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수 LG화학 부회장(왼쪽), 조남성 삼성SDI 사장
[데이터뉴스 = 유성용 기자] 2차전지 시장의 맞수인 LG화학과 삼성SDI의 상반기 영업적자 규모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적자액 규모만 놀고 보면 무려 27배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7일 삼성SDI와 LG화학이 공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상반기 삼성SDI 전지사업부문은 8500억 원 적자를 기록한 데 반해 LG화학은 320억 원 적자에 그쳤다. 양사 모두 소형전지사업 호조에도 전기차 배터리 설비 투자 등으로 수익성이 좋지 못하지만 적자 규모는 큰 차이가 났다.
특히 삼성SDI는 2014년 7월 조남성 사장 취임 이후 단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대규모 리콜에 나선 갤럭시노트7 발화 원인으로 삼성SDI의 배터리 셀 문제가 지목되면서 대외적인 신뢰도에도 큰 타격을 입었다.
삼성SDI는 올 상반기 경영효율화에 따른 희망퇴직을 단행하며 6500억 원의 1회성 비용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상반기 전지사업부문은 8481억 원의 적자를 냈다. 희망퇴직은 전자재료부문에서도 발생한 만큼 1회성 비용이 전지사업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삼성SDI 전지사업부문 직원 수는 지난연말 7738명에서 7340명으로 5.1% 감소했다.
회사 측은 “1회성 비용과 설비에 대한 감가를 제외한 영업으로 인한 적자는 1000억 원 정도”라고 설명했다.
삼성SDI의 입장을 반영해도 LG화학보다 적자 규모가 3배 이상 크다. LG화학 전지사업부문은 상반기 315억 원 적자를 냈다.
전기차 배터리 사업은 통상 수주 후 3~5년이 지나야 매출이 발생한다. 두 회사 모두 전기차 배터리 부문이 사업 초기인 만큼, 스마트폰 등 소형전지 사업에서 얻은 이익을 전기차 등 중대형 배터리 사업에 투자하고 있는 형편이다.
양사의 전지사업부문 매출 규모는 비슷하다. 삼성SDI가 1조7400억 원이고 LG화학은 1조6227억 원이다.
삼성SDI의 영업이익 규모가 LG화학에 뒤지는 것은 올 상반기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삼성SDI는 4957억 원 적자를 냈지만 LG화학은 520억 원 흑자를 기록했다. 2014년도 삼성SDI가 263억 적자를 낼 때 LG화학은 649억 원 이익을 냈다.
LG화학 관계자는 “LG가 잘했다기보다는 경쟁사가 못했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업계 일각에서는 비슷한 매출 규모와 사업군을 지닌 삼성SDI와 LG화학의 영업이익 격차는 전기차 배터리 수주와 설비 가동률 차이가 원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삼성과 LG 측은 설비 가동률에 대해선 공개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양사가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본격 나선 것은 2010년 언저리지만 전지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삼은 것은 LG화학이 먼저인 만큼 고객사는 더욱 다양하다. 영업이익 격차 이유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LG화학은 20여년 전부터 배터리 부문을 성장 동력으로 낙점하고 경쟁력 확보에 힘써왔고 현대기아차와 GM, 르노, 포드, 볼보, 크라이슬러 등 20곳 이상의 글로벌 자동차업체를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다. LG화학의 경우 전지사업에서 자동차 배터리 부문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60~70%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는 BMW, 폭스바겐 등에 리튬이온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후발주자인 삼성SDI는 2020년까지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총 3조 원을 투자해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한편 글로벌 시장에서 리튬배터리 경쟁은 선두업체의 공격적 투자로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36% 점유율로 1위인 파나소닉이 테슬라와 함께 미국 신규공장 설립을 진행 중이고 2위 비야디 역시 중국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지난해 세계 최대 규모의 배터리 생산 공장 건설에 나섰다. 국내에서는 SK이노베이션도 시장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에 따라 삼성SDI와 LG화학이 배터리사업에서 당장 수익을 내기는 힘들 전망이다.
하준두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전기차 배터리 쪽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려면 시장 특성 상 시간이 꽤 필요할 것"이라며 "당장 수익을 내는 것보다는 미래 사업으로 보는게 맞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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