깽깽이풀은 활엽수가 우거진 반그늘, 건조한 곳에서 피어난다. 사진=조용경
햇살이 따스한 4월 초순 무렵, 활엽수가 많은 산 비탈에서 마치 작은 요정들이 연한 보라색의 날개를 접고 내려앉은 듯, 우아하면서도 화려한 보라색 꽃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깽깽이풀’입니다. 이름이 참 특이하지요?
깽깽이풀은 매자나무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입니다. 전국의 산 중턱, 활엽수림 아래서 드물게 볼 수 있는 귀한 꽃입니다.
이 꽃은 한곳에 군락을 이루어 피고, 약 30~50cm 떨어진 거리에 다시 군락을 이뤄서 드문드문 피는데요. 그 모습이 마치 한 발로 깨금발(깽깽이)을 뛰는 거리마다 핀다는 의미로 깽깽이풀이라고 부른다고도 합니다.
깽깽이풀의 씨앗 끝에는 엘라이오솜(elaisome)이라는 달콤한 성분이 붙어 있습니다. 개미들이 떨어진 씨앗을 물고 가다가 엘라이오솜만 떼어냅니다. 때문에 그 자리에서 피어난다고 합니다.
그래서 깽깽이풀은 개미들이 다니는 길목을 따라서 핀다고도 합니다.
깽깽이풀의 잎은 작은 연잎을 닮았다. 사진=조용경
이른 봄, 땅속으로 뻗는 짧은 줄기에서 작은 연 잎을 닮은, 가장자리에 물결 모양이 있는 잎이 무더기로 나옵니다.
꽃은 지역에 따라 3월 하순부터 4월 하순까지 피어납니다. 잎보다 먼저 뿌리에서 나온 꽃줄기 끝에 연한 보라색, 혹은 짙은 보라색의 꽃이 한 송이씩 달립니다.
꽃잎은 6∼8장이고, 하나의 암술을 둘러싼 8개의 수술이 있습니다. 수술은 보라색도 있고 일부 지역에서는 드물게 노란색을 띄는 꽃도 볼 수 있습니다.
그 모습이 너무도 아름다워서 저는 깽깽이풀을 볼 때마다 숨이 막히는 느낌입니다.
깽깽이풀은 피었다가 며칠 내에 져버리기 때문에 '어제 피었다 오늘 지는 꽃'이라고도 한다. 사진=조용경
약한 바람에도 꽃잎이 떨어지는 정도여서 피자마자 불과 며칠 사이에 꽃이 져버리기 때문에, 보기가 그다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깽깽이풀을 ‘어제 피었다 오늘 지는 꽃’이라고 부르기도 한답니다.
이 꽃의 꽃말은 ‘안심하세요!’라고 합니다.
깽깽이풀은 워낙 꽃이 예쁘기도 하지만, 한약재로도 유용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남획으로 인해 자생지가 급격히 줄어들어 ‘희귀 및 멸종위기식물’로 지정되었습니다.
그러니 깽깽이풀을 만나시면 정말 ‘운수 좋은 날’ 이라고 생각하셔도 될 겁니다.
그러나, 부디 그 자리에 그냥 두고 보는 금도를 지켜 주세요.
조용경 객원기자 / hansongp@gmail.com
야생화 사진작가
전 포스코엔지니어링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