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로이즈은행, AI와 블록체인 결합으로 ‘주택 거래 혁신’ 추진

FT, “토큰화 예금은 스마트폰 발명에 버금가는 변화 촉발할 것”

영국 최대의 소매은행이자 주택담보대출 제공업체인 로이즈 뱅킹그룹(Lloyds Banking Group)이, 고객 예금을 블록체인에 올리는 방향으로 금융 시스템 전면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이 은행은 특히, 토큰화 예금(tokenised deposits)과 인공지능(AI)을 결합시켜, 금융 서비스 산업 전반에 ‘스마트폰 발명에 필적하는 수준의 혁신’을 일으키려 하고 있다

이 은행은 블록체인기술로 영국인의 주택 매매 방식 자체를 다시 설계하려 한다고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가 최근 보도했다. 복잡하고 느린 주택 매매 절차가 금융 기술로 단순화될 경우, 부동산 시장 전반의 효율성이 크게 개선될 수 있다. 

로이즈 뱅킹그룹의 찰리 넌 최고경영자(CEO)는 “디지털 자산과 토큰화 예금에 AI를 결합하면, 금융 서비스의 상당 부분을 완전히 새롭게 설계할 수 있다”고 FT 글로벌 뱅킹 서밋에서 최근 밝혔다.

로이즈는 이 기술을 AI 모델과 결합해, △주택 구매에 걸리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키고 △그 과정에 개입하는 여러 중개자를 대폭 줄일 계획이라고 넌 CEO는 설명했다.

그는 “주택담보대출을 예로 들면, △소유권 이전(conveyancing), △문서 공유, △가치 이전, △결제 과정 전체를 하나의 스마트 계약에 담을 수 있다”며 “중개인이 있든 없든, 또는 상담사가 고객에게 조언을 제공하는 방식으로도 이 모든 과정이 운영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두 가지 기술을 활용하면 주택의 매수·매도 과정을 완전히 새롭게 설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토큰화 예금이란, 실제 고객 예금을 블록체인상에 디지털 토큰 형태로 표현한 것. 기관 예금이나 개인 예금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 기술은 △블록체인의 속도와 효율성을 유지하면서도, △스테이블코인 같은 다른 디지털 화폐보다 규제와 신뢰성 측면에서 훨씬 우수하다고 지지자들은 주장한다.

넌 CEO는 AI와 결합된 토큰화 예금 기술이, 스마트폰 등장과 유사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5년 안에 이 기술들을 활용하면,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와, 이렇게 달라질 수 있구나’ 하는 순간을 맞게 될 것이다. 더 개인화되고, 더 직관적이며, 훨씬 간단해질 것이다”.

그는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진한 ‘지니어스 법(Genius Act. 스테이블코인 규제법)이 하나의 ‘경종(wake-up call)’이 됐다면서, 이로 인해 다른 국가에서도 관련 기술이 빠르게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테이블코인은 가상화폐와 유사하지만, 달러나 파운드 같은 기존 통화와 1대1로 연동된다. 국채 같은 안전 자산으로 뒷받침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파운드화 기반 스테이블코인보다 토큰화 예금이 더 바람직하다고 넌 CEO는 밝혔다. 로이즈는 2027년까지 범용 토큰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는 “토큰화 예금은 즉시 결제가 가능하면서도, 모든 보호 장치를 갖추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 파운드화 스테이블코인이 등장하는 것보다 훨씬 더 나은 결과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넌 CEO는 또한 “우리는 이미 이 기술을 영국 전역의 금융 시스템 차원에서 시험 운영했다”며 “중국, 싱가포르, 인도 등 어느 나라도 지난 10~15년 동안 이 정도 수준에 근접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디지털 금융의 발전이 영국 경제 성장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영국에는 여전히 기업 신뢰 부족 문제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소매은행인 로이즈는 영국 경제의 ‘풍향계’로 여겨진다. 넌 CEO는 높은 에너지 비용, 과도한 규제 부담, 높은 인건비 등이 여전히 투자를 가로막는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정부와 금융권, 기업이 함께 기업 투자 회복에 집중해야 한다”며 “그래야 생산성이 높아지고, 그곳에서 성장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권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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