(수조 원)로 나타날 수 있다.

슈퍼스타가 사망 대신 이직한다면, 이전 동료들의 생산성 감소는 이제 그들 이직자가 외부에서 제기하는 경쟁 위협과 합쳐져 더욱 심화될 수 있다. 오픈AI에게 물어보라. 이 챗지피티 개발사는 여러 공동 창립자(머스크의 엑스AI, 일리야 수츠케버의 세이프 수퍼인텔리전스 포함)와 선임 엔지니어(앤트로픽, 씽킹 머신스)들이 설립한 AI 연구소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메타의 최고 AI 전문가인 얀 르쿤은 독립할 계획이다.

슈퍼스타들은 홀로 배를 떠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한 명의 이탈이 무의식적으로 집단 이탈을 유발할 수 있다. 2008년, 두 개의 미국 엘리트 로펌인 헬러 에르만과 텔렌은 파트너들의 영속적인 이탈 결과, 한 달 안에 각각 무너졌다고 이코노미스트는 강조했다.

때로는 집단 이탈이 우연이 아닌, 계획적인 것일 수도 있다. 무스타파 술레이만, 알렉산더 왕, 바룬 모한이 그들이 공동 설립하고 운영했던 회사(Inflection AI, Scale AI, Windsurf)를 떠날 때, 그들은 전체 엔지니어링 팀을 데리고 갔다. 그들은 현재 각각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구글을 위해 일하고 있다. 

핵심 인력을 잃은 나머지 스타트업들은 이 인재를 가로챈 거대 기술 기업에 대한 라이선스 계약 형태의 기업 지참금에 의존한다. 이는 그들의 전망과 초기 벤처캐피탈 투자자들의 상승 잠재력을 제한한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기업이나 투자자들이 슈퍼스타 손실에 대비해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기업들은 핵심 직원의 입원이나 사망에 대비해, 정기적으로 주요 인물 보험(key-person insurance)에 가입한다. 생명 보험은 일반적으로 직원의 총 급여의 최대 10배 또는 그들에게 귀속되는 순이익의 최대 5배를 지급한다. 로보택시에 머스크가 치이는 것에 대비한 보험 가입은 이전에도 엄청나게 비쌌을 것이다. 그의 새로운 보상 계약은 그를 보험 가입 불가 상태로 만든다.

그리고 자발적인 퇴사에 대한 보험은 존재하지 않는다. 더욱이 AI의 본거지인 캘리포니아를 포함한 여러 관할 구역에서는 직원들이 직장을 옮기는 능력을 제한하는 비경쟁 계약(non-compete agreements)을 금지한다. 영국은 이를 3개월로 제한하려 한다. 기업들이 의존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임금을 높이는 것뿐이다. 

오늘날 머스크의 13자리 숫자 패키지가 아무리 터무니없어 보일지라도, 내일은 기본(table stakes)이 될 수도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강조했다.

권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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