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로 본 상반기 채용시장

고용 없는 성장과 청년 취업난은 여전한 가운데, 올 상반기에도 채용시장에 여러 이슈들이 쏟아져 나왔다. 취업 포기자가 사상 최대로 늘었다는 통계결과가 나오기도 했고, 천 대 일에 가까운 입사경쟁률이 나타나기도 했다.

취업·인사포털 인크루트(www.incruit.com)가 올 상반기 채용을 결산하는 의미로, 취업준비에서부터 은퇴에 이르기까지 라이프 사이클별로 나타난 상반기 채용 특징들을 숫자로 풀어봤다.

■ 졸업 = 6
대학생들이 입학해서 졸업할 때까지 걸리는 기간은 평균 6년으로 나타났다. 인크루트가 2006년 4년제 대학 졸업자(1만7,933명)를 대상으로 평균 대학재학을 집계한 결과 6년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난 것. 청년 취업난으로 대학 졸업을 늦추려는 경향이 늘어나고 대학 재학기간도 조금씩 장기화되고 있는 경향을 보여준다. 남자는 이미 7년을 넘었고(병역의무 포함, 7년2개월), 여자는 4년8개월에 이르렀다.

이 같은 현상은 재학기간에 휴학을 해서 공모전, 인턴, 어학연수 등 취업경쟁력을 기르기 위함이다. 이 밖에도 전공에 대한 평가가 강화되고 있어 낮은 학점을 버리고 재수강하려는 움직임도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 취업포기 = 415만
대학졸업과 함께 취업이 바로바로 된다면 더 바랄 것도 없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몇 개월, 혹은 몇 년을 취업이 안돼 허비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결국 취업을 단념하는 사람도 나오게 된다.

415만은 청년층의 순수비경제활동 인구수로 소위 '취업포기자'의 숫자다. 비경제활동인구 중 근로조건이 안 맞아 노동시장에 참여하지 않는 실망실업자와 육아, 가사 등에 참여해 다른 일을 하지 않는 경계실업자를 제외한 인원으로 청년백수를 뜻한다고. 이런 취업포기자는 실업률은 높이지 않아 고용이 나쁘지 않은 듯한 착시효과를 일으키는 장본인이기도 하다. 이 취업포기자는 전년에 비해 10만명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고용시장 정체를 가져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현상의 근본 원인은 양질의 '괜찮은 일자리'를 바라는 구직자의 눈높이와 실제 고용시장이 맞아 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경제사정과 산업구조 자체의 변화도 필요하겠지만 구직자도 보다 현실적인 감각을 가지고 채용문을 두드릴 필요가 있을 것이다.

■ 입사 = 989와 46
현재 우리나라에서 취업만큼 치열한 경쟁이 또 있을까? 989는 올 상반기 제주항공의 객실승무원직 채용의 입사 경쟁률이다. 남녀 5명 모집에 4,947명이 몰려 올 상반기 가장 높은 989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하지만 뉴스에 심심찮게 등장하는 높은 경쟁률은 일부의 경우일 뿐 실제는 이와 조금 다르다. 인크루트가 올 상반기 업종별 매출 10대 기업 등 113개 주요 기업의 경쟁률을 살펴본 결과, 상반기 주요 대기업의 경쟁률은 평균 46 대 1 로 집계됐다. 몇몇 공기업과 정원 자체가 적은 일부 대기업에서 높은 경쟁률을 보이긴 하지만 이를 전체의 현상으로 보고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 신입사원 = 29
취업만 하면 모든 게 잘 풀릴 것 같지만 이 또한 새로운 시작에 불과하다. 29는 신입사원의 조기퇴사율이다. 인크루트가 지난 2월 인크루트가 260개 기업을 대상으로 입사한지 1년 이내에 나가버리는 조기퇴사자 비율을 조사한 결과 29%로 나타났다. 신입사원의 3분의 1이 1년을 채우지 못하고 그만둔다는 뜻이다.

기업에서 시간과 비용을 들여 뽑은 신입사원이 나가버리는 건 업무공백 외에도 시간과 비용을 또다시 들여 직원을 채용해야 하는 '낭비'다. 특히 기업규모가 작을수록 이 같은 경향을 더 뚜렷이 나타났는데 대기업의 조기퇴사율이 19%인 정도인 데 반해 중견기업은 23%, 중소기업은 무려 35%에 이르렀다. 중소기업에서 10명을 뽑아놓으면 1년도 안돼 3∼4명이 나가는 셈이다.

이 때문에 기업들이 채용과정에서부터 보다 철저한 검증절차를 마련하고 있다. 따라서 지원자들도 지원 기업에 대한 애정과 관심, 열정을 보여줌으로써 오래 일할 인재임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 이직 = 11, 그리고 57
평생직장이란 개념이 사라진 요즘, 첫 직장 입사 후 누구나 한번쯤은 이직을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이직에도 지켜야 할 규칙은 있다. 이전 직장생활이 짧으면 곤란하다. 쉽게 직장을 옮길 수 있다고 판단해 채용에서 배제하기 때문이다. 인크루트가 지난 4월 기업 인사담당자에게 '전 직장에서 최소 몇 개월 이상 근무해야 채용에서 떨어뜨리지 않는가'를 물은 결과, 최소 11개월은 근무해야 적어도 심사대상에서 제외하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실함과 꾸준함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중요한 잣대인 모양이다.

'57'이란 숫자도 이직과 관련이 깊다. 기업이 전 직장의 상사·동료·부하 직원을 통해 지원자의 업무능력 및 근무태도, 조직적응력, 대인관계, 이직사유 등을 검증하는 '평판조회'(Reference Check)를 실시하는 비율이 57%로 조사된 것. 절반 이상의 기업이 평판조회를 하는 이상, 이직을 하게 되더라도 매조지를 잘 짓고 나와야 하는 것이다.

한편 이직의 발판이 되는 인맥도 57이란 숫자가 등장한다. 입사 후 직장인이 1인당 가지는 평균 인맥수도 57명이었다. 인맥을 '낙하산', '뒷거래' 등 부정적으로 인식하던 풍토에서 이젠 능력의 한 축으로 인식하고 있는 경향이었다.

■ 정년 = 46
직장인들이 생각하는 자신의 정년은 46세였다. 이는 인크루트가 최근 직장인 3,876명을 대상으로 자신의 예상정년을 조사한 결과. 특히 연령이 낮을수록 예상 정년이 짧아지는 추세를 보였다. 20대는 예상 정년이 전체 평균에 훨씬 못 미치는 38.5세였고, 30대는 45세, 40대는 52.8세, 50대 이상은 61.8세를 자신의 정년으로 보고 있었다. 삼팔선(38세 퇴직), 사오정(45세 정년)이란 말을 더 이상 신조어가 아닌 현실로 직장인들은 받아들이는 듯한 분위기다.

퇴직형태로는 20∼30대의 과반수 이상이 희망 퇴직을 내비친 한편, 40∼50대 이상의 직장인들은 정년 퇴직을 선택한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젊은 세대일수록 불안감을 느끼며 계속 일하기를 고집하기 보다는 당당히 희망 퇴직하여 기회가 있을 때 적극적으로 제2의 인생을 준비하려는 경향이 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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