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상반기 코로나19로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도 연구개발, 설비 신·증설 등 미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투자를 과감하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7일 데이터뉴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삼성전자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연구개발비와 생산라인 신·증설에 27조6629억 원을 투입했다. 지난해 상반기 같은 부문에 투입한 20조8381억 원보다 6조8248억 원(32.8%) 늘어난 규모다. 삼성전자의 상반기 연구개발비와 설비투자규모는 전사 매출의 25.5%에 달한다.
삼성전자의 연구개발비는 지난해 상반기 10조1267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10조5851억 원으로 4584억 원(4.5%)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9.3%에서 9.8%로 0.5%p 증가했다.
설비투자는 2019년 상반기 10조7114억 원에서 2020년 상반기 17조0778억 원으로 6조3664억 원(59.4%) 늘었다. 매출 대비 시설투자비 비중은 9.9%에서 15.8%로 5.9%p 상승했다.
삼성전자의 최근 설비투자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에 집중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반도체 생산라인 신설과 증설, 보완 등에 14조6901억 원을 투입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8조8246억 원)보다 5조8655억 원(66.5%) 증가한 규모다. 상반기 삼성전자 전체 시설투자비의 86.0%가 반도체에 집중됐다.
디스플레이 설비투자도 급증했다. 삼성전자는 상반기 디스플레이 생산라인 신·증설과 보완 등에 1조6298억 원을 투자했다. 투자규모를 전년 동기(8029억 원)보다 8269억 원(103.0%) 늘렸다.
이처럼 공격적인 연구개발과 설비투자 확대는 삼성전자가 초격차를 만드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에도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연구개발과 설비 신·증설을 위한 투자를 과감하게 늘렸다. 사진은 삼성전자가 최근 가동을 시작한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공장인 평택 2라인 /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최근 축구장 16개 크기의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공장인 평택 2라인 가동에 들어갔다. 평택 2라인은 D램 양산을 시작으로 차세대 V낸드, 초미세 파운드리 제품까지 생산하는 첨단 복합 생산라인으로 만들어졌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EVU 기반 최첨단 제품 수요에 대비하기 위한 파운드리 생산라인을 착공했으며, 6월에는 첨단 V낸드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낸드플래시 생산라인도 착공했다. 두 라인은 내년 하반기부터 가동된다. 삼성전자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이처럼 신규투자를 적극 확대하고 있다. 평택 1라인에 이어 이번 평택 2라인에도 총 30조 원 이상의 대규모 투자가 집행된다.
디스플레이의 경우 ‘QD디스플레이’에 투자가 집중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10월 2025년까지 QD디스플레이 생산시설 구축과 연구개발에 13조1000억 원을 투자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25년까지 아산1캠퍼스에 세계 최초 QD디스플레이 양산라인인 ‘Q1라인’을 구축한다. 신규 라인은 우선 초기 3만 장(8.5세대) 규모로 2021년부터 가동을 시작해 65인치 이상 초대형 QD디스플레이를 생산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기존 8세대 LCD 라인을 단계별로 QD 라인으로 전환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최근 TV용 LCD를 생산하는 L8라인 일부 설비를 철거하고 QD라인 구축을 위한 클린룸 공사를 마무리하고 8.5세대 증착기를 시작으로 설비 셋업에 돌입했다.
한편, 삼성은 2018년 8월 발표한 3년간 180조 원을 투자 계획이 한 발표가 대내외 불확실성과 코로나19 속에서도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당시 삼성은 ‘대한민국의 미래성장 기반 구축’을 주도하겠다는 취지로 경제 활성화, 일자리 창출, 신산업 육성을 위한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삼성은 지난달 13일 삼성전자 뉴스룸을 통해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시설, 연구개발 등에 약 110조 원을 투자한 데 이어 올해 투자규모를 더 늘려 3개년 목표치(약 180조 원)에 차질 없이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국내 투자가 당초 목표인 약 130조 원을 7조 원 이상 초과 달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올 초 “기업의 본분은 고용 창출과 혁신 투자로, 2년 전 약속을 꼭 지키겠다”고 말한 게 대내외 악재에도 불구하고 실행에 옮겨진 셈이다.
계열사별로는 주력인 삼성전자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담당하는 DS 부문을 중심으로 투자 목표 초과 달성이 확실시된다.
삼성은 지난해 4월 2030년까지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이어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글로벌 1위로 올라선다는 로드맵을 담은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했다. 관련 연구개발과 생산시설 확충에 133조 원을 투자하고 전문인력 1만5000명을 채용하는 것이 골자다. 이 계획에 따라 삼성은 대내외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지난해부터 올해 말까지 26조 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강동식 기자 lavita@datanews.co.kr