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뉴스=유성용 기자] 이재용 부회장이 등기이사로 등재하며 책임경영에 나선 가운데, 삼성그룹 상장계열사들의 올해 3분기까지 영업이익은 11% 이상 증가하는 등 견조한 실적을 냈다. '그룹 영업이익 11% 증가'가 이 부회장이 책임경영 출발선에서 마주한 성적표인 셈이다.
이같은 출발선 성적표는 이 부회장에게 상당한 부담을 줄 전망이다. 3분기까지 실적은 견조하지만, 앞으로 갤노트7 사태로 인해 삼성전자 IM부문 등 스마트폰과 관련된 계열사들의 실적은 뒷걸음질 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최순실게이트'로 인한 국내정치의 지각변동속에 이 부회장이 보여야할 리더십도 큰 변수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3분기 누적 삼성그룹 12개 주요 상장계열사들의 매출은 234조75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21조1500억 원으로 11.5% 늘었다.
매출은 스마트폰 관련 사업군에서 저조했지만 구조조정에 나선 중공업 계열사와 금융, 서비스 업종 영위 계열사들은 최대 49% 증가했다.
삼성전자 IM사업부(사장 신종균)은 3분기 누적 매출이 2.4% 줄었고, 스마트폰 부품을 공급하는 삼성디스플레이(부회장 권오현)와 삼성전기(사장 이윤태)는 각각 7.1%, 2.6% 감소했다.
대규모 인력구조조정에 나서며 체질 개선에 돌입한 삼성물산(사장 최치훈·김신·김봉영)과 삼성중공업(사장 박대영), 삼성엔지니어링(사장 박중흠)은 매출이 48.9%, 28.3%, 11.5% 크게 늘었다.
삼성화재(사장 안민수)와 삼성카드(사장 원기찬) 등 금융사도 매출이 2.8%, 7.2% 증가했다. 11일 3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삼성생명(사장 김창수) 역시 상반기까지 매출과 영업이익이 6% 가량 늘었다.
제일기획(사장 임대기)과 호텔신라(사장 이부진)은 12.9%, 15.7%로 두 자릿수 매출 증가세를 기록했다.
스마트폰 사업에서 최대 위기를 맞은 그룹의 분위기 정상화를 위한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는 중압감 속에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는 이 부회장이지만, 계열사들의 실적에서 만큼은 일단 한시름 덜어도 되는 모양새다.
갤노트 단종으로 부진이 예상되는 삼성전자도 “4분기 갤럭시S7 판매를 통해 전년 동기 수준의 실적을 회복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영업이익도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이 13.5% 감소하며 1조 원 이상 줄었고, IM부문은 1000억 원에 그쳤지만, CE부문(사장 윤부근)이 TV사업 수익성 개선으로 전체 영업이익을 견인했다. 삼성전자는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1% 증가했다.
이 외 삼성SDS(사장 정유성), 삼성화재, 삼성카드 등도 7.4%~11.9%의 영업이익 증가율을 나타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흑자전환했고 삼성물산과 삼성중공업은 적자가 감소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전기는 영업이익이 반 토막 났고, 삼성SDI(사장 조남성)는 적자규모가 6배가량 늘었다.
이 부회장 체제 시작과 맞물린 3분기까지의 실적은 올 연말 ‘신상필벌’로 불리는 사장단 인사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4월 박동건 전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은 실적부진을 이유로 삼성전자 DS부문장 보좌역으로 좌천됐다.
우선 내년 초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는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카드 등 금융사 CEO들은 좋은 성적을 냈다.
지난해 구조조정 등 경영정상화 업무연속성으로 2019년까지 유임된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과 박중흠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의 거취도 관심사다. 일단 올해 성적은 구조조정 효과를 봤다.
갤럭시노트7 사태와 직결된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에 대한 인사가 어떤 식으로 이뤄질지 관심이 높다.
한편 삼성 내부에서는 벌써부터 삼성전자 임원의 20~30%가 감축될 것이란 소문이 나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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