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뉴스=유성용 기자] SK그룹 계열사들이 지난 4년 동안 SK하이닉스(사장 박성욱)를 통해 4조원이 넘는 내부거래 매출을 올렸다. 이 기간동안 SK그룹 계열사 87개사 중 28개사, 32.1%가 하이닉스와 내부거래를 했다.
10일 데이터뉴스 분석에 따르면, SK텔레콤(사장 장동현)은 이동통신시장에서 50% 이상 시장점유율을 유지하며 쌓은 막대한 이익잉여금으로 2011년 SK하이닉스를 인수하고, 이후 그룹 계열사들은 대규모 내부거래 매출을 뽑고 있다. 하이닉스를 통한 그룹 계열사들의 누적 내부거래액은 4년간 4조562억으로, 3조4000억 원의 인수 대금 규모를 이미 넘어섰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SK 계열사는 87개사로, 이중 28개사 32.1%가 SK하이닉스 그룹 편입후 한 번 이상 내부거래를 한 것으로 집계됐다.
SK하이닉스와 내부거래 한 계열사는 2012년 그룹편입 첫해에 16곳에서, 작년 말 24개사로 증가했다. 특히 내부거래액은 2012년 2200억 원, 2013년 6000억 원, 2014년 1조5800억 원, 2015년 1조6500억 원으로 해마다 늘고 있는 추세다. 내부거래액 만으로도 SK는 하이닉스 인수 효과를 톡톡히 거둔 셈이다.
하이닉스는 최태원 회장이 그룹의 글로벌화 기치를 내세우며, 그룹의 캐시카우인 SK텔레콤을 통해 2011년 말 3조4000억 원으로 지분 20%를 확보하며 인수했다. SK텔레콤은 그간 내수용 통신서비스 시장에서 신세기통신 인수와 황금 주파수 독점 등 특혜 논란 속에서 50% 이상의 점유율을 유지하며 연간 수조 원의 막대한 이익을 내왔다. 지난해 기준 이익잉여금만 15조 원에 달한다.
내부거래 금액은 SK건설(사장 조기행)이 2조700억 원으로 하이닉스 덕을 톡톡히 봤다. SK하이닉스 등 그룹의 생산 설비 공사는 SK건설이 맡는다. 지난해 SK건설 매출은 8조7000억 원인데 이중 10.3%인 9000억 원을 SK하이닉스와의 내부거래로 거뒀다. SK건설의 지난해 내부거래비중은 34.1%로 10대 건설사 중 가장 높다.
공교롭게도 SK건설의 매출은 하이닉스가 그룹에 편입되기 전 6조 원대에서 점차 늘어나 지난해에서 9조 원대에 육박할 정도로 늘었다.
물류와 엔지니어링서비스업을 영위하는 SK하이스텍과 SK하이이엔지도 합쳐서 1조 원에 가까운 내부거래 매출을 올렸다. SK하이닉스를 통한 내부거래액은 전체 매출액의 82.3%와 89.1%로 대부분에 해당된다.
이에 따라 SK그룹의 내부거래비중도 하이닉스 인수 후 크게 높아졌다. 2011년 38.3%였던 SK그룹의 내부거래비중은 하이닉스를 인수하자마자 43.8%로 올랐고, 2014년에는 50.3%로 절반을 넘어서기까지 했다. 지난해에는 47.4%로 소폭 낮아졌지만 하이닉스 인수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9.1%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공정거래법상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 적용 방식(국내 내부거래/국내·해외 매출 계)으로 계산해도 SK그룹의 내부거래비중은 2011년 23.5%에서 2014년 28.9%로 치솟는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SK텔레콤의 하이닉스 인수에 대해 최태원 회장의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한 포석으로 바라 보기도 한다. 재계 관계자는 “SK가 SK텔레콤을 사업회사와 투자회사로 인적분할한 뒤 투자회사를 (주)SK와 합병해 SK하이닉스를 손자회사에서 자회사로 격상시키는 지배구조 개편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럴 경우 SK하이닉스가 현재 5~8% 수준인 배당금을 대폭 늘려 (주)SK의 자금력을 키울 수 있게 되고 또한 최 회장의 계열사 지배력 역시 더욱 강화되는 효과가 생긴다. SK는 최 회장과 특수관계자들이 30.89%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한편 SK하이닉스는 내부거래로 그룹 계열사 매출에 일조한 것 외에도 자체 영업활동을 통해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12조7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누적 순이익도 10조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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