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내부망에서 운영되는 네트워크 장비 상당수가 보안 취약점에 노출돼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외부에서 탐지하기 어려운 장비들이 사이버 공격의 새로운 통로로 악용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AI 보안 플랫폼 기업 지니언스(대표 이동범)는 자사 클라우드 NAC 플랫폼에서 확보한 장비 식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내부망에서 PHP를 사용하는 장비의 96%가 ‘PHP2Shell’ 취약점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30일 밝혔다.
PHP2Shell은 지난 26일 미국 사이버안보·인프라보안국(CISA)의 알려진 악용 취약점(KEV) 목록에 추가됐다. 실제 공격에 이용된 사실이 확인된 취약점으로, 공격자가 이를 악용해 내부 장비를 장악하면 다른 시스템으로 침투하거나 랜섬웨어를 확산시키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지니언스에 따르면, 취약 장비의 78%는 PHP 8.1 이하 버전을 사용하고 있었다. 이 가운데 48%는 2018년 기술지원이 끝난 PHP 5.x 이하 버전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취약 장비의 종류도 다양했다. 일반 서버가 차지하는 비중은 24%에 그쳤다. CCTV와 영상저장장치, 보안 솔루션 등이 20%, RFID 리더 등 사물인터넷(IoT) 장비가 17%를 차지했다. 장비 종류를 확인하지 못한 자산도 27%에 달했다.
특히 조사 대상 장비의 89%는 외부 인터넷에서 직접 접근할 수 없는 사설 IP 대역에 있었다. 외부 웹서버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기존 취약점 점검만으로는 상당수 위험 요소를 발견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지니언스는 기업과 공공기관이 NAS(네트워크 연결 스토리지), 공유기, 방화벽 등 내부 네트워크에 연결된 장비까지 보안 점검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내에서도 보안이 취약한 스토리지 장비를 대상으로 한 랜섬웨어 피해가 발생하고 있어 대응이 시급하다는 설명이다.
김계연 지니언스 미국법인장 겸 최고기술책임자(CTO)는 “내부망 장비의 PHP 사용 여부는 웹 관리 화면의 응답 정보와 내장 소프트웨어 구성요소를 분석해야 확인할 수 있다”며 “제조사 지원이 종료됐거나 보안 패치가 제공되지 않은 장비는 교체 또는 업데이트가 가능해질 때까지 네트워크에서 격리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니언스는 이러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지니안 NAC’의 자산 탐지 기능에 에이전틱 AI 기술을 접목한 차세대 자산·위협 인텔리전스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핵심 기술은 기업 내부의 IT 자산과 보안 위험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CAASM(사이버 자산 공격 표면 관리)이다. 조직 내 장비의 종류와 운영 상태, 취약점 정보를 연결해 공격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는 자산을 식별하는 방식이다.
지니언스는 AI 에이전트가 제조사별 보안 공지와 패치 배포 현황, 새로운 취약점 정보를 자동으로 수집하고 분석하도록 구현할 계획이다. 이를 고객사의 실제 장비 정보와 연계해 외부 보안 점검에서 놓치기 쉬운 내부망 위험 요소를 찾아내고, 사이버 공격에 대한 사전 대응 능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강동식 기자 lavita@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